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문화의 뿌리, 유럽 기독교의 현주소
서구문화의 뿌리, 유럽 기독교의 현주소
  • 미래한국
  • 승인 2012.05.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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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문화를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기독교를 살펴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것은 유럽에 속한 대부분 나라에서 발견되는 문학, 사상, 예술이나 건축물들이 기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에는 개신교와 카톨릭 외에도 그리스 정교와 러시아 정교가 있고 이 외에도 소수파의 기독교인들이 유럽에 있다. 개신교에도 다양한 교파들이 있는데 루터파와 개혁파 외에도 영국의 성공회와 감리교, 스코틀랜드의 장로교 그리고 독일의 자유교회와 곳곳에 흩어진 형제단 교회 등 많은 교회들이 존재한다. 또한 오래 전부터 이어오는 민속종교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고, 고유의 민족문화와 기독교가 함께 섞인 혼합종교의 모습도 자주 발견된다.

유럽교회의 교파들, 그 발전 과정

따라서 유럽을 여행하는 중에 교회나 특별한 유적지를 방문하려면 먼저 간단한 신학적 내용을 숙지한다면 큰 유익이 있을 것이다.유럽의 기독교를 전체적이며 개략적으로 설명하자면, 남부와 중부 유럽 그리고 독일의 남부지역은 로마 카톨릭으로 대표된다. 예를 들면 바티칸의 교황청,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의 주민 대부분이 이에 속한다. 독일의 북부지역과 네덜란드 그리고 북부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개신교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영국에는 성공회가 있으며 이 외에도 터키와 아르메니아는 이슬람 지역으로 볼 수 있다.

기독교의 상황과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배경적인 지식과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인지해야 한다. 예수님과 그 제자들에 의해 성장하던 기독교회가 네로 황제를 비롯해 많은 황제들로부터 250년 동안 10차례에 걸쳐서 박해를 받았다. 그럼에도 기독교는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밀라노 칙령으로 공인받았으며(313년) 마침내 로마의 국교가 됐다. 하지만 395년 로마제국이 동로마와 서로마로 나누어지면서 교회도 분열하게 됐다.
서방세계를 지배하던 로마제국이 5세기 말에 무너지지만(476년), 그로 인해 전세계에 기독교가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유럽의 중세는 기독교의 영향 가운데 있었기 때문에 요람에서 무덤까지 문화와 사상 등 전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중세기독교가 자신의 본래적인 근거인 성경을 외면하고 외식과 모순 그리고 불의와 포학에 빠져 있을 때, 루터의 등장으로 종교개혁이 시작됐고(1517년), 그 결과 유럽의 기독교의 판도는 크게 변하게 됐다.

이슬람 등 타종교의 영향

동방교회의 경우 서방교회와 달리 큰 변화가 없이 지속돼 오다가 1453년 오스만투르크의 침입으로 몰락하면서 유럽에도 이슬람교가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종교개혁이 진행될 당시에는 빈(Wien) 근처까지 이슬람교도들이 침입하기도 했다. 종교개혁에 대응해 로마 카톨릭에서는 트렌트 종교회의를 열어 자신들의 신학을 재정립하면서 개신교와 카톨릭간의 분쟁은 마침내 종교전쟁으로 번지게 됐다. 유럽의 많은 곳에서 30년(1618~1648)간 피비린내나는 전쟁이 있었다.

그 결과 베스트팔렌 조약을 통해 종교적 자유가 보장되면서 유럽이 안정을 찾게 됐다. 이 조약의 결과는 신앙적 문제에만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큰 영향을 줘 현대 유럽국가의 재편성에 중요한 기틀을 제공하게 됐다. 또 다른 큰 영향은 1,2차 세계 대전의 결과로 유럽의 문화와 정치적 상황의 변화와 아울러 기독교의 재편성도 이뤄졌다.

16세기부터 시작된 선교와 정복활동과 18~19세기에 다양하게 전개된 식민지 개척을 통해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기독교를 다른 지역에 이식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세상에는 기독교 외에도 다른 종교들이 있다는 사실과 다양한 문화를 인식하게 된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함께 사는 생활을 강조하게 됐다.


현재 유럽의 종교적인 모습을 분석할 때 외형적으로는 종교적인 혼합이 이루어지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단지 함께 있는 정도 혹은 서로를 인정하는 정도이지 종교적인 내용들이 섞이는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20세기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생겨난 혼란의 배경에는 종교적인 요소가 중요한 원인이 됐기 때문에 종교적 문제를 단순하게 취급할 수 없는 것임을 보여준다.

기독교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대도시의 큰 교회를 방문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그 중앙에는 교회나 성당이 있으며 그곳이 주민들의 생활의 중심지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작은 마을이나 소도시 혹은 현대화된 대도시를 구분하지 않고 시간마다 울리는 교회의 종소리는 기독교의 현주소를 잘 알려주고 있다.

예전에 비하면 기독교적 열심과 활동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대도시의 교회를 보면 예배드리는 사람들이 드물고 심지어 교회가 극장이나 다른 장소로 바뀌는 경우도 발견할 수 있으나 지방의 작은 도시나 마을의 교회는 오늘날에도 계속적으로 잘 활동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적 영향이 감소된 것이라고 쉽게 평가하기보다는 기독교가 문화적으로 스며든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위기의 기독교, 미래는…

이러한 흐름 가운데 가장 새롭게 나타나는 큰 변화는 이슬람교의 확산이다. 많은 지역으로부터 이슬람권 사람들의 유입과 이슬람교의 선교로 인해 그 영향력은 10년 전의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대표적으로 개신교 국가로 인정되는 네덜란드의 홈페이지에도 모스크가 등장할 정도이고, 히잡을 쓰는 많은 유럽여성들의 모습과 크게 증가하는 모스크의 수와 코란에 대한 많은 소개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관계가 종교정책과 아울러 정치에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유럽의 기독교를 바라보면서 일차적으로는 쇠퇴하는 듯이 보이기 때문에 염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유럽의 기독교가 몰락하거나 쇠퇴할 것이라고 쉽게 전망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흘러온 교회의 역사를 보건대 교회의 생명력과 교회의 흐름을 인간들의 활동만으로 분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교회가 바르게 서지 못하고 신학적으로 혼란 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교회는 그 자체적인 정화의 능력이 있고, 또한 하나님이 교회에 부흥과 각성을 허락하시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모습이 가장 어둡고 절망스러울 때, 종교개혁이 있었으며, 현대화 속의 혼란 가운데 유럽의 여러 곳에서 부흥과 각성이 있었다. 교회의 특성상 어렵고 힘든 기간을 지나면서 정화되고 개혁되면서 바로 서왔기 때문인데, 이것을 교회는 많은 신앙고백서를 통해 ‘항상 존재하는 교회’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동안 기독교의 역사는 위태롭지 않은 적이 없었으며, 또한 위기의 시기에는 각성한 성도나 목사들을 통해 다시금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왔던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많은 기독교인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함께 고려한다면, 21세기에도 부흥하는 교회와 말씀대로 살아가려는 기독교인들이 있을 것임을 함께 전망해볼 수 있다. 물론 이슬람의 확대가 유럽에 크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 작용도 기독교 내에 있다고 전망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을 것이다.

김성욱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 합동신학대학원 졸업
- 독일 뮌스터대 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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