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60주년, 갈 길은 멀다
한미동맹 60주년, 갈 길은 멀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4.2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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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올해는 한미동맹 60주년을 맞는 해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북핵문제는 한미동맹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좀 더 숙고할 만한 숙제들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더구나 G2로 떠오른 중국의 起(굴기)와 일본 정치의 우경화 동향은 우리에게 한미동맹 60주년의 2103년이 적지 않은 시련과 도전의 시기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럴수록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의 새로운 역할과 틀을 구체화하고 강화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원자력협정 개정, 방위비분담 협상, 전작권 전환 대비 등 중요한 현안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북정책에서 한·미 간 공조 방향성은 중요한 숙제다. 이미 오바마 1기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는 한계가 드러난 바 있고, 근본적인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참신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국제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케리 장관의 한반도 외교노선은 잘못된 전제 두 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첫 번째는 북한이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하리라는 생각이다. 두 번째는 중국이 다년간 고수한 대북 외교정책을 선회해서 북한을 압박하리라는 생각이다.”

지난 2월 18일 헤리티지연구소의 브루스 클링너는 월스트리트지를 통해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브루스 클링너는 CIA 한국팀 부장 출신이다. 클링너는 미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 축’(Pivot to Asia)전략에 있어 북한보다 동남아, 일본과 같은 국가들에 더 관심을 보이는데다 동아시아 군비문제에 있어서도 확장정책에 회의를 가짐으로써 ‘북한을 환호하게 만들었다’고 날선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한미동맹에 있어 우리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과연 미국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한미동맹이란 무엇인가. 왜 우리는 한미동맹을 추구하고 있으며 그 방향과 위상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동맹정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이익입니다. 국가이익이 정해지면 이를 기반으로 대외정책과 안보전략이 결정되며 이의 한 부분으로서 동맹정책이 결정되는 것이죠. 한·미 양국은 동맹비전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 김현욱 교수는 이제 한미동맹은 단순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상태에서 한·미간에 국익을 서로 결정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외교적 용어로는 ‘동맹변환’(alliance transformation)이라고 한다. 현재 한·미간에 체결된 ‘전략동맹 2015’에서는 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포괄적 이행계획이 논의 중이나 한미동맹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비전 구축에 대해서는 구체적 진전이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괄적 전략동맹’이란 무엇일까. 그 대답은 미일동맹의 발전과정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우리가 2010년부터 시작한 미국과의 2+2 meeting(양국 국방·외교장관 회담)을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해왔다.

이를 통해 양국간의 국익을 정의하는 미일 동맹 변환 작업이 시작됐으며 군사·외교를 통합해 일본의 대미동맹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새판짜기 작업이 완성되었던 것이다.

즉, 미일동맹 안에서 미국과 일본이 공유할 수 있는 전략적 목적에 대한 합의안이 마련됐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주일미군(USFJ: U.S. Forces Japan)의 배치작업이 논의됐다. 이로써 일본은 미국의 단순한 군사동맹국 차원을 넘어 동아시아 질서를 만드는 역할을 미국과 분담하는 파트너가 됐다.

다시 말해 동아시아에서 내는 일본의 목소리는 미국의 이익을 담고 있는 것이며 미국의 목소리 역시 일본의 이익을 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우리 정부는 올해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이해 ‘한미동맹디펜스 비전 2030’을 마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처럼 동맹의 목표와 미래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다. 이 결과는 올해 10월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보고될 계획이다. 중요한 의제 사항을 살펴보자.

▣ 원자력협정 개정 ▣

박근혜 정부는 2014년 3월 만료되는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이의 주요 쟁점은 미국이 한국의 요구대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인정해줄 것인지 여부다.

현재 미국은 핵비확산 정책과 북핵문제 등을 이유로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1988년 협정개정 당시 포괄적 사전동의제를 도입해서 농축재처리 권한을 인정받았으며 인도 역시 2007년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을 통해 재처리 권한을 인정받았다.

한국은 습식재처리방식을 포기하고 확산저항성이 높은 건식재처리방식(파이로프로세싱)을 채택했으나 미국이 파이로 기술을 재처리로 재분류해 연구가 일시 중단됐다. 2011년부터 파이로프로세싱과 관련해 한·미 공동연구가 시작됐으며 10년간 공동연구 결과에 따라 미국의 동의가 결정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문제는 미국의 핵우산과 남한 자위 핵무장 주장과 얽혀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전망이다.

