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논란, 11년전을 잊었는가
선거개입 논란, 11년전을 잊었는가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07.0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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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당시 불거졌던 소위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 일부 좌파단체들이 거리 시위에 나섰다. 좌파 대학생들의 조직인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은 지난 6월 21일부터 1주일째 서울 광화문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휴일인 지난 6월 23일 저녁에도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국정원의 선거 개입 규탄’ 촛불집회를 열고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한국의 헌법 질서를 훼손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기 문란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 국정감사 실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구속수사, 책임자 처벌 등이 이뤄질 때까지 매일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이에 가세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국정원 국기문란 국정조사 촉구 국회의원·지역위원장 긴급 연석회의’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의 진실을 계속해서 외면하면 국민과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무조건 즉각 국정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부 좌파 인사들도 이 기회를 적극 활용, 대국민 선동에 나섰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6월 22일 트위터를 통해 국정조사 촉구 2차 온라인 서명운동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26일까지 20만명의 서명이 달성되고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광화문 집회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조사 요구한 민주당

폴리페서로 유명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6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및 여러 진보정당 국회의원, 안철수 의원 등은 여의도에서 ‘을을 위한 정치’나 ‘새 정치’ 등으로 공사다망하신 것 같으니 이번 달이 가기 전에 나라도 광화문에 나가야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안을 의회에만 맡길 경우 절대 풀리지 않는다”며 “의회만능주의자들은 여의도 안에서 나오지 마라. 이 사안을 두고 중도나 절제를 운운하는 자들은 헌법을 다시 읽어라. 헌정문란범죄의 주범과 공범 모두 민주주의 적”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을 세밀하게 조사한 결과 대선후보였던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를 언급한 댓글은 단 3개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민주당과 좌파진영에서는 이 3개의 댓글로 인해 대선 결과가 뒤집혔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盧 당선’ 2002 대선, 최악의 부정선거

그러나 민주당이 승리했던 과거 대선을 돌이켜 보면 댓글 3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불법 선거운동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2002년 12월 대선이다.

2003년 3월 시민단체인 ‘주권찾기시민모임’은 16대 대통령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단체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 측의 3대 허위사실 공표를 선관위가 묵인·방치했다며 중앙선관위를 상대로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었다. 3대 허위사실은 ‘김대업 병풍 조작사건’, 설훈 전 민주당 의원의 ‘이회창 후보 20만 달러 수수설’, ‘한인옥 여사의 기양건설 10억 원 수수설’이었다.

우선 ‘김대업 병풍조작’ 사건은 전과자였던 김대업 씨가 대선 6개월 전인 2002년 5월 말 “이회창 씨 부인 한인옥 씨가 아들 정연 씨의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1991년경 김도술 전 국군수도병원 원사에게 2000만원을 줬다.

김도술 씨는 이를 변재규 전 육군 헌병 준위에게 청탁했고, 변재규 씨는 다시 국군춘천병원에 청탁해서 체중미달로 정연 씨를 군 면제시켰다”고 주장한 사건이다.

당시 김 씨는 “이회창 씨 측근들은 이를 감추기 위해 1997년 은폐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병적기록부 변조, 신검부표 파기 등이 이뤄졌다.

그 후 1999년 군·검 병무비리 합동수사에서 정연 씨의 군 면제 부분에 대한 내사가 있었으나 수사가 중단됐다. 1999년 병무비리 합동수사 때 김도술 씨를 조사하면서 그가 ‘한인옥 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았다’고 말한 것을 녹음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천용택 당시 민주당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대업 씨를 특보로 임명하자’, ‘김대업 씨의 기자회견을 준비하자’ 등의 내용이 적힌 보고서를 공개, 네거티브 공작에 동참했다. 이 보고서대로 김 씨는 2002년 7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박양수 민주당 의원은 김 씨를 ‘의인’이라고 극찬하기까지 했다.

