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부동산 폭락’ 선동 유감
어설픈 ‘부동산 폭락’ 선동 유감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2.10.1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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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장은 이미 실소유자 중심으로 재편됐다

 

정부에서 지난 9월에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단행한 취득세 인하 조치는 제한적이나마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시내 일부 유망지역의 아파트값은 이미 확연한 상승세로 돌아섰다.

우선 신규 아파트들을 보자. 몇 년 전에 송파구 잠실주공 1~4단지를 재건축한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레이크팰리스 30평대의 경우 7억대 매물은 이미 소진됐고, 한강 또는 석촌호수 조망권이 확보된 동의 로얄층들은 9억에 육박하는 호가가 나와 있다.

재건축 아파트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이주에 돌입한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 아파트의 경우, 56m²가 지난 8월말 5억 5천만원에도 거래되던 것이 현재는 5억9천만원에 거래된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중에서 최고 블루칩으로 손꼽히는 잠실주공 5단지 역시 110m²가 지난 8월말 8억7천만원까지 하락했지만 지금은 9억원 밑으로는 매물을 찾을 수 없다.

9월 취득세 인하 조치, 성공적 평가 

이런 가운데 <미디어오늘>은 10월 15일 대표적인 부동산 폭락론자 중 한명인 선대인 ‘선대인연구소’ 소장의 칼럼을 게재했다. '집값 바닥 쳤다고 말하는 놈은 친구도 아니다'는 다소 선동적 제목이었다. 

선대인 소장은 글 서두에서 자신이 몇 주 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주택경기 장기 침체 가능성 진단'이라는 세미나에 다녀온 사실을 소개했다. 이 세미나에서 한 발표자는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을 했고, 다른 발표자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이 다른 외국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반면 선 소장은 이 칼럼에서 “지금 국내 부동산시장은 구조적 패러다임 전환기인데, 이를 일시적 주택시장 사이클 상의 변화로 본다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크게 낭패 볼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그는 “(위 세미나에서 나온) 이들 주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검토와 분석을 바탕으로 한 반박이 필요하기에 이들 주장에 대한 반론은 뒤로 미루기로 한다”며 얼버무렸다.

이어 선대인 소장은 ‘부동산 투자 10계명’을 제시했다. 이 10계명에는 비교적 기초적인 내용과 함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진단이 군데군데 섞여 있다.

그의 주장은 1) 부동산도 필요에 따라 사는 시대가 된다 2) 저금리라고 빚을 내서 집을 사면 큰 코 다친다 3) 부동산을 구입할 때는 팔 때를 염두에 두라 4) 부동산은 가지고 있으면 비용이 발생함을 잊지 말라 5) 소유보다는 활용의 관점에서 접근하라 6)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환상, 경기가 좋아지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을 버려라 7) 고점 때 가격을 기준점으로 판단하면 낭패 본다 8) 호가와 실거래가를 혼동하지 마라 9) 거시경제 흐름을 모르고 부동산을 논하지 마라 10) 언론의 거짓 보도에 속지 마라 등이다.

보금자리 주택 분양 성공이 시사하는 것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최근 불황 일변도였던 부동산 시장에서 있었던 몇 가지 ‘사건’들을 간략히 소개함으로서 시장의 실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선 소장의 글에서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수량적(quantitative) 또는 근거중심적(evidence-based) 분석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서울 부동산 시장이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던 지난 6월, 강남구 세곡동 보금자리(래미안 강남힐즈)가 분양을 시작했다. 지하철 수서역과 멀리 떨어져 있고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청약 경쟁률은 평균 3.55대 1이었다. 최대 경쟁률은 9.28대 1로 집계됐다.

송파구 남부와 하남/성남에 걸쳐서 건설 중인 위례신도시 역시 순항 중이다. 지난 8월말에 1~3순위 청약을 받은 대우건설의 '위례신도시 송파 푸르지오'는 평균 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이 입주자를 모두 채웠다. 

세곡동 보금자리와 위례신도시의 분양 성공이 시사하는 바는 가볍지 않다. 보금자리 주택의 청약 자격은 대단히 까다롭다. 무주택자여야 하며, 투기방지를 위한 전매금지 조항까지 걸려 있기에 대부분 실수요자 중심의 매수가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불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대중교통의 사각지대에 있는 세곡동 보금자리의 분양이 성공했다는 사실은 서울시내에 신규 아파트 구입을 원하는 대기수요가 아직 남아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시 미디어오늘에 보도된 '10계명'으로 돌아가 보자. 선대인 소장의 주장들 중 1,2,3,4,5,7,8번은 별도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기초적인 내용들이다.

문제는 6번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환상, 경기가 좋아지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을 버려라’다. 그는 이런 자신 있는 단언에도 불구하고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기존의 명제에 대한 구체적인 반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칼럼은 현재의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하락시킨 요인 중 하나가 정부에서 2009년부터 추진한 ‘보금자리주택’ 정책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국민 혈세를 들여서 주변 새 아파트들에 비해 30% 이상 낮은 분양가로 아파트를 짓는 보금자리 정책으로 인해 민간 부동산 시장은 심각하게 왜곡됐다.

주택을 구매할 여유가 되는 수요자들조차도 보금자리주택 당첨에 필요한 ‘무주택자’ 자격 유지를 위해 전세 거주를 선택하게 됐다.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으로 인해 총수요(gross demand)가 대폭 감소한 것이다.

그렇기에 내년 2월에 출범하는 새 정부가 보금자리 주택들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신규 지정을 보류하는 등 시장을 왜곡시킨 외부 요인을 제거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추가로 반등할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제 문외한? 

보금자리로 인한 또 하나의 부작용은 폭발적인 전세값 상승이었다. 2012년 10월 16일 현재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아파트 109m²의 전세값은 5억원을 훌쩍 넘는다. 심지어는 송파구 석촌동 및 송파동 일대 방 2개 빌라의 전세값도 2억원을 넘나들 정도다.

그런데 이 칼럼의 저자인 선 소장은 시장 왜곡으로 인한 전세값 상승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 사실이 있다. 그는 지난 2010년 4월 역시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칼럼에서 “현재의 전세가 상승은 향후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급감하면서 매매 포기자와 주택 매도 후 전세 전환자가 늘어나면서 일시적으로 생겨난 ‘병목현상’이며,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집 주인들과 언론의 선동보도의 결과물”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넘쳐나는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을 감안하면 전세가 상승은 지속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2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전세가는 유례없는 대폭등을 계속하고 있다.

선 소장은 10계명 중 9번에서 “거시경제 흐름을 모르고 부동산을 논하지 마라”며 “향후에는 경제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동산에 접근해선 안 된다. 거시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는 건전한 가계경제를 꾸려나가는 데도 필수적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부동산 대세 상승기 때는 별 이유도 없이 올랐기에 거시경제 흐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채 땅만 보고 다니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예측을 빙자한 선동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한민국 부동산 전문가들을 ‘경제 문외한’이라고 일방적으로 규정한 셈이다.

한편, 자신의 이름을 딴 ‘선대인 경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선대인 소장은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일간지 기자시절 국회를 출입한 정치부 기자였다. 그는 '나꼼수'의 경제버전으로 불리는 '나는 꼽사리다' 팟케스트 방송을 김미화 김용민 등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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