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대처인가
대체 왜 대처인가
  • 이원우
  • 승인 2013.04.2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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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 마가렛 대처 장례식에 맞춰 추모토론회 개최

영국에서 마가렛 대처의 장례식이 거행된 날짜에 맞춰 한국에서도 그녀의 업적을 기리는 행사가 개최됐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최병일)이 4월 17일 오후 2시 광화문 S-Tower 22층 베르텍스홀에서 개최한 대처 추모토론회 ‘마가렛 대처,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는 대처의 인생과 업적을 돌아보면서 대한민국에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을 탐색하는 자리였다.

사회자로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 발제자에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토론자에 자유경제원 권혁철 박사, 시장경제제도연구소 김이석 박사,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등 대처와 관련된 권위 있는 저술가 및 자유주의자들이 한데 모여 눈길을 끌었다.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 <철의 여인>의 한 장면이 상영된 뒤 시작된 박지향 교수의 발제는 ‘대처 혁명과 마거릿 대처의 리더십’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됐다.

대처를 ‘자신의 이름 뒤에 주의(-ism)가 붙은 유일한 영국 정치인’으로 수식한 박 교수는 궁극적으로 대처가 개혁한 것은 영국인들의 의식이었음을 강조했다.

모든 것을 정부에 의탁하려는 ‘의존문화’를 “사회 같은 건 없다”는 말로 바꿔놓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과정을 한국의 현실과 대비하며 박 교수는 “아직도 우리에겐 대처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말로 발제를 정리했다.

뒤이어 진행된 토론의 주제는 ‘한국에서도 대처가 탄생 가능한가’로 수렴됐다. 자유경제원 권혁철 박사는 “대처 사후에 그녀를 존경하고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만 과연 그들이 누구이고 무엇을 배우겠다는 것인지 다소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밀튼 프리드먼이 ‘대처 혁명’이라고 호명했을 정도의 강인함을 배우겠다는 것인지 그저 그녀의 몇 가지 행적을 흉내 내는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뒤이어 의견을 발표한 김이석 박사 역시 대처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의 신념을 공고히 했음을 강조했다. 그런 한편 김 박사는 정치가에게 신념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때를 기다리는 능력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대처가 추구했던 시장경제가 우리에게도 이롭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현실 속에서 경험하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한편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한국에서 대처를 흉내 내는 정치가가 나타나면 패배하기 십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눈길을 끌었다. 대처의 성공은 과거를 되살린다고 하는 영국의 보수적 전통에서 기인한 바 크며 5년 단임의 현실을 고려할 때 한국 대통령에게 대처를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다만 현재 북한의 위기가 한국인들을 통합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한국 대통령만의 정치력이 존재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마지막 토론자인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역시 대처의 성공을 영국의 극단적인 위기에서 찾았다. IMF 구제금융까지 받아야만 했던 영국병의 현실이 대처를 소환했다는 사실을 지적한 그는 현재 한국의 경우 국민들이 갖고 있는 정부 의존의식이 좀 더 지속될 여지가 남아 있음을 지적했다. 대처를 추모한다는 감정적 동기로 시작된 토론회는 2013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이성적으로 고찰하며 마무리됐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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