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풍요롭게 한 神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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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3.07.2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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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헤시오도스 著 <신들의 계보>
 

우주와 인간의 탄생 과정은 늘 신비롭다. 우리가 명쾌하게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서는 과학과 논리가 한계를 드러낸다. 신화는 이런 이성적 인식의 공백을 메워준다. 인간을 넘어선 세계에 신들의 세계가 있다. 인간의 생존 공간에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힘, 그게 바로 신의 역사이자, 신화이다.

호메로스와 쌍벽을 이루는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시인 헤시오도스는 오랫동안 그리스 세계에 전해져 온, 그리고 구전으로 사랑받아 온 우주와 신의 탄생의 신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냈다.

그는 보이오티아 지방에 뿌리내린 살아 있는 신앙과 전승된 이야기들, 고대 오리엔트의 종교 문학에서 유래한 신들의 계승 신화를 묶어 ‘신들의 계보’를 밝혀냈다.

<신들의 계보>, 일명 <신통기>는 그리스 신화의 가장 오랜 문헌으로, 수많은 신들의 가계도와 관계사를 잘 보여준다.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가, <변신이야기>를 통해 그리스 신화를 종합하는 데에도 중요한 출처가 된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나 <오디세이아>가 인간사 속에 신화를 간간이 담고 있다면, 신들의 계보는 인간의 주변세계를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기술하면서도 오직 신들의 탄생과 사랑과 질투, 대결과 전쟁에 초점을 맞추고 집중적으로 신들의 희로애락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스 신화를 알지 못하면 서양의 문명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리스 신들의 이야기는 인간사 곳곳에 스며들어 인간들의 삶을 간섭하고 조종하며 때로 조장했다.

신들의 캐릭터와 행태는 인간들의 또 다른 유형의 대변일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인간들 사이의 관계와 삶의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신들의 역사와 그리고 개별적인 신들이 벌인 고락과 마주해야 한다.

그리스 신화는 신의 세계에서도 아들이 아버지를 부정하고 극복하는 세대 간의 투쟁을 통해 세상 질서의 형성 과정을 보여준다. “제우스가 어떻게 막강한 권력 수단을 손에 넣어 그것으로 우주의 통치권을 장악한 다음 지금도 모든 저항을 분쇄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지 보여”준다. 마치 그리스 원주민을 밀어내고 도래인들이 고대 그리스를 건설해 나가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 같다.

제우스가 주관하는 불사신의 세계에는 수많은 신들이 탄생해 제각각의 역할을 맡는다. 우리는 그리스 신화에서 온 세상을 떠받들고 있는 아틀라스, 인간에게 불을 전해 주고 독수리가 불멸의 간을 쪼아 먹도록 벌을 받는 프로메테우스는 물론, 제우스와 인간 여인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헤라클레스, 지혜의 여신 아테네, 바다의 신 포세이돈, 지상세계의 제왕 하데스 등 무수한 불사신과 반신, 요정을 만나게 된다.

신들의 계보에는 신도, 반신도 인간도 아닌 독특한 자손들도 있다. 비난, 고초, 응보, 기만, 불화, 패주, 공포도 신들의 자식이다. 카오스의 자손인 밤이 고초와 기만을 낳았다. 이런 형이상학적 관념이 신의 계보에 오른 것은 흥미롭다. 신들이 인간사의 현상에 간여할 뿐만 아니라 인간 인식의 내면에까지 들어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 신들은 인격신이다. 인간과 똑 같은 결격과 모순을 안고 있는 불완전한 존재다. 인간과 격을 달리하는 경건하고 도덕적인 기독교적 초월자는 아니다. 부족한 인간과 다름없이 사랑하고 질투하며 전쟁과 복수를 거리낌 없이 행한다. 불멸의 신과 필멸의 인간을 갈라놓는 건 오로지 삶의 영속성의 여부일 뿐이다.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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