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의 ‘혁신적’ 문제들
혁신학교의 ‘혁신적’ 문제들
  • 미래한국
  • 승인 2013.08.0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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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은 특혜, 예산은 무원칙, 효과는 미미, 감사는 사절


서울시의 혁신학교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민주당 의원들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혁신학교의 지정과 취소, 운영에 대한 권한을 기존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시혁신학교위원회로 옮기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연히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105조 4항에 따라 혁신학교는 교육감의 소관이라고 맞서고 있다.

서울시 혁신학교 조례안 통과 직전

하지만 혁신학교 조례안의 서울시의회 통과는 언제든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7월 5일 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전격 통과된 데 이어 12일 본회의 상정 예정이었으나 김명수 의장이 의견 수렴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안건 상정을 보류했다.

하지만 혁신학교를 지지하는 민주당이 서울시의회의 다수(113명중 77명)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 않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이 조례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면 재의를 요청할 계획이고, 재의결에서도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3분의 2의 찬성으로 통과되면 대법원에 제소할 방침이다.

혁신학교는 애초 25~30명의 소규모 학급에서 입시 위주가 아닌 창의적 자기주도교육을 시킴으로써 공교육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2009년 경기도에서 시작됐다. 교육과정과 학교운영에 교사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지금은 올해 3월 1일 현재 경기 195개교, 전북 83개교, 전남 52개교, 광주 18개교 등 주로 진보 교육감이 선출된 지역에서 456개교가 운영 중일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는 2200개 초·중·고등학교 중 곽노현 전임 교육감이 퇴임 전인 2011년에 정한 67개교 혁신학교가 운영 중이다.

문 교육감은 혁신학교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한 뒤 혁신학교의 지속이나 폐지 등의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문 교육감 취임 이후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의뢰해 서울시의 67개 혁신학교 중 59개 학교를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월 2일부터 7월 19일까지 8개 혁신학교를 대상으로 예산 사용 등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다. 전임 곽 교육감의 핵심 정책에 대해 일단 제동을 건 셈이다. 이에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혁신학교에 대한 권한을 교육감에서 빼앗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문 교육감이 창의적인 교육을 시킨다는 혁신학교에 대해 중간 평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혁신학교에 대한 특혜 지원과 실질적인 교육 효과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들 학교에 일반학교가 받는 기본운영비 외에 학교당 평균 1억4000만 원, 총 100억 원 정도의 혁신학교 운영지원비를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교육청과는 별도로 서울시도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혁신학교, 형평성 어긋나고 효과도 미미

문제는 한정된 서울시교육청의 예산이 혁신학교에 집중됨으로써 다른 일반학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의 교육경비 총량은 일정한데 혁신학교에 추가로 운영비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다른 학교의 기본 운영비를 줄여야 한다”며 “혁신학교가 늘어날수록 일반학교의 교육 환경은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혁신학교의 학생들이 각종 체험활동에 재료비는 물론, 교통비·식비·간식비 등을 지급 받으며 학습하고 있는 동안 다른 일선의 많은 학교는 학교 운영비가 부족해 냉방이나 노후 화장실 등 시급한 시설 개선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은 혁신학교를 운영 중인 다른 시도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부 시도 교육청은 진보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혁신학교에 예산을 집중 편성하고 있다.

지난해 말 문형호 경기도의회 교육의원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195개교의 혁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2013년 혁신학교 예산이 전년보다 29억원 증액된 204억인데, 쓰이는 곳은 교사수당이나 홍보비 남용이 많았다.

학생 인기 노린 선심성 예산 집행 많아

혁신학교 예산이 허술하게 사용되는 사례는 더 있다. 강은희 새누리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혁신학교의 취지에 맞지 않는 선심성 비용 집행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여교사 휴게실의 전기온돌 설치 비용으로 지원금을 사용하는가 하면 교직원 체육복이나 교무실 커피 자판기, 학생 티셔츠 구입에 예산을 집행하기도 했다. 특히 학생들에 대한 선심성 비용 집행이 많았다. 예컨대 학생들 생일 축하용 케이크, 수영장 단체 입장료, USB 지급 등이다.

게다가 일부 혁신학교는 물품을 공급하는 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일선 학교의 행정실장이 편지를 통해 학교운영 권한이 강해진 평교사들이 체육관 물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와의 계약을 강요했다는 내용의 양심 고백을 했다.

혁신학교의 교육 효과도 뚜렷하지 않다. 특히 학생 만족도는 특혜 지원에 따른 허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학업성취도 검사에서 혁신학교가 일반학교에 비해 학력 향상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진정한 혁신학교라면 막대한 예산을 끌어다가 학생과 학부모의 환심을 사기보다는 교사들의 열정으로 공교육 개선의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에선 오히려 표적 감사라며 서울시교육청에서 실시중인 감사를 반대하고 나섰다. 혁신학교 인근 전월세 값이 오를 정도로 학생들이 만족하고 있는데 혁신학교의 확산을 서울시교육청이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심성 예산 집행이 많은 혁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감사는 반대, 전교조 정치공간화 우려

허수라는 것이다. 더욱이 혁신학교가 전교조의 정치 공간화가 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올해 조사한 서울시 혁신학교의 전교조 가입률은 초·중·고등학교 각각 18.7%, 29%, 33.2%로 일반학교 평균 10% 내외에 비해 월등히 높다.

시민단체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의 이희범 사무총장은 “혁신학교를 장악한 전교조가 좌파 시민운동 세력을 방과후 선생님이나 학교 직원으로 고용해 좌파 운동권의 해방구로 삼는 경우가 많다”며 “전교조가 말로는 평등교육을 외치면서 특혜 투성이인 혁신학교의 감사를 반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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