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희망버스의 절망적 거짓말
현대차 희망버스의 절망적 거짓말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7.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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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6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인 송성훈 씨는 좌파매체인 <참세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폭력적인 희망버스 사건이 있은 지 약 1주일만이었다.

“국정원 사건에서 보듯 민주주의라는 게 껍데기고 그 껍데기 민주주의일 뿐인 선거조차도 누군가가 마음대로 짓밟을 수 있는 사회에서 엄청난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못할 게 무엇이겠습니까? … 그러나 단 한 가지는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지긋지긋한 차별과 가난을 끝내려는 우리 마음을 짓밟을 수 없을 것입니다.”

송성훈 현대차 하청노조 지회장은 자신의 글에서 2가지를 언급했다. 하나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게 껍데기 같아서 힘 있는 자들이 그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으며 자신들은 ‘지긋지긋’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운동가가 국정원 사건을 언급하는 배경도 사리에 맞지 않지만 진정 현대차 하청노조 즉 비정규직은 가난에 찌들려 살았을까.

현대차 하청노조는 자신들이 한 달에 100만원을 받으며 화장실도 자유롭게 못가며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7월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사내 하도급 근로자의 지난해 평균 연봉(통상임금+상여금)은 5438만원으로 확인됐다.

작년 국내 제조업 평균 연봉(3280만원)의 1.6배로, STX그룹(5317만원) 코오롱(4607만원) CJ(4420만원) 등 웬만한 대기업 정규직보다 많다. 현대차 정규직의 77% 수준이다. 그러면 이들은 현대차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현대자동차가 하청노조 불법파업으로 인해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총 3585억원, 자동차 3만546대의 생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하청노조의 폭력행위로 인해 현대차 사측의 직원들과 보안요원 413명이 부상하는 등 인명 피해도 컸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7월 20일 울산 희망버스의 경우에도 부상자 80여명, 생산차질 15대, 매출 2억2000여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현대차측은 밝혔다. 그런데 이 현대차 하청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경총은 희망버스 난동이 있기 이틀 전 미묘한 성명을 발표했다.

외부 세력이 부추기는 희망버스 파업

경총은 “사내 하청노조의 직접생산공정 근로자 전원 정규직 전환 요구는 외부세력과 결탁한 일부 집행부의 투쟁만을 위한 정치적 요구”라며 “대다수 사내 하청조합원과 근로자들의 의사는 배제돼 있으며 단계적 정규직화를 주장하는 현대차지부의 입장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던 것.

실제로 현대차 하청노조는 6000여명의 근로자의 권익을 대변한다고 하면서도 1200명가량 되는 하청노조 노조원만 우선적으로 정규직 채용을 해달라고 사측에 비밀 협상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요구였다.

더구나 이번 희망버스 파업에는 사내 하청노조와 관계없는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고공농성자모임 등 외부세력이 개입해 불법 파업을 부추겼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비정규직 희망버스는 예전 한진중공업 고공 농성을 벌였던 김진숙 지도위원 등이 포함된 고공 농성자 모임이 주도하고 있다.

사내 하청노조는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고공농성자모임 등과 함께 오는 20~21일 전국에서 울산 송전탑 고공농성장으로 향하는 ‘비정규직 희망버스’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 하청노조가 이렇듯 거짓말을 내세우고 사측에 대해 뻔뻔한 내용을 요구할 수 있는 배경에는 다름 아닌 국회 여·야가 저마다 경쟁적으로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현대차 하청노조는 다른 제조업체들에 비해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여·야 정치권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 바람을 이용해 현대차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얻어내려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러한 경제민주화 바람은 현대차의 정규직 노조마저 비현실적인 노사협상에 나서게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최근 지난해 현대차 매출의 30%를 노조에 지급하고 대학 자녀 학자금 외에 재수생 자녀에게도 연간 1000만원을, 그리고 자신들의 상여금을 연봉의 약 2배로 올리는 노사협상안을 사측에 제시했다가 세간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는 그 전에 현대차 직원들의 자녀에 대해 고용 세습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현대차의 귀족노조 행태와는 달리 정작 현대차의 노동생산성은 오히려 미국의 공장보다 못해 심각한 우려를 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에서 차 한 대를 조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0.7시간이다. 닛산은 18.7시간, 포드는 20.6시간이다. 현대차 내에서도 국내 공장의 인력 운용 효율성(편성 효율)이 해외 공장의 60% 수준이다.

반면 한국자동차 산업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34.8달러로 일본(37달러), 미국(38달러)에 근접했다. 현대차 근로자들이 월급값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대차의 수익구조도 악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분기 영업이익(2조4065억원)이 지난해 2분기보다 1316억원(5.2%) 줄었다고 25일 밝혔다. 상반기 전체로는 3556억원(-7.7%)이 감소했다. 국내 판매 부진, 노동조합의 주말특근 거부 등이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 공장 증설은 해외로

이렇듯 국내 자동차산업 생산성이 외국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지게 되면 생산물량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로 나가게 된다. 현재 현대차는 중국에서는 제4공장까지 증설이 추진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광주공장 라인조정 외에 지난 18년 동안 공장 증설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그러한 국내 생산기피 현상을 설명해 주고 있다.

노동의 유연성도 크게 떨어져서 인력 재배치 효율이 중국공장은 87%인데 울산공장은 고작 54% 수준이다. 가장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현대차가 지금 전체 직원의 3%도 안 되는 비정규직 노조에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차 노조든 현대차 하청노조든 이 노조들의 관심사는 사실 노조원이 아니라 노조 간부들과 이들과 결탁한 외부세력의 이익에 있다는 비판도 있다. 노조 간부들은 파업을 하게 되면 쟁의기금이라고 해서 특별회비를 걷게 되는데 이 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소수의 노조 임원들만이 알고 있다. 외부 감사기관의 감사를 받는 법규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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