김 씨의 폭로 직후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도가 5~10%p 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대업 씨의 주장 및 폭로는 모두 허위사실로 밝혀졌다.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에 의해 고발된 김 씨는 대선이 끝난 2003년 1월에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긴급체포 구속,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물론 노무현 후보가 이미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였다.

김대업과 설훈의 허위폭로, 대선 당락 좌우

설훈 민주당 의원 역시 2002년 대선 당시 허위 네거티브 공세에 합류했다. 그는 2002년 4월 19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최규선 씨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게 전달해 달라며 윤여준 의원에게 2억5000만 원(20만 달러)을 줬다”면서 “증인과 녹음테이프도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설 의원은 기소된 후 재판 과정에서 김현섭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기자회견을 했다는 사실을 고백한 바 있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부인인 한인옥 여사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도 있었다. ‘한인옥 여사 기양건설 10억 수수 사건’은 2002년 12월 대선을 한 달 가량 앞두고 전과 12범인 김선용 씨와 이교식 씨 등에 의해 제기됐다.

이들은 ‘한인옥 여사가 기양건설로부터 10억 원의 검은 돈을 수수했다’는 가짜 비자금장부(자금지출내역서)를 만들어 결정적인 증거인 것처럼 폭로했었다.

이에 노무현 민주당 후보 선대위는 2002년 11월 15일 민주당 중앙당, 전국 시도지부 및 지구당사에 ‘한인옥 10억 수수! 온국민은 분노한다’, ‘국민 혈세 10억 한인옥은 반납하라’는 현수막을 게재했다.

뿐만 아니라 ‘기양건설서 검은돈 10억 받아 - 공적자금 손실로 이어져’라는 허위 내용을 담은 특별당보를 제작해 전국에 배포한 바 있다. 이 세 가지 폭로는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이 작성한 3개의 댓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파급력을 가졌다.

노무현 후보 본인이 TV 연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이 3대 의혹사건에 할애하며 이회창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이들은 대선 이후에 모두 허위사실로 판명이 났지만 선거 결과는 끝내 뒤집어지지 않았다.

한대련, 표창원, 조국의 본심은?

그러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비롯해 촛불시위를 선동 중인 한대련과 조국 서울대 교수 중 누구도 2002년 대선 이후 노무현 민주당 후보 측의 허위사실 유포 및 불법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한 바 없다.

따라서 현재 이들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 국정원의 선거 개입에 대한 문제의식 보다는 자신들의 이념적-정파적 스탠스에 기반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참고로 표창원 전 교수는 지난 201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경찰대 교수직을 사임하면서 사실상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후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는 대선 패배 이후 ‘광화문 프리허그’ 이벤트를 하면서 자신을 홍보한 적도 있다.

그러나 표 씨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불법 선거운동을 비롯해 당시 밝혀진 김대중 정권 국정원의 대대적인 도청 및 감청, 2004년 4월 총선을 앞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노골적 선거개입 및 각종 헌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표 씨와 조국 교수 등의 선동이 대선 패배에 대한 선거 불복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이유다.

관건은 이번 촛불시위가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처럼 확산될 수 있을지 여부다. 그러나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내용의 유언비어가 대량 유포됐던 2008년과 달리 국정원 댓글 사건은 상대적으로 휘발성이 약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한 초기부터 우파진영에서 맞불 시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좌파단체들의 촛불시위가 열린 지난 6월 23일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우파단체 회원 100여명은 청계광장 북측에서 ‘촛불집회 반대, NLL 대화록 공개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좌파단체들과 대치했다.

자유청년연합, 우국충정단 등도 같은 날 여의도에서 국정조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종북좌파세력들과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국정원의 공작으로 몰아 박근혜 정부를 무력화시키고 더 나아가 18대 대선을 무효화하려는 술수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우파단체들의 신속한 대처로 인해 이번 이슈가 좌우 갈등 구도로 전개되고 이로 인해 양비론이 확산된다면 여론이 한쪽으로 쏠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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