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꼼수에 놀아나는 국정원
정치 꼼수에 놀아나는 국정원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6.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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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CIA나 FBI는 테러와 관련이 있을 혐의가 있는 내용의 이메일을 비롯, SNS와 제반 통신정보를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청의 방법은 고도의 정보 수집과 분석을 통해 테러를 암시하는 은어 또는 숫자, 기호, 그림, 동영상들이 포함한 통신내용을 수집 분석하는 크라우딩 기법을 동원한다고 한다.

이렇게 걸러진 정보들은 다시 다른 루트로 확보된 정보들과 비교해서 테러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만한 정보를 추려낸다.

영국의 가디언지 최신호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연방수사국(FBI)이 불법 개인정보 수집 프로그램인 ‘프리즘’(PRISM)을 통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규모 개인정보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들의 중앙서버에 접속해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수집했고, 감청을 주 업무로 하는 영국 정부기관의 정보통신본부 GCHQ가 협력했다는 사실을 전직 중앙정보국(CIA)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을 통해 폭로했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2차대전 이후 두 나라가 정보를 긴밀하게 교류하고 있지만 불법적인 사찰에 협력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당연히 비난이 제기됐다. 유럽 국가 중 집중 감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 방문 예정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정작 미국인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큰 우려를 하지 않는다.

알몸 투시검사까지 허용했던 미국

개인의 사생활이나 정보가 노출이 되더라도 그것이 국가와 공동체의 안위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얼마 전까지 미국인들이 비행기를 탈 때 받았던 알몸 투시검사다.

미국의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는 승객들은 지난 6월초까지 모두 알몸투시 검사를 받았다. 보안요원의 지시에 따라 검사대 앞에서 양팔을 모두 들면 신체 부위가 거의 투명할 정도로 검사원에게 노출된다. 개인들에 따라서는 상당히 불쾌한 경험일 수도 있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개인적 불편을 참을 수 있다는 합의가 존재했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에게는 북한의 대남전략에 동조하거나 남한사회의 분열을 조장하는 종북의 활동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국가정보원은 이들의 활동을 모니터링하거나 나아가서는 적극적으로 이들의 여론 공작을 방해하는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대한민국을 인정하는 체제 승복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그런 상황이 이번 국정원의 댓글 선거개입 사건으로 불거져 나왔다.

지난 14일 검찰은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이 대선기간 동안 67건의 ‘공직선거법 위반’ 성격의 글을 작성했다고 발표했다.

선거 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댓글을 작성한 국정원 직원은 심리정보국 소속 직원 등을 포함해 모두 9명이었으며 이들은 2012년 9월 19일부터 같은 해 12월 14일까지 67개의 글을 썼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을 비판한 글이 28건, 이정희 후보를 비판한 글이 26건, 문재인·안철수 후보를 직접 거론하며 비판한 글이 각각 3건이었다. 박근혜 대선 후보를 실명 거론하며 옹호한 것은 3건이었다.

국정원 측이 정치권을 비판하는 글의 주제는 NLL(북방한계선) 관련 내용이 19개로 가장 많았고, 북한 미사일(15개), 금강산 관광(7개) 등 주로 야당의 대북 관련 시각이나 후보의 발언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국정원 직원 댓글들의 내용을 보면 대부분 민주당과 이정희 후보의 북한 옹호를 비판하는 글들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글도 있었다.

다분히 ‘정치적인’ 검찰의 기소

국정원 직원들이 정치권을 비판하는 글 주제 가운데 대북 문제를 제외하고 대선 과정에서 화제가 됐던 경제나 교육 공약 등으로 후보들을 비판한 글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심리정보국 5팀 소속 여직원 김모 씨는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국보법 없애면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국보법 없애면 안 되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대한민국을 남쪽 정부라 부르는 사람이 대통령 하겠다고 나서는 판인데 국보법마저 폐지하면 대한민국이 남아나겠나”라는 글을 썼다. 검찰은 이 글을 이정희 후보의 당선을 막으려는 글로 판단했다.

여직원 김모 씨가 민주당원 등에 의해 오피스텔에 갇힌 다음 날, ‘경찰 국정원 직원 이번 주 내 소환’이라는 포털 뉴스에 “부모가 와서 데려가려는데도 못 가게 했답니다”는 댓글은 특정 정당(민주당)을 겨냥한 글로 분류됐다.

검찰은 이러한 글의 내용에 대해 원세훈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제85조(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1항 위반 및 국정원법 제9조(정치관여 금지)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기소 내용을 보면 이 기소 자체가 정치적 결정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은 모두 익명이었기에 글을 읽는 자들은 글쓴이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점을 인지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독자들의 판단은 글의 내용에 의해 공감과 반대로 갈리게 된다. 그러한 글의 숫자도 국정원 직원들이 올렸다는 글의 3%에 지나지 않는다. 누가 봐도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고 볼 수 없는 문제다.

정치권이 만든 어처구니없는 사태

정상적인 검찰의 결정이라면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가 기소사항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통제하려 했다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공무집행은 타당하다.

문제는 민주당의 부당한 정치 공세다. 민주당은 대선기간 중에 대북 심리전을 수행하는 국정원 여직원을 미행하고 성폭력범들이나 자행하는 방법으로 여직원의 승용차를 들이받아 사고를 내서 주소지를 캤다.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국정원 여직원의 주거지를 침입해서 불법적으로 감금하기까지 했다.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국정원은 국가안보의 최전선에 있는 국가기구다. 국정원의 활동은 일반공개를 통해 검증될 것이 아니라 그 활동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고 그렇게 할 권리를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자들에 한해서 검증되고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 이번 국정원 사건도 검찰과 언론의 플레이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여야에서 조사특위를 구성하고 비공개로 검증에 나섰어야 할 문제였다.

국가에 대한 합의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정치권이 만든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의 본질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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