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한일관계 ‘미워도 다시 한번’
좌충우돌 한일관계 ‘미워도 다시 한번’
  • 미래한국
  • 승인 2013.08.1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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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좌담]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호사카 유지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소장
[미래한국 특별좌담]
참석자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도쿄대 정치학 박사(左)
호사카 유지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소장, 고려대 정치학 박사(中)
사 회황성준 본지 편집위원, 전 조선일보 모스크바 특파원(右)

일본의 아베 신조 연립정부가 지난해 말 중의원 선거에 이어 참의원 선거에서도 압승했다. 아베 내각은 지난 7월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일본유신회와 다함께당과 협력하면 개헌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선거 승리 이후 아베 일본의 우경화도 더 탄력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시선도 호의적이지 않다. 통상 한미정상회담 이후 진행되던 한일정상회담은 아직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악화일로인 한일관계는 향후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과연 동북아 체제에서 바람직한 한일관계의 모습은 무엇일까.

이에 본지는 국내 대표적인 일본 전문가들과 한일관계의 현안을 진단하는 긴급 좌담을 개최했다.

사회=한일관계가 악화일로입니다. 두 분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나요?

진창수=굉장히 악화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90년대 탈냉전 이후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한일관계의 관리가 매우 어려워졌어요.

첫째 정부 간 신뢰관계가 없어졌어요. 그 전에는 국민들이 좀 감정적으로 대립하더라도 정부는 소통했는데 지금은 이 소통이 없고 서로 오해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민간의 경우 경제나 관광 등의 교류는 큰 변동 없지만 국민 감정은 매우 나빠졌죠.

호사카 유지=맞습니다. 특히 최근 양국 정부 관계 악화가 심각합니다. 이런 상황은 자민당 이전인 민주당 정부 때부터 심화됐어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한국이 적극 협력했는데도 불구하고 이후 일본이 역사왜곡 교과서를 검정에서 통과시킨 데 이어 일본의 극우파 의원들이 독도를 방문하는 식으로 한국을 자극했죠. 여기에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함으로써 한일관계는 급랭됐습니다.

사회=일본이 中 중심으로 보이는 한국의 외교를 우려하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선 한국이 중국에 경사돼 있다고 생각하는 게 사실입니다. 통상 미국에 간 후에 일본을 방문하는데 중국에 먼저 간 게 근거죠. 일본에선 한국이 일본을 무시하고 중국만 상대하려 한다고 생각하면서 감정이 상했어요. 이를 이용하는 정치세력도 등장하고 있고요.

호사카=한국이 경제적 면에서 세계 G2가 된 중국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한국이 정치적으로도 중국을 중요시 하고 일본을 소외시킨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한일정상회담 올해는 힘들어

사회=한일정상회담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한일관계 악화는 양국 모두에 불리할 텐데요.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올해 안에 한일정상회담은 힘듭니다. 양국 정상이 만나서 무엇인가에 합의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에는 집단적 자위권 등 껄끄러운 문제들이 계속 터질 가능성이 많죠.

그것보다는 국제회의 같은 다국 정상회담에서 우선 만나고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 같아요. 상반기는 2월 다케시마의 날, 3월 교과서 검증 문제, 4월 춘계 야스쿠니 방문 등이 항상 있거든요.

호사카=박근혜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해봤자 일본 정부에서 망언이 터져 나오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일본 정부는 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하는 식으로 독도문제 이슈화를 노리고 있으니 한일관계 정상화는 대단히 어려워요.

양국 정부에서 물밑 협의가 필요한데 그럴 만한 인재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일본과 중국 간에는 물밑에서 움직이는 특사가 있지만 현재 한일 간에는 없어요. 오히려 日中 정상회담은 가능할 듯도 해요.

=한일은 이미 경제, 문화적으로 상호의존 관계이기 때문에 정부 사이에 덜컥거려도 곧바로 문제가 생기진 않아요. 다만 비용이 계속 높아지죠. 이전에는 축구시합에서 해프닝이 있어도 정부가 시비 거는 일은 없었습니다.

한국은 일본과 얘기하기 너무 힘드니 중국으로 가고 그러면서 미국과의 관계도 재조정됩니다. 한일 갈등이라는 것은 정치적 거래 비용을 높이는 것이죠. 외교적 부담을 줄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사회=양국 내 여론이 정부 간 대화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한국에선 예전 광우병 사건 때처럼 자극적인 내용의 ‘일본방사능 괴담’이 떠돌고 있죠.

