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 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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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2.08.0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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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의 편지

몽테뉴는 일생의 생활 목표를 ‘마음의 평온함’에 두었다. 내일 모레면 80이다. 모든 책임을 다 내려놓은 마당에 뭣이 아쉬워 이렇게 허둥댈 필요가 있을까. 좀 느긋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 갈 연구를 해보자는 것이 오늘의 화두다.

중문과 교수 출신 친구가 말문을 열었다. 지금이 바로 우리가 노자의 생각을 들여다 볼 만한 때라는 것이다.

노자의 ‘무위자연’

거짓이라는 ‘僞 위’자는 사람 ‘人 인’자와 일할 ‘爲 위’자를 합쳐 놓은 것이다. 실제로 사람이 ‘문명’을 만들면, 끝에 가서는 결국 대기 오염 같은 공해와 원자력의 파괴 따위 결과를 가져온다는 얘기다.
진시황이 학자들을 땅에 묻고 경서를 불태우며 ‘인위’의 법치주의 정치로 세상을 다스리려 했지만, 사람들은 억압에 지쳐 염증을 내고 한나라 유방을 택했다.

‘살인자는 사, 치상자와 도둑은 치죄’, 간단 명료한 ‘법三장’만을 내건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노자의 정치사상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춘하추동 4계절의 자연처럼 인간생활도 잔일에 개입하지 말고 대범하게 자연스런 흐름에 내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진시황은 처음으로 중국을 통일하고도 당대로 망했지만 한나라는 400년을 지탱했다.

옆에서 동양사 전공의 친구가 한마디 거들었다.

슬로 라이프

GE를 세계적 초일류 기업으로 일군 잭 웰치 회장이 은퇴 때 한 얘기가 인상적이다. “은퇴로 가장 기쁜 일은 휴대폰을 내려놓게 된 일이다.”

로마의 현인 키케로의 말대로 6, 70대 은퇴자들이 할 수 있는 일도 무궁무진하다. 지식나눔 봉사, 글쓰기, 외국어 공부, 인생철학 탐구 등. 손자의 홈스쿨링도 좋다.

얼마 남지도 않은 귀중한 시간을 아무 소용도 없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매달려 낭비할 이유가 없다. E-mail을 배워 기껏 손자한테 보내봐야 성가셔 하는 게 고작이다. 그런 시간이 있으면 무위자연의 도연명 따라 ‘울밑의 국화 한 송이 꺾어들고 멀리 남산을 바라보는’ 정경이 한결 정취 있다.

공자는 현실에 바탕한 리얼리스트였고, 노자는 이상에 바탕한 아이디얼리스트였다. 젊어서 돈과 출세의 공리주의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나이 들어 노자의 무위자연의 생활 품에 안기는 것은 자연스런 순리다. 아직도 일손을 놓지 않고 있는 병원장 친구가 얘기 뒤를 받쳤다.

마음의 색깔

호흡에도 색깔이 있다. 210도 냉각장치에 숨을 불어 넣으면 액체가 되면서, 그때의 정신상태에 따라 갖가지 색깔이 나타난다. 마음이 평온할 때는 무색 아니면 연분홍 복숭아 빛, 증오에 차 있으면 누런 흙빛, 화가 뻗쳐 있을 땐 시커먼 흑갈색. 이 흑갈색 액체를 몰모트에 먹였더니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독기가 가득 차 있는 것이다. 화가 뻗치면 혈관이 터져 죽기도 하지만, 멀쩡한 사람이 급사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증오와 화로 인한 독기로 가득 차 있다. 어른들 병의 70%가 정신 때문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슬로 라이프, 무위자연의 노장사상이 하나의 치유가 될 수 있다.

주위에 화를 달고 사는 사람들은 고혈압에 심장병, 위장병에 간장병, 어디 한군데 성한 데가 없는 종합병원이다.

젊어서야 그래도 격심한 경쟁 속에 화도 안 날 수 없겠지만, 나이 들어 현업에서 손떼고 나서까지 그런 상태를 끌고 갈 필요는 없다.

세상사에 일희일비 흔들리지 말고, 슬로 라이프, 무위자연의 평온한 마음으로 세상을 관조하며 허허 웃고 지내자는 데에 오늘의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 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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