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회전 앞둔 유럽 정당들의 오늘
좌회전 앞둔 유럽 정당들의 오늘
  • 미래한국
  • 승인 2012.05.2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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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국가들에서 좌파로의 정권교체가 유력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5월 6일 당선된 올랑드 당선자가 15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는 지난 5월 6일 실시된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집권당 대중운동연합(UMP)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 바 있다. 그는 51.1%를 득표해 48.9%에 그친 사르코지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눌렀다.

독일-프랑스-영국 선거가 유럽 운명을 좌우

독일에서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기민당)이 5월 14일(현지시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기민당은 이날 독일 최대 선거구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지방선거에서 2010년 지방선거 때보다 크게 못 미치는 표를 얻으며 패배했다. 지난 5월 6일에 이어 연패다.

영국에서도 집권당인 보수당이 지난 5월 3일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 집계 결과, 야당인 노동당이 38%의 지지율로 집권 여당인 보수당을 누르고 34개 지방 의회를 추가로 장악해 대승을 거뒀다. 경기침체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국가들은 경제대국인 독일을 비롯해 2차대전 승전국인 영국과 프랑스 3개국이다. 이들 나라의 정치 상황 및 선거 결과가 유럽연합(EU)의 전반적인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프랑스 대선에서 집권에 성공한 사회당은 1969년 창당된 사회주의 정당이다. 1981년과 1988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의 후보였던 미테랑을 연이어 당선시켰으며, 프랑스의 좌파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자리 잡은 바 있다. 영국 노동당 등과는 달리 노동조합과 유기적 관계를 지니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 2007년 대선서는 루아얄을 후보로 내세웠지만 우파인 대중운동연합 소속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에게 패배한 바 있다.

이에 맞서는 대중운동연합은 중도우파 성향의 정당이다. 2002년에 창당돼 현재 프랑스 하원 국민의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상원에서는 다수당이다. 2002년의 대선 당시 대통령이었던 시라크의 지지자들은 세 개의 우익 정당으로 갈라져 있는 상태였다. 이들은 시라크의 재선을 위해 ‘행동하는 연대’를 조직한다. 시라크의 재집권 성공 이후에는 2002년의 총선을 위해, 이들을 중심으로 다시 집권세력의 강화를 위한 연대를 조직했는데, 이것이 몇 달 뒤 이름을 바꾼 것이 대중운동연합이다. 2007년 대선에서는 사르코지를 내세워 승리했으나 2012년 5월 대선에서는 사회당 올랑두 후보에게 패하며 재선에 실패한 바 있다.

독일-영국도 좌우 양당체제

독일의 집권당인 기독교민주당(기민당)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에 창당됐으며 나치 집권을 허용한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의 분열을 교훈삼아 아데나워 등이 중심이 돼 ‘기독교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해 출범했다. 2000년에 현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이 새로운 당수가 됐지만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이끄는 사민당-녹색당 연정에 밀려 2005년까지 야당으로 머물렀다. 2005년 두 차례의 선거에서 승리한 기민당은 사민당과 연정을 꾸리면서 총리직을 넘겨받았고 메르켈은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서 현재까지 집권해 오고 있다.

독일 사회민주당(사민당)은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좌파 정당이다. 국제적으로는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에 가입돼 있다. 독일의 현존하는 정당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2005년까지 독일 녹색당과 연합정부를 구성했으며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제7대 연방총리(1998~2005)를 지낸 바 있다. 지난 5월 6일과 14일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승리하며 차기 집권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도 보수당과 노동당의 양당 체제다. 보수당은 1678년에 창당한 토리당을 기반으로 1912년에 창당됐다. 경쟁 정당인 노동당과의 아일랜드 독립, 선거권 확대, 복지제도 등의 정책을 인정하는 유연성도 보여 왔다. 1979년에는 영국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를 내세워 집권했다. 이어진 세 번의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했으나 1997년 총선에서는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에 패배하며 정권을 넘겨줬다. 그러나 2010년 총선에서 306석을 획득해 13년 만에 다시 제1당의 자리에 올랐다. 현재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보수당의 리더다.

영국 노동당은 1900년 독립노동당, 페이비언협회, 사회민주연맹, 노동조합 등을 포괄하는 노동대표위원회가 연합해 노동대표위원회를 결성한 것이 당의 전신이다. 1979년 총선에서 마거릿 대처가 이끄는 보수당에 패배해 정권을 내놓은 후 1997년까지 18년간이나 집권하지 못했다. 1997년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며 집권에 성공해 이후 2010년까지 권력을 유지했다. 노동당은 실용주의적 중도좌파 노선인 앤서니 기든스가 제창한 ‘제3의 길’을 표방하고 있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포커스] 영국병 치유한 마가렛 대처 전 총리

눈앞에 닥친 선거에서 승리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의 유혹을 물리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민주주의를 앞세운 좌파가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럽 전체가 좌측으로 기우는 상황도 어느 정도는 미리 예견됐던 것이다.

특히 1970년대의 영국은 과도한 사회복지와 노조의 횡포로 인해 경제 전반이 침체되는 ‘영국병’에 시달렸으며, 급기야는 1976년에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한때 전세계를 호령하던 ‘대영제국’이 2류 국가로 추락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마가렛 대처는 이 시기에 집권했다. 그는 1975년에 보수당 당수가 된 후 1979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영국의 총리가 됐다. 대처는 집권과 동시에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기반한 개혁을 강행했다. 90년까지 집권하는 동안 5개 노동법을 개정해 노동시장을 개혁했고, 84년 탄광노조의 장기간 파업도 원칙에 입각해 처리했다.

80년대에는 공무원 수를 75만명에서 64만명으로 11만명 감축시켰고 국영기업 50여개를 민영화하며 고비용 저효율의 재정구조를 개선했다. 1982년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에서 승리하며 영국 국민들의 찬사를 받았고 1983년과 1987년 실시된 총선에서도 승리, 세 번 연임함으로써 영국 사상 최장기 집권의 총리가 됐다.

대처의 경제개혁으로 인한 90년대 영국의 부흥은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버금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1997년 집권한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도 과거와 같은 사회주의적 정책이 아닌 ‘제3의 길’이라는 중도좌파 노선을 표방했다. 마가렛 대처가 왼쪽으로 기울었던 영국을 오른쪽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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