=중요한 점은 반일 감정이라는 게 어떻게 생기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요즘 일본 이미지는 쇠퇴한 일본, 그리고 역사에 대해 반성은 안하면서 우경화되는, 나쁜 이미지 두 가지입니다. 여기에 시민단체와 야당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이 악의 근원’이라며 개정을 주장하고 있죠.

그런데 그걸 만든 사람이 박정희 대통령입니다. 그러니 딸인 박근혜 대통령도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방사능 괴담과 이것을 정치 공격의 재료로 삼으면 한일관계의 파탄뿐만 아니라 광우병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어요. 이런 인식 자체를 바로잡아야 해요.

합리적인 외교라는 것은 일본과 중국의 균형을 추구하며 국익을 취하는 것인데 국민 여론은 일본은 안 된다는 게 문제예요. 그렇기 때문에 근거 없는 괴담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응해야 합니다.

개헌으로 가는 복잡한 계산식

사회=적어도 2016년까지는 아베의 시대가 왔다고 합니다. 아베 정권의 성격은 어떻습니까?

=아베 정부는 세 가지 지지세력이 공존합니다. 아베노믹스를 통한 경제 회복에 기대하는 일반 국민이 있고, 농민·자영업자 등 기존 보호산업의 세력들, 그리고 세 번째는 헌법 개정을 주장하는 우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베의 일본에선 이 세 종류 세력의 목소리가 다 나옵니다. 우리가 보기에 합리적인 일본과 비합리적인 일본이 섞여서 동시에 나타나는 거죠. 아베는 이 중 어느 하나도 없앨 생각이 없고, 잘 관리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유지할 생각일 것입니다.

사회=개헌 가능성은 있을까요?

호사카=개헌을 발의하려면 일본 참의원의 3/2 이상인 162석이 필요합니다. 자민당, 일본유신회, 다함께당 등 개헌에 찬성하는 의석이 142석이고 개헌에 유보적인 여당인 공명당이 20석입니다. 그러니 이들이 타협하면 개헌이 숫자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는 아닙니다.

공명당도 일단 자위대를 인정하는 수준의 개헌이면 용의가 있다고 하니까요. 아베 생각으로는 자위대부터 먼저 하고 그 다음에 헌법96조 즉 헌법 개정에 숫자적 요건을 완화하는 것을 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투표로 50%를 넘는 지지를 얻느냐가 중요하니, 여론을 조성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죠.

=헌법 개정은 힘들다는 게 일본 정치권의 기본 생각이라고 봅니다. 공명당은 우리 생각보다 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훨씬 강경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평화와 도시생활인의 권익을 지킨다는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들은 헌법9조를 지키면서 가헌(加憲)을 말해요. 자민당은 마이너스, 즉 ‘평화헌법’인 헌법9조를 없애려고 하죠. 즉 헌법 개정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말은 맞습니다만 실질적으로 아베 총리의 집권 기간 내에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경제에서 ‘무리’하는 아베 내각

사회=아베노믹스에 대해 회의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재정정책만 하던 일본이 처음으로 금융정책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두 번째는 재정을 풀고, 세 번째는 성장전략이죠. 성장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이전의 폐쇄적 일본에서 새로운 일본으로 바뀌느냐가 관건이죠.

그런데 기득권 세력의 반대가 많아서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에요. 일본의 급격한 실패는 우리나라에도 재앙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은 급락보다는 서서히 위기가 올 것이라고 봅니다.

호사카=아베노믹스는 기본적으로 정치가 경제에 개입하는 것입니다. 아베는 1차 내각 때 경제를 무시해서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에 참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의 지지를 얻는 수단으로 엔을 찍어내는 아베노믹스가 고안된 것입니다. 정치가 경제에 이런 식으로 영향을 주면 안 됩니다. 아베 총리는 우익적, 헌법 개정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경제에서 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한국사회 분위기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질문을 하겠습니다. 외국 기자나 학자들, 특히 필리핀이나 싱가포르 등에선 중국에 대한 견제로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갖는 게 무슨 문제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소장

호사카=한국은 과거 일본의 식민지였고 중국은 만주를 뺏겼죠. 이에 반해 동남아는 대개 자치 정부를 만들어줬어요. 입장이 다른 거죠.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서 아베 총리는 간단하게 설명합니다. 동해에서 미국이 북한의 공격 받을 때 옆에 있는 일본 군함이 아무것도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일본 국민은 이건 극히 하나의 예라는 것을 알고 반대합니다. 아베의 속내는 중동 등 미국 군대가 가는 곳엔 어디나 가겠다는 것입니다. 영국처럼 하자는 것이죠. 그런데 과거 정부의 통제 밖에 있었던 일본군의 행태를 보면 이걸 용납할 수 없어요.

