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종교 따라 정치성향 엇갈려
韓‧美, 종교 따라 정치성향 엇갈려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2.11.09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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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정치성향의 미묘한 관계

종교와 정치는 가장 개인적으로 민감한 부분에 속한다. 아주 친한 사이에도 종교와 정치에 대해서는 서로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좋은 경우가 많다. 각기 다른 종교와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충돌 및 감정대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각종 선거 사례를 보면 종교와 정치 성향 사이에는 미묘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현재 국내 대선주자들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빼놓지 않고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도 종교 지도자들과의 면담이다.

종교계의 표심을 얻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하는 사례다. 이에 <미래한국>은 종교와 정치성향 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몇 가지 통계 자료를 소개하고자 한다.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 대통령선거를 보면 종교를 가진 사람들 가운데는 미트 롬니 후보의 지지자가 많고 종교가 없는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오바마가 우세하다.

지난 2004년 미국 대선 이후 오하이오주 애크런대학 블리스 연구소가 발표한 ‘미국의 종교 지형과 2004 대선:심화되는 양극화’ 보고서에 따르면 남침례교를 중심으로 한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도 중에서는 78%가 부시에게 투표했다.

특히 교회 출석률과 성경관 등 11가지 항목을 통해 자신을 ‘정통파’라고 규정한 우파 복음주의자들 중에서는 88%가 부시에게 투표했다. 반면 ‘무종교’라고 대답한 일반인 중에서는 28%만이 부시에게 투표한 바 있다.

또 유권자의 21%는 종교적 신념을 우선해 투표했다고 밝혔으며 종교관과 다른 이슈를 같은 비율로 고려해 투표했다는 대답은 26%여서 절반 이상이 종교관을 반영해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의 정치 개입에 대한 여론

종교의 정치 개입에 대해서는 국가들에 따라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인과 프랑스인은 종교인들의 정치 개입에 반대하는 반면 미국인들은 종교적 신념과 정치를 묶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AP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는 지난 2005년에 한국,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멕시코, 스페인 등 10개 국가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응답자 가운데 63%는 종교가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답했으나 종교 지도자들이 정부에 대해 영향력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응답자도 68%에 달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응답자들 대부분 신앙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신을 믿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2%에 불과했다. 또 종교 지도자들이 정책 입안자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이 40%에 육박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종교가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80%에 달해 유럽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나 성직자의 정치 개입에 찬성하는 이탈리아 국민의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이는 스페인, 독일,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제17대 대선, 기독교-불교 표심 엇갈려

한국에서는 지난 17대 대선 당시 기독교인들과 불교인들의 표심이 엇갈린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경선이 실시되기 이전인 지난 2007년 1월에 BBC와 매일경제신문 동아시아연구원(EAI)이 공동 기획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망교회 장로인 이명박 후보는 기독교와 천주교에서 각각 38%와 3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불자들 사이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28%의 지지율로 20%의 이명박 경선 후보를 앞섰다. 종교가 없다는 계층에서는 이 후보가 25%의 지지율로 11%의 박 후보를 앞섰다.

또한 기독교인들의 이념 성향은 지난 2004년 4.8에서 2007년 5.4로 이동, 중도보수 성향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0에 가까울수록 극좌, 10에 가까울수록 극우)

앞서 지난 16대 대선에서는 기독교인들의 33%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반면 46%가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다. 불교인의 경우 44%가 이회창 후보를, 34%가 노무현 후보를 선택해 기독교인과 다른 투표 행태를 나타냈다. 천주교 신자는 이 후보 42%, 노 후보 40%로 거의 대등한 분포를 보였다.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지난 5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3자대결 구도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불교신자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5월 10일부터 11일까지 여론조사회사인 케이엠연구소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박 후보의 경우 불교신자의 지지율은 54.5%였고 천주교 및 기독교 신자들로부터는 각각 39.5%,와 37.8%의 지지를 얻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경우는 거꾸로 불교신자의 지지율은 18.5%로 평균지지율에 밑돌았지만 천주교 신자의 지지율은 27.9%로 평균을 웃돌았다. 기독교 신자의 경우 안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24.3%로 평균지지율에 근접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천주교 신자의 지지율이 7.0%에 그쳤지만 기독교(11.2%)와 불교(10.0%) 신자의 지지율은 불교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RDD 방식의 전화면접방식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7.9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각각 ±3.1%p) (미래한국)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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