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해체는 사회주의의 ‘미덕’이었다!
가족해체는 사회주의의 ‘미덕’이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5.0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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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위기, 누구의 책임인가

코흘리개 장난꾸러기 꼬마로 60,70년대를 보낸 사람이라면 대개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등을 기억한다. 잘못을 저질러 어머니가 회초리를 들면 일단 울며 달아나서 할아버지 등 뒤로 숨는 것이다. 어머니는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지만 어찌하지 못한다. 할아버지는 돋보기 안경 너머로 손주의 눈물, 콧물 범벅인 얼굴과 어머니의 화난 얼굴을 번갈아 본다. 그 순간 할아버지는 무조건 손주편이다. 나중에 손주는 할아버지로부터 엿이나 삶은 감자 같은 것을 얻어 먹으며 따뜻한 훈계로 잘못을 뉘우친다.

하지만 오늘날 부모와 자녀만이 있는 핵가족에서 아이는 숨을 곳이 없다. 더구나 한 부모 가정에서라면 아이는 자기 편 조차 없는 어머니나 아버지와 맞서야 한다. 잘못을 알지만 타협이 안 되므로 아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든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청소년의 탈선과 비행의 배경에는 이러한 가정문제가 절대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가족의 해체가 본격적인 사회 문제로 제기되는 시점이다.

붕괴하는 가족가치, 늘어나는 사회폭력

최근 대구에서 아파트 투신으로 꽃다운 생을 마감한 여중생도 그런 이혼한 어머니 밑에 있었고 의대를 강요하던 이혼한 어머니와 살던 한 고등학생은 말다툼 끝에 어머니를 무참하게 살해했다. 한 부모가 아니더라도 부부간의 가정불화는 청소년과 노인을 자살로 이끈다. 대구시교육청에 의하면 2010~2011년 2년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지역 초ㆍ중ㆍ고교생 17명 중 절반 가량이 가정불화 등 가정문제와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가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노인 자살 역시 가족으로부터 정서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소외되는 원인이 60%를 넘는다고 2010년 경기복지재단이 조사 보고를 통해 밝힌 바도 있다.

가정불화는 가정폭력으로 발전해 이제 더 이상 가정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가정불화 현장에 경찰이라는 국가가 개입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이번 달 2일부터 시행되는‘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바로 그것이다.

2010년 여성부가 기혼남녀 26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 가정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간 가정폭력이 있었다는 응답이 53.8%였다. 가정폭력이 계속된 기간은 평균 11년 2개월이었다. 대개 30~40대 여성이 주 피해자였으며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비율은 62.7%나 됐다. 사회폭력의 범죄자들은 대개 어릴 때 가정에서 폭력에 시달렸거나 가족으로부터 거부됐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이러한 가족 문제는 전통적 가족가치의 붕괴로부터 발생한다. 가족 내에서 갖는 부모의 위상과 자녀의 역할이 서로 갈등하고 이혼과 별거가 증가하며 결혼의 기피, 혼전 임신의 증가, 심지어 동성간의 동거 가족마저 출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사회에 가족의 위기가 도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80년대 서구사회가 겪었던 그러한 문제들이다.

흔히 ‘가족 위기론’이라고 불리는 이 주장의 핵심에는 극단적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쾌락주의가 원인으로 자리한다. 가족의 문제는 사회의 문제이기 전에 개인들의 가치관 문제이며 따라서 문제의 해결은 가족공동체를 위해 부부와 자녀의 전통적 역할을 회복하는 길이다. 가족 위기론자들에게 그러한 방법론은 ‘가부장적 제도’의 확립에 있다.

이처럼 전통가족과 전통적인 가족가치를 회복하자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미국의 가족사회학자는 파피노우(David Popenoe)였다. 파피노우는 부모 및 그들의 자식들로 이루어진 1950년대의 가족을 전형적인 가족의 모습으로 상정하고 20세기 후반 이혼의 증가로 가족이 해체되고 있는 현상을 미국 사회의 위기로 지목했다.