만주사변이나 중일전쟁은 군부의 독단이었는데 일본 정부는 이후 이를 처벌하지도 않았고 철저한 반성도 없었어요. 다시 자유로워진 일본 군대가 예전의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는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논리는 첫째 미국을 지원하겠다, 둘째 중국에 대응하겠다는 것입니다. 자세히 따져보면 한반도 유사시에 장단점이 있어요. 미군이 한국을 지원할 때 후방기지에서 지원은 일본의 역할이니 어느 정도 순기능도 있어요. 중요한 점은 어떻게 객관적으로 순기능과 역기능을 나눠서 국민에게 설명할 것인가 입니다.

일본이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공공재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과거 역사와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고요. 미국과 일본의 동북아 안보 전략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한국이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어요.

호사카=일본은 미국을 돕는 것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간 나오토 총리 시절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가 한국을 관통하며 여러 조사할동을 할 수 있다고 했어요. 이런 게 해소되지 않으면 우리의 걱정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사회=집단적 자위권 관련해 호사카 교수님이 비판적이고 오히려 진 교수님이 긍정적이십니다.

=맞습니다. 일본 국민은 대체적으로 전쟁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에요. 집단적 자위권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제 객관적 판단의 시점이 왔다고 봅니다. 역사와 결부하지 말고 국익을 얘기해야 해요. 일본엔 보통국가로의 흐름이 존재하는데 계속 반대만 할 수 없습니다.

‘대화’ 가능한 상태 유지돼야

호사카=그냥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고 그런 식으로 볼 것은 아닙니다. 보통국가로의 흐름이 당연한 것으로 인정되면 안 된다는 것이죠.

과거를 반성하지 않으면 되풀이 되는 게 당연합니다. 우리의 걱정을 공론화하고 일본도 그 부분을 확실히 알도록 해야 합니다. 과거처럼 중앙정부의 명령을 무시하는 군대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회=미국에는 일본이 동북아 안보에 책임을 안지고 경제 번영에 무임승차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호사카=그것은 미국의 입장일 뿐입니다. 우리와 일본 관계는 다릅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한일 간 정보나 군수 등 안보협력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국민 여론은 반대하고 있죠. 결국 학자들이 국민 여론을 설득할 논리를 개발해야 해요.

사회=지정학적으로 동북아는 북방세력과 해양세력 간의 대결 양상을 보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해양세력의 동맹인 일본을 소외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기본적으로 한국의 외교전략은 어느 국가와도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쪽에 치우치면 다른 국가에 영향력이 없어지고 우리 외교정책은 한계에 부딪칩니다. 물론 미국을 중심에 놓고 중국과 일본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한국은 동북아에서 정당한 주장을 하는 모범국가로서 자리 잡아야 외교 지평이 넓어집니다.

사회=양국에 전문가는 많은데 실질적으로 한일관계를 개선할 대화의 파트너가 없는 것 같습니다.

호사카=지금은 양국에서 새로운 인재가 만들어지는 과정입니다. 현재 과거 김종필 씨나 박태준 씨 같은 분들이 없는 상태죠. 그래서 대화의 창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입장을 견지하며 일본을 정말 잘 아는, 균형자 역할을 할 사람들이 조속하게 형성돼야 합니다. 그래야 대화가 원활하게 되고 극단적 상황으로 가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는 우리가 일본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과 하고 싶은 말을 여러 루트로 정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한일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상대방의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 하는 것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빨리 채널을 열어서 양국의 입장을 소통해야 해요. 그리고 한일관계는 양국관계로만 보면 안 되고 동아시아 전체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어요.

일본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지 않으면 좀 더 큰 틀에서 해결해야 해요. 동아시아 내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문제를 한국이 주도하면서, 한일관계도 그 속에서 이끌어 가야 합니다.

정리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사진 /은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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