다문화 없는 다문화사회를 우려한다
다문화 없는 다문화사회를 우려한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4.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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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11 총선에서 주목할 만한 일 중의 하나는 정당들이 다문화사회에 대한 정강과 정책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실천했다는 점이다. 특히, 관심을 모은 것은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자스민 씨다. 드디어 우리 국회에도 다문화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한국인과 외국인의 결혼으로 이루어진 다문화 가정은 1980년대 말 농촌총각의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현재 결혼이주민은 21만여 명, 다문화 자녀는 15만여 명이니 다문화가족은 우리 사회에선 상당한 규모의 소수자 그룹이 됐다. 이런 점에서 이제야 다문화 국회의원이 나온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그런데 이 씨의 국회 입성에 일부 네티즌과 트위터러들이 근거 없는 모함과 인신공격을 퍼붓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 씨가 ‘불법체류자 무료의료 지원, 다문화 가정 자녀 대학 특례입학, 외국 거주 가족 한국 초청비용 지급’ 등을 공약했다는 ‘허위 정보’까지 유포되고 있다. 이처럼 다문화에 대한 대중의 몰이해와 이를 기반으로 제노포비아(Xenophobia. 외국인 혐오증)를 확산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점은 반드시 고쳐야 할 과제이다.
 
이와 함께 KBS TV <러브 인 아시아>의 폐지 주장이 이 프로그램의 게시판에 등장해 우려를 더하고 있다. KBS의 <러브 인 아시아> 프로그램은 2005년부터 한국사회의 다문화 현상에 부응해 편성된 대표적인 다문화 프로그램이다. <러브 인 아시아>는 결혼이주자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면서 한국사회에 다문화 담론을 확산시키는 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어 ‘폐지’가 아니라 ‘강화’돼야 할 프로그램이다.
 
국내거주 외국인 주민이 126만 명을 넘어서면서 단일민족국가라고 여겨져 왔던 한국이 다인종ㆍ다민족으로 구성된 다문화사회로 급격하게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단일민족 신화와 역사적 경험의 부족으로 인종, 민족, 문화적 소수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데 여전히 서툴다. 한국인의 강한 동질성 의식은 ‘다른 것=틀린 것’이라는 사고를 조장해 이질적인 것에 대한 배타성과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비관용성을 키워왔다. 이러한 한국인의 순혈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2007년 8월 10일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한국이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 땅에 사는 다양한 인종들 간의 이해와 관용, 우호 증진에 장애가 될 수 있으므로 현대 한국사회의 다인종적 성격을 인정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제 한국사회는 다양한 문화들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서 사회적 합의란 우리 사회의 다수가 원하는 혹은 수용할 수 있는 모습이어야 하는 동시에 민주적 가치와 보편적인 인권의식에 부합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다양한 문화를 상호 존중해야 하는 다문화사회에서 한국문화중심주의는 바람직한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없다.
 
다문화사회에서 우리는 많은 이방인들과 함께 살아야 하고, 이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사안이다. 다문화 시대에 개별 문화들이 자기 특성만을 주장해 다른 문화와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아, 인류 공동체가 문화적으로 조화와 공존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문화 시대에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다양한 문화를 바탕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왜냐하면 다문화 상황은 우리가 지금까지 유지해온 단일문화 속에서는 풀기 어려웠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단초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문화의 존재는 우리들로 하여금 우리 자신의 문화를 성찰하게 하고 나아가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다문화사회라는 현실에서 우리는 상이한 문화들 사이의 갈등을 ‘문제’로서가 아니라 창조적 발전을 위한 ‘계기’로서 인정하는 문화적 이해가 요구된다. 바로 다문화주의 철학에는 인류가 나아가야 할 자유ㆍ평등ㆍ관용ㆍ상생과 같은 민주적 가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와 다문화 사회를 맞이해 이방인을 포용하고 그들과 공생하는 성숙한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황우섭 KBS PD -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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