 

미국 내 'the family' vs 'families' 논란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 1950년대의 미국 가족은 전통가족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 역사에서 특수한 가족이라고 보아야 하며, 미국의 가족은 하나의 대표적인 가족(the family)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다면적인 가족들(families)로 접근해야 실상을 올바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흔히 ‘가족 진보론’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관점에는 남성이 중심이 된 가부장적 가족의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으로 자리한다.

가족 위기론을 주장하는 파피노우의 주장에 가장 분명하게 반대의 입장을 개진한 스테이시(Judith Stacey)는 캘리포니아 지역의 가족들의 심층면접을 통해 탈산업사회의 가족이 어떻게 분해, 변형되고 있는지를 추적하며 미혼모 가족, 외부모 가족, 심지어 동성가족들은 결코 비정상적인 가족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와 사회적 환경에 적응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가족이고 따라서 이들이 지닌 가족가치도 우리가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하는 가치관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가족은 ‘진보’하고 있다는 것. 싸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정적인 충돌은 다름 아닌 미국의 백악관에서 벌어졌다.

1990년대 초 미 백악관에는 가족문제에 대한 보고서 제목의 문구를 놓고 한바탕 학자들간에 격론이 불거졌다. 보고서 제목의 가족을 The family(가족)라고 표기할 것인가 아니면 Families(가족들)이라고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었다. 보수주의 가족학자들은 전통적 가족의 의미에서 미혼모 가족이나 1인가족, 동성애 가족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으며 진보학자들은 반대로 이러한 변형된 가족도 가족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맞섰다. 1992년 재선에 도전한 부시 대통령은 지지율이 신통치 않자 가족의 문제가 미국사회의 중요한 아젠다임을 깨달았고 이를 선거전략에 활용하게 된다.

당시 미국 NBC 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머피 브라운’ 이라는 연속극에서 주인공인 뉴스앵커 여성이 혼외 임신으로 출산하는 장면을 두고 미국 사회에 가족가치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일어났다. 지적이고 높은 연봉을 받는 전문 여성 앵커가 아이의 아버지 없이 혼외 임신한 아이를 출산하는 행위를 부통령 댄 퀘일이 지적하자 이와 연관된 가족에 관한 여러 현상을 두고 보수적인 입장과 진보적인 입장에 따라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가족가치에 관한 연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면서 세간의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가족가치는 선거기간 동안 가장 논쟁적인 쟁점의 하나가 됐고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미국의 공화당은 1950년대의 미국 가족을 전통 가족이라고 규정하면서 1950년대 미국 가족 및 가족가치를 회복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공화당은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가족가치를 선거 캠페인으로 이용함으로써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대화 없는 한국 가족, 미래는?

그렇다면 오늘 우리 한국사회는 이 가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한국정신문화원 은기수 교수팀이 가족가치에 대해 국가간 비교한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 동거, 이혼 및 가족 내 성역할 등의 가족가치에 관해서는 일본, 대만보다 보수적이었다. 오히려 한국보다 경제수준의 차이가 많이 나는 필리핀과 동일한 수준에 있었던 것. 가족가치의 측면에서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국가로 연구 조사에서는 밝혀졌다.