▣ 전작권 전환 한미연합사 해체 ▣

현재 한미동맹의 가장 뜨거운 쟁점이다. 전환시기가 2015년 12월 1일로 바뀜에 따라 현재 새로운 이행계획인 ‘전략동맹 2015’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전작권 전환 이후 군사지휘체계 구성을 위해 한·미 공동실무단은 ‘전략동맹 2015’ 내에서 올해 상반기 중 결과 도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쟁점이 되는 것은 연합사 해체 이후 별개의 한·미 양국군이 군사협조기구를 통해 조율 및 협조를 취할 경우 북한의 위협이 상시 존재하는 한반도 상황에서 군사적 효율성이 떨어지고 공동작전 수행의 신속성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여러 가지 안이 논의 중에 있으나 연합사 해체 이후 ‘미니 연합사’라는 연합사의 축소판을 신설해 대체토록 하는 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미니 연합사 사령관은 한국군 장성이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작권 문제는 한국의 요구에 의해 연장될 가능성도 있겠으나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 MD(미사일 방어망) 문제 ▣

미국은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핵 역할을 감소하는 대신에 미사일 방어(MD: Missile Defense)와 재래식 무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MD의 영향력은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동북아시아가 MD의 주요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Korea Air and Missile Defense)’를 개발하고 있다. KAMD는 한반도를 범위로 하며 북한이 발사하는 스커드 및 노동 미사일과 같은 중단거리 미사일에 대한 방어를 목적으로 한다.

KAMD가 패트리엇 미사일(Pac-3) 등을 사용하여 고도 100km 이하의 하층 방어를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 비해 미국의 지역적 MD는 북한의 스커드, 노동 미사일 및 ICBM에 대한 방어를 목적으로 하며 하층, 중층, 상층 방어를 모두 대상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한국이 미국의 MD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 그 이유는 중국에 대한 고려와 비용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 MD에 참여해 KAMD와 미국 MD가 통합적으로 운용되더라도 한국의 미국 MD 가입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방어차원이지 중국에 대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의 재정악화와 경기불안으로 인해 한국에 대한 국방비 부담액 요구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가입 시 한국의 비용분담 액수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국(MDA)이 2010년 가을 KAMD 공동연구를 위한 약정서(TOR)를 체결, 연구 진행 중이다. 미국은 과거 20년간 한국의 미국 MD 참여를 요구해왔다. 여기에 천안함·연평도 사태로 인해 한·미 간 안보협력이 강화되면서 MD 참여에 대한 요구가 재차 강하게 행해지고 있다.

한국은 현 추세대로라면 미국 MD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나 이 경우 한중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따라서 미국 MD에 대한 참여를 결정하더라도 서두르지 말고 이를 적절한 시점까지 미루는 것이 좋으며 MD 참여가 대중국 위협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중국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한미동맹의 주요 의제와 쟁점은 군사동맹에 국한돼 있다.
하지만 동맹의 목적, 비전 등을 제시하고 동맹의 큰 청사진을 제시하는 일은 이제 군 당국이 아니라 한·미 양국의 국방·외교장관이 모이는 ‘2+2 회의’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간 2+2 회의는 미·일, 미·호 양 동맹만이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었으나 한·미 양국은 2010년 7월 제1차 2+2회의를 개최했으며 2012년 6월 제2차 회의를 개최했다. 한미동맹이 군사안보에서 경제·외교적 차원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포괄적 전략동맹’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북한의 ‘통미봉남’이나 일본의 ‘독도영유권 분쟁’, 그리고 중국의 ‘해양방위선 확대’와 같은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게 된다. 미국과 국익의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서 자칫 미국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도 있다. 이는 우리의 안보문제에 심대한 영향력을 준다.

중국이 바라보는 한미동맹

그렇다면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한미동맹의 정체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중이라는 이질적이고 대항적 안보세력이 한미동맹에 있어 대항적이며 동시에 분쟁과 갈등의 이해관계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단호하게 말한다.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이분법적 문제를 지적한다는 자체가 매우 비외교적인 행동입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선택문제는 국제정치적 상황과 한국의 이념적 기준이라는 2가지 잣대로 선택될 수 있는 문제일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김현욱 교수의 주장은 ‘고슴도치와 여우’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치학자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은 외교문제에 있어 타협 없이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방어적 원칙을 ‘고슴도치’에 비유했다. 이 원칙이 바로 김현욱 교수가 말하는 ‘이념적 기준’이다.

동시에 현실을 직시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인물이 바로 여우인데 이는 전략적이고 실용적인 개방적 자세를 말한다. 바로 김 교수가 말하는 ‘국제정치적 상황’에 대처하는 전략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중국이 한미동맹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국립외교원이 발간한 ‘한반도 정세와 대 주변국 관계’라는 보고서에는 중국이 일본의 독자적 군사행동을 우려하고 있으며 한미동맹이 그 견제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음을 중국내 전략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지적했다.

심지어 동 보고서는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중국은 미군의 한국주둔에 반대하지 않을 것인데 이는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지역에서의 세력균형에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과 중국의 국익에도 부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중국은 전통적인 ‘이이제이(以夷制夷)’차원에서 한미동맹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싱가포르 모델’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싱가포르는 안보문제에 있어서 미국과 공조를 취하면서도 경제적으로 ASEAN이나 중국과 협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은 싱가포르가 중국을 공격할 의사가 없고 중국 역시 싱가포르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는 한 중국의 입장에서 문제삼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이제 초점은 다시 한미동맹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추구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말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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