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극우파 그들은 누구인가?
유럽 극우파 그들은 누구인가?
  • 미래한국
  • 승인 2012.05.2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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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의미의 우파 노선과 다른 포퓰리스트들

“유럽 각국에서 극우정당들이 약진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기는 어렵지 않다. 특히 국내 우파진영을 ‘극우’라고 매도했던 좌파매체들은 일부 유럽 정당들에도 같은 호칭을 붙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극우의 개념이 국가마다 다를 수도 있고, 극우로 분류된 정치세력의 노선이 전통적인 우파 노선과 거리가 있는 경우도 많다. <미래한국>은 유럽에서 극우로 분류된 정당들의 최근 행적을 살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최근 유럽 최강국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 좌파 올랑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과도한 복지정책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시에 유럽 내 극우정당들도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좌파 집권에 따른 반발심으로 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내 유명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을 이끄는 마린 르펜 후보는 지난 5월 6일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대중운동연합(UMP) 소속 사르코지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는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후 “사르코지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 모두 프랑스의 미래를 이끌 의욕과 자질이 부족하다”며 “결선투표에서 기권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을 지지하던 우파성향 유권자들이 사실상 투표에 불참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좌파 집권’을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대선에서 르펜이 내놓은 공약은 유로존 탈출, 이민 금지,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무역 보호 장치 마련 등이었다. 무역 보호장치를 마련하자는 주장은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전통적 우파 가치에 정면으로 대립되는 개념이다. 반면 기업활동의 규제를 풀고 공공부문을 민영화시키는 등의 우파적 경제정책은 찾기 힘들었다.

‘극우’ 국민전선의 좌파집권 방조

과거 국민전선은 경제정책 면에서도 확고한 우파성향을 드러낸 바 있다. 한국유럽학회가 2000년 발간한 ‘유럽연구’ 통권 제25호 2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지난 1986년 선거 당시 국민전선의 언급 빈도수 순위에서 1위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었다. 그러나 프랑스가 외국인 이민 문제와 이슬람계 이민자들과의 종교 갈등 등으로 몸살을 앓게 되자 국민전선의 노선도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주의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외국 이민자들에게 비교적 관대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네덜란드에서도 극우정당이 선거에서 선전하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자유당(PVV)은 지난 2005년 당시 유럽 통합 반대와 반(反)이슬람주의를 내걸고 헤이르트 빌더르스 당수에 의해 창당됐다.

빌더르스 당수는 이슬람 경전 코란을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에 비유하는가 하면 의회에서 무슬림 이민 금지, 모스크 건설 금지, 이슬람 학교 폐쇄 등을 추진했다. 2008년 이슬람이 테러를 조장한다는 주장을 담은 영화를 제작했다가 증오 범죄 혐의로 법정에 섰지만 무죄판결을 받았다. 자유당은 노르웨이 연쇄테러의 용의자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로부터 ‘유럽 유일의 진정한 보수정당’이라고 칭송받은 바 있다.

빌더르스의 자유당은 2010년 총선에서 16% 득표율로 제3당 지위를 차지하고 연정에도 참여해 왔다. 네덜란드의 차기 총선은 9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기에 자유당이 이 총선에서 받아들 성적표에도 미묘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덜란드, 그리스에서도 극우정당 선전

지난 5월 6일 열린 그리스 총선에서도 나치의 십자가(하켄크로이츠)를 변형한 듯한 심벌을 내세운 ‘황금새벽’당이 6.9%를 얻어 21명의 의원을 배출했다. 이 정당은 2009년 이후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한 이후 경제위기의 원인을 외국인 이민자들에게 돌리며 여론몰이를 해 왔다. 황금새벽당을 이끄는 군 출신 니콜라오스 미칼로리아코스는 “인구의 10%인 이민자를 추방하고 불법 이민자의 유입을 막기 위해 그리스와 터키 국경에 지뢰를 설치하겠다”며 “EU, IMF와 맺은 구제금융 협정을 취소하고 정부 지원을 받은 그리스 은행을 모두 국유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극우’라고 지칭되고는 있지만, 국제기구와의 협정을 취소하고 민간 은행들을 국유화하겠다는 주장은 극좌 사회주의에 가까운 공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닉 그리핀 당수가 이끄는 국민당(BNP)이 주목받고 있다. 그의 정책은 ▷ 외부인들의 영국 내 이민 반대 ▷ 불법이민자 추방 ▷ 유럽연합으로부터 영국의 국가정체성 보장 ▷ 영국 내 영국인들의 우선적 일자리 확보 ▷ 문화다원주의적 교육 내용을 철폐하고 영국적 내용 교육 강조 등이다. 영국 국민당은 지난 200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선전하며 원내 의석을 확보한 바 있다.

선전선동 앞세우는 극우당

최근 끝난 핀란드 총선에서는 민족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은 ‘진정한 핀란드인당’이 ‘왜 우리가 포르투갈을 위해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라는 슬로건으로 20%를 득표했다. 포르투갈이 맞이한 금융위기로 인해 유럽 전체가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유럽 내 극우정당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성향은 정치적 구호의 핵심은 ‘反 유럽연합, 反 이슬람, 反 이민자’다. 전문가들은 유럽에서 극우정당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이 최근 몇 년간 심화되고 있는 유럽발 금융위기 및 경제난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유럽 경제위기의 결정적 원인이었던 과잉복지 및 재정파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진정한 우파정당이라면 무상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공공부문 개혁을 통해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경제성장과 재정 건전화를 시도하며 ‘유럽병’을 치유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럼에도 이들은 무상복지에 익숙해진 유권자들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며 외국인 이민자 문제 등 상대적으로 선동하기 쉽고 자극적인 주제만을 건드리는 포퓰리즘에 함몰돼 있는 것이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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