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선거 사례로 보는 안철수-문재인 단일화 효과
과거 선거 사례로 보는 안철수-문재인 단일화 효과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2.09.2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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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은 2도 1.5도 될 수 있다

선거전문가이며 정치컨설턴트인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지난 2005년 발간한 저서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에서 선거 승리의 최대 요소 중 하나로 ‘구도’를 꼽은 바 있다. 비록 유권자들의 분포가 특정 후보에게 불리하게 구성돼 있는 등 ‘텃밭’에서 열세를 보이더라도 구도의 변화를 통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표를 1~2개월 앞두고 이뤄지는 후보단일화는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이 ‘구도’를 3자대결 또는 그 이상의 다자대결로부터 양자대결로 변화시키는 기술이다.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2위와 3위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했을 때에는 결국 최종 투표에서 패배했고, 단일화에 성공했을 때에는 대부분 좋은 결과가 있었다.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는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이들의 단일화 시기는 후보등록 직전인 오는 11월말로 추정된다. 따라서 최근 큰 선거에서의 단일화 사례 및 최종 결과들을 돌아보는 것은 이번 대선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1+1 이상의 상승효과

2002년 대선은 후보단일화를 통해 승부가 갈렸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무소속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하기 전까지 대선후보 지지도 1위는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였다. 2002년 11월 17일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KRC)가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긴급여론조사 결과, 3자 대결에서는 지지도가 이회창 34.1%, 노무현 20.5%, 정몽준 20.3%로 각각 나타났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와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노무현 후보로 단일화가 됐을 경우 36%의 지지를 얻어 이회창 후보(38%)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몽준 후보로 단일화가 됐을 경우에도 38.9% 대 36%로 이회창 후보에 앞섰다. 후보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역전승을 거둘 여건은 조성돼 있던 셈이다.

실제로 후보단일화는 단일화 실시 이전의 가장 조사에 비해 더 큰 효과를 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가 단일화 직후인 2002년 11월 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무현 후보는 42.2%의 지지율로 35.2%의 이회창 후보에 오차범위 밖의 격차로 앞섰다. 후보단일화에서 승리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가 발생하면서 단일화 이전의 가상 경쟁력에 비해 더 높은 지지율이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단일후보가 된 노무현은 투표 당일까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12월 19일 개표 결과 득표율은 노무현 48.9%, 이회창 46.6%였다.

여기서 동아일보-KRC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가 1+1 이상의 ‘상승효과’를 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2년 11월 17일 3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세 후보의 지지도는 각각 이회창 34.1%, 노무현 20.5%, 정몽준 20.3%이었으나 단일화가 성사된 후인 11월 25일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얻은 지지도는 42.2%로, 17일 조사에서 노 후보(20.5%)와 정 후보(20.3%)의 지지율 합계보다 오히려 높았다. 오차범위 내 차이여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지만, 부동층 중에서도 두 후보의 단일화 결과를 보고 노무현 후보 지지로 돌아선 사람들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0년 유시민-김진표 단일화, 판세 뒤집기엔 실패

최근 큰 선거에서 성사된 단일화 사례를 하나 더 꼽자면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가 있다. 이 선거를 한달 가량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는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의 필승 국면이었다. 중앙일보가 2010년 4월 26일부터 5월 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김문수 후보는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 44.1% 대 24.1%로 크게 앞섰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도 김문수 후보가 39.9% 대 30.4%로 앞섰다.

그러나 유시민 후보와 김진표 후보의 단일화가 성공하면서 판세는 급변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유 후보가 김 후보에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이다. 인터넷 신문 <폴리뉴스>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2010년 5월 15~16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유시민 후보는 41.3%를 얻어 38.8%에 그친 김문수 후보에 2.5%p 앞섰다. 역시 후보단일화 성공으로 인한 컨벤션 효과가 발생하면서 유시민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한 케이스다.

그러나 유시민 후보는 결국 뒷심 부족으로 인해 역전승에는 실패했다. 2010년 6월 2일 투표 이후 개표 결과, 유 후보는 47.79%의 지지를 얻어 김문수 후보(52.2%)에 패했다. 당시 유 후보의 패배 원인 중 하나로는 김진표 후보를 지지하던 민주당 지지층을 모두 흡수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 거론됐다.

실제로 이 선거에서는 무효표가 무려 18만표나 나와서 김문수-유시민 후보의 표 차이(19만1천표)에 육박했는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초단체장 후보로는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유시민 후보 개인에 대해서는 반감을 가지고 있던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던진 무효표’라고 해석했다.

단일화가 독이 됐던 4.11 총선 안산 단원갑

반면 후보단일화의 역효과로 텃밭을 내준 선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2년 제19대 4.11 총선에서의 안산 단원갑 지역구다.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전국 모든 지역구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다. 이 중 경기 안산 단원갑은 역대 선거 때마다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천정배 전 의원이 제18대 총선까지 3선에 성공한 이 지역에서 통합진보당 조성찬 후보는 여론조사 단일화 경선 결과 예상을 깨고 민주통합당 백혜련 후보를 꺾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의 승리였다. 개표 결과 새누리당 김명연 후보는 43.37%의 득표를 기록해 조성찬 후보(36.87%)를 누르고 당선됐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안산시장을 지냈던 박주원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12.8%를 득표하며 여권 성향 표를 잠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압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유시민 후보의 패배와 마찬가지로, 여론조사 경선에서 패배한 민주당 유권자들이 통합진보당 조 후보를 적극 지지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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