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북조선 王朝
궁지에 몰린 북조선 王朝
  • 미래한국
  • 승인 2012.08.03 0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의각 편집고문·고려대 명예교수

21세기인 오늘도 이 지구상에는 유일한 은자의 왕국(Hermit Kingdom)이 실존하고 있다. 이름하여 ‘북조선인민공화국’이다. 지난 60여년 ‘우리식대로 산다’는 모토로 문빗장을 걸어 잠그고, 3대세습을 이어오면서 2천만 명이 넘는 인민들 위에 군림해 거짓 속임술과 무지막지한 권세를 휘두르고 있는 이상한 왕조이다. 피골이 상접한 백성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권좌를 물려오면서 왕궁에서는 호의호식으로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이 한결같이 살이 비둥비둥 비대해진 육체를 과시해 왔다.

거짓으로 이어온 속임수 왕조

독재왕들은 그들을 위해 충성을 바쳐 자리를 유지해온 깡마른 늙은 장성들과 친위보위대원, 내무정보요원에 둘러싸여 인민들에게는 계속 속임수와 거짓말 정책을 버젓하게 써왔다. 가로되 “남한동포들은 미제국주의자들과 그들의 충견(忠犬) 자본가들의 착취로 헐벗고 자유가 없다. 따라서 ‘우리북조선공화국’이 비참한 남조선을 빨리 해방시켜 지상낙원인 공화국으로 흡수통일하기 위해 인민 모두가 떨쳐나서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리되면 모든 인민이 ‘이밥에 고깃국’을 먹게 될 날이 곧 온다”는 구호가 대를 이어왔다.

90년대 들어서면서 이 속임수의 약효가 작동하지 않자, 김정일은 북한경제가 ‘이밥과 고깃국’을 마련하지 못하는 이유가 ‘미제와 남조선전쟁광들의 발호 때문이니 애국인민들은 고난의 행군으로 다시 뭉쳐 이 어려움에 맞서야 한다’는 새로운 속임수로 인민을 독려하려 했다. 이 속임수의 개발자는 작년 12월 비대한 자기 몸집을 가누지 못해, 피골이 상접한 인민들의 짜낸 거짓울음 속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미완의 세습훈련을 받고 있던 30세도 안 된 젊은 아들 김정은이 능숙한 고모부 장성택과 군부의 들러리 안에서 왕권을 물려받았다. 그런데 외모로 조부를 빼닮았지만 이 준비되지 않은 상속자를 둘러싼 관료조직과 군부조직 내부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감지된다.
그동안 북조선왕국에서는 외부와 차단해 놓은 철벽 틈을 타고 새어드는 외부소식으로 깨어난 일부 인민들이 반발하는 기미만 발견되면, 이 반동분자들은 탄광이나 수용소로 보내져 힘든 강제노동과 굶주림으로 죽음을 당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런 왕조의 특징은 다스리는 자나 다스림을 받는 백성이나 모두 거짓 몸가짐과 행위에 달인이 안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서로 속이고 속임을 당하면서, 알고도 속고 모른 채 속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진실과 거짓이 구별되지 않는다. 속고 속이는 사회에서는 관료들이나 군부 안에서 서로가 상호신뢰하지 못하고 의심이 팽배하기 때문에 조직은 불안정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 처한 나이어린 김정은이 잠못 이루는 밤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철없이 활달하고 발랄한 믿을 수 있는 여인을 가까이 두는 것이다. 최근 김정은이 가는 곳에 늘 동행하는 미모의 젊은 여성이야말로 젊은 북조선 원수가 의지하고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것으로 보인다.

지척에서 지금 권력방패막이가 돼주고 있는 관료 달인인 고모부 장성택과의 의존 관계의 지속성도 거짓과 속임수 속에서 자란 김정은에게는 잠재적 불안요인이 아닐 수 없다. 속임수 사회에서 능구렁이가 다된 행정관료들이나 고위군부의 눈에 비쳐지는 ‘김정은 원수님’은 아무래도 충성을 바쳐 따르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 나이임에 틀림없다. 당장의 분위기 몰이에 밀려 추종하는 시늉은 하지만 속마음으로는 도무지 지도자로 받들 수 없는 실체를 놓고 빚어질 갈등이 앞으로 북한 권력 내부 세력들 간에 어떻게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며 전개될지 주목된다.

김정은, 권력 버릴 각오해야

김정은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지금과 같은 과도기 중에 장성택을 비롯한 관료들과 군부장성들을 움직여 ‘래디컬한 지도력(radical leadership)’을 발휘함으로써 과감하게 북한을 개혁과 개방의 길로 방향을 잡아나가는 것이다. 동시에 정치박물관의 유물로서의 존재가치밖에 없는 기존 공산주의체제를 버리고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남한과의 진정한 민족적 통합을 제안하며 연합 의지를 보이는 일이다. 그러면 남한에서도 쌍수로 환영할 것이다.

민족과 역사를 위해 김정은은 자기와 생사를 같이 하기로 아직 다짐하고 있는 장성택을 비롯한 측근과 소수 고위 군부를 이끌고 남한과의 극적인 통일을 모색해 볼 만하다. 그 예비단계로 북한에 개혁개방노선의 도입을 선포해 남북한 체제통일화의 길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북한이 지금까지 걸어온 주체노선으로는 더 이상 지탱할 수도, 또 글로벌시대에서 살아남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바로 깨닫기만 하면, 그의 참신한 결단으로 놀라운 민족사가 열리게 되고, 그는 진정한 우리 민족의 영웅으로 남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불안정한 권력을 과감히 버릴 각오만 한다면, 그는 살 수 있다.

지금 남한사회에는 민족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북한정권을 지원하고 오히려 남한체제 붕괴를 바라는 친북좌파들이 상당수 있다. 친북좌파가 아니더라도 북한을 무너지게 하기보다 북한을 감싸고 경제적으로 지원해 통일을 늦추는 것이 통일비용을 줄이는 길이라고 착각하거나 오판하는 엉터리 전문가들이 정부 조직 내에도 상당수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지원하는 통일 지연안 반대

최근 ‘미래기획위원회’라는 정부 조직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는데, 나는 그들의 연구나 주장이 틀렸다고 본다. 아무리 남한이 돈과 물자를 북한에 쏟아 붓는다고 해도 지금의 북한체제와 남북대결구도 하에서 남북한 소득격차가 좁혀지리라는 가설은 잘못이기 때문이다.

북한을 지원해 통일을 늦추는 것보다, 차라리 빨리 북한의 붕괴를 유도해 통일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연구는 필자가 그동안 국내외에서 발표한 저술과 연구논문으로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가 있다. 연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잘못 세운 가설을 기준으로 제멋대로 의견을 내놓는 관련기관이나 자칭 북한전문가라는 연구자들은 먼저 연구경력과 자질부터 검증받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선거에서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나 친북좌경조류에 휩쓸려 공영TV방송이나 자칭 북한전문가들이 내뱉는 ‘조건 없이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무책임하고 잘못된 말들로 국민을 오도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남한사회에서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통일을 팔아 자기 부각을 꾀하는 집회, 행사, 기도 모임들 대신에, 막다른 궁지에 처한 북한지도자가 남북통일을 위한 역사적 결단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우선적으로 연구되고 추진돼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