동시에 가족에 대한 만족도도 현재로서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2010년 서울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15세 이상 서울시민 56.6%는 전반적으로 가족관계에 대해 만족하며 38.8%가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불만족은 4.5%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부모 자녀간의 만족도는 100%를 기준으로 72.6%로 가장 높았고 배우자 69.1%, 부모 65.6%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배우자 형제자매와의 만족률은 44.0%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같은 해 ‘씽굿-스카우트’라는 취업포털의 '2010 가정의 달 가족애' 테마 설문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가정의 건강함 척도를 엿볼 수 있는 ‘가족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2030세대는 100점 만점에 ‘80~89점’을 꼽는 이들이 32.20%로 가장 많았고 이어 ‘70~79점’을 꼽은 응답자가 31.10%, ‘90~100점’이 14.40%로 3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2030세대에서 ‘아버지와의 대화’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2030세대들은 같은 조사에서 하루 평균 아버지와의 대화 시간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3.30%가 ‘거의 없다’고 응답했다. 10분 이내와 5분 이내가 각각 20%와 18%였다. 30분 이상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11.10%로 집계됐다. 어머니와는 절반 가량의 응답자가 30분 이내 또는 이상 대화하고 있었다고 밝혔던 점에 비하면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가 젊은 자녀층과 소원한 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에 가부장제적 가족가치가 미래에도 지지받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 사회의 가족가치는 아직 양호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미래는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바로 이혼이나 별거, 미혼 출산을 통한 한부모 가정과 무자녀 가정의 증가세가 바로 그것이다. 자녀 없이 부부로만 구성된 가족은 지난 2000년 기준으로 2010년에는 47.2% 늘었으며 편부 또는 편모와 미혼 자녀가 함께 사는 경우는 30.2%, 1인가구는 무려 70.2% 증가하는 등 `소핵가족'의 증가율은 높아가고 있다. 앞으로 2020년까지 이 한부모 가정의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러한 소핵가족의 경우 가족 만족도가 4~6인 가족의 만족도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이러한 소핵가족 하에서는 자녀들이 가족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된다. 더구나 인터넷과 게임에 몰두해 있는 청소년 자녀들은 부모와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고 보면 맞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이렇게 말한다.

“ 과거에는 TV가 가족간의 대화를 줄인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인터넷이 가족간의 소통을 단절시키고 있다고 봅니다.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아내와 남편 역시 각각 자신의 사이버세상에서 따로 살아가죠. 가족간에 유대가 될 만한 대화나 가치공유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지요.”

 

국가가 가족을 책임져주는(?) 사회주의 사회

우리 사회의 가족해체가 가족의 위기라면 그 치유방법은 가족 구성원들 각각의 노력에 달려 있다. 가족의 위기가 근본적으로는 사회 문제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가 가족의 위기에 관여하게 되면 이 문제는 다른 차원으로 옮아간다. 부부싸움에 경찰이 안방으로 들어오고 아이를 국가가 무상으로 보육하며, 이혼한 부모와 자녀의 생활을 국가가 지원하고, 어머니의 도시락 대신 ‘사회적 식탁’이라는 무상급식을 가정에 제공하는 체제는 가족의 해체를 더 가속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찰이 보호해 주니 부부싸움도 할 만하고, 아이를 국가가 돌봐주니 책임이 없으며, 이혼해도 국가가 생활을 지원해 주니 그것도 할 만하고, 국가가 아이의 식탁을 책임지니 굳이 아이의 식성에 신경 쓸 일도 없지 않을까.

이렇듯 국가가 가족을 책임져 주는 사회의 이상적 모습이 다름 아닌 시회주의 체제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가족의 해체는 자본주의사회에서 필연적인 일이며 여성의 가사노동을 가부장제가 착취하기 때문에 여성을 가정으로부터 해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다름 아닌 마르크스였다. 가족의 식탁을 가정에서 끌어내 사회적 광장으로 옮기려는 사회주의적 생각은 바로 가족이란 사유재산의 상속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는 인식 때문이다.

따라서 사유재산에 바탕한 가족체제가 붕괴하고 공동체적인 이상주의 국가를 지향하기 위해서 사회주의자들에게 가족은 해체의 대상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무상복지는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자들에게는 당연한 정책이다. 더 크고, 더 깊고, 그럼으로써 더 확실하게 가족을 붕괴시키는 수단이 바로 무상복지이며 그것이 바로 보수주의자였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가 국민들을 사탕발림으로 유혹했다가 끝내 사회주의세력 앞에 무릎을 꿇고 패퇴하게 만든 포퓰리즘이기 때문이다.

엉뚱한 이야기라고? 그러면 한 권의 책을 권한다. 1884년 칼 마르크스의 노트를 바탕으로 엥겔스가 야심차게 썼던 유명한 저서, <가족, 사유재산 그리고 국가의 기원> (The Origin of the Family, Private Property, and the State)에는 왜 가족이 해체돼야 하는지가 장황하게 펼쳐 있다.(미래한국)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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