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회담의 숨겨진 의미
韓中회담의 숨겨진 의미
  • 이춘근 박사
  • 승인 2013.07.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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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박사의 전략이야기
 

박근혜 대통령은 6월 하순 중국을 방문, 중국의 고위지도자들과 회담함으로써 한국의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을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중국에 대한 정상외교를 전개했다.

지난 60년 동안 한국의 동맹국으로 한국의 국가안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온 우호국인 미국과 달리 중국은 한국의 주적(主敵)인 북한과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중관계는 한미관계와는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르며 당연히 외교의 목적도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한미정상회담과 한중정상회담은 성과를 평가하는 방법과 기준이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 이익으로 판단해야

우선 두 나라가 특별한 문제를 두고 갈등을 벌이지 않는 상황에서 열린 정상회담이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란 없다. 외교사에서 두 나라 정상이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이다가 한 국가의 정상이 회담장을 박차고 뛰쳐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대체로 점잖은 말, 우호적인 덕담들이 오가며 화기애애한 모습의 사진 촬영이 뒤따른다. 심지어 전쟁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적대적인 두 나라의 지도자가 만났을 때도 분위기는 험악하기보다는 우호적이기조차 했다. 2차 대전 직전 체임벌린 영국 총리와 히틀러 독일 총통의 만나는 모습이 그러했다.

중국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은 언제인가부터 중국을 잠재적인 적국으로조차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생겨났으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그런 현상은 더 짙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 우리나라 신문 중에는 박근혜 정부가 ‘미중 등거리 외교’를 할 것이라는 기사도 실렸으며 박근혜 정부 최초 외교부 장관은 우리나라 주변 4대 강대국을 뭉뚱그려 표현하는 ‘미일중러’라는 용어 대신에 ‘미중일러’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한국의 우호감을 적극적으로 표시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중국에 대한 이해가 높고 시진핑 중국 주석과 사적인 유대관계도 있다고 보도됐다. 당연히 이번 한중정상회담은 화기애애했고 그 결과는 대단히 긍적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전개하는 어떤 나라와의 정상회담일지라도 그 정상회담이 진정 성공적이었는가의 여부는 첫째, 그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국가적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됐는가 둘째, 그 회담을 통해 우리는 우리나라의 장기적 국가 대전략 목표를 추구하는 데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지원을 얻어냈는가의 여부에 의해 평가돼야 할 것이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당장의 국가적 현안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인한 국가안보 문제다.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국가적 염원으로 추구하고 있는 국가 대전략 목표는 한반도에 통일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번 한중정상회담은 어떤 결과를 얻어냈는가.

성급한 비판자들 중에는 이번 한중정상회담을 ‘하나 마나 한 회담’이었다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번 한중정상회담의 의미를 폄훼할 필요는 없다.

한중 정상이 우호적인 모습으로 회담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과 국가의 사활을 걸고 경쟁하는 대한민국에 긍정적인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는 중국의 지원마저 잃었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중국은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中 한반도 비핵화 지지의 속내

다만 우리는 중국의 입장 표명이 진정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면밀하고 냉정한 분석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화려한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 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데 대한 한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나라인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한다고 말한 것은 진전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중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사실상 지원한 나라라는 사실, 그리고 중국은 국제사회의 북한 핵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에 대해 반대, 북한을 두둔해 왔던 나라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한중 공동성명과 기자회견 내용을 정독(精讀)해 보면 역시 중국이 생각하는 북한의 핵과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의 핵은 판이하게 다른 것임을 알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했고 반면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말했다.

공동성명에는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 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는 데 한중 정상이 인식을 같이 한다고 쓰여 있다. 북한의 비핵화란 문자 그대로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중국이 말하는 한반도의 비핵화란 한국의 핵무장 반대,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 재반입 반대라는 의미가 포함된다. 공동성명에 보이는 ‘유관 핵무기 개발’이라는 용어는 중국이 북한의 핵보다는 한국의 핵, 미군 전술핵 더 나아가 한반도를 넘어 일본의 핵개발, 대만의 핵개발을 모두 반대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어떤 통일이냐가 관건

이미 오래된 이야기지만 이번에도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말을 중국이 ‘대한민국이 통일하는 것을 지지한다’ 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한국뿐 아니라 북한도 평화통일을 원하기는 마찬가지다. 남북한의 경우 국가 대전략 목표의 차이는 각론-누가 통일하며 어떤 통일을 하느냐-에 있는 것이지 총론-통일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중국의 정상을 만나 대화하고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것은 중국으로부터 대한민국 국가 대전략 목표의 ‘각론’ 부분에 대한 지지를 받아내기 위해서다. 당연한 일이지만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통일, 비핵화라는 총론은 지지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의 핵폐기’ ‘대한민국에 의한 자유민주통일’이라는 각론을 지지하지 않았다. 공동성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시진핑은 기자회견에서 ‘자주적’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함으로써 북한의 입장을 두둔했다. 자주통일이란 북한의 용어이며 미국의 개입을 반대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북한의 궁극적 지원국이요 아직도 북한과 동맹관계에 있는 중국과 한국의 우호 협력을 과시한 것만으로도 의의가 크다. 중국이 대한민국 정상을 융숭하게 대접해 주었다는 사실은 남북한 경쟁에서 거둔 우리의 작은 승리로 기록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을 팽개치고 우리 대한민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반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지지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큰 오해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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