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대선은 시작됐다
박원순의 대선은 시작됐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9.0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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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의 별명은 ‘원또’다. 누가 붙여준 것이 아니라 박 시장 스스로 그렇게 불렀다.

“박원순이 또 해냈다는 뜻이지요.” 박 시장은 2012년 서울시장 보선에서 당선됐을 때 그렇게 말했다. 박 시장의 ‘또’는 단지 서울시장에만 그칠 것 같지는 않다. 정계에서 그의 2017년 대선 출마는 거의 기정 사실로 통한다.

“솔직히 대항마가 없다고 봐야죠.”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박 시장의 경쟁력을 그렇게 평가한다.

‘원또’ 박원순 시장은 이슈를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정치적 여론화하는 데 능숙하다. 그의 시정활동을 지켜 본 한 시의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똑같다”라고 평가한다. 물론 좌파적 성향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그런 박 시장은 최근 무상보육에 정부와 새누리당이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다며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포스터 광고를 했다가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그런 박 시장은 서울시의 3조원에 가까운 불용예산을 뒤로하고 2000억원대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하는 선택을 강행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서울시 빚은 중앙정부, 더 정확하게는 박근혜 정권의 책임이라는 이야기다. 과거 무상급식으로 승부수를 걸었던 ‘원또’ 전략을 재가동하는 모습이다.

박 시장이 대선의 꿈을 가지고 있다는 관측은 지난해 그가 2017년까지 3180명의 서울시 마을공동체 활동가를 육성하겠다는 발표로부터 나왔다. 이들이 대부분 과거 좌파진보진영에서 활동했던 소위 ‘박원순 사단’이라는 이야기는 서울시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서울시는 이 활동가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720억이라는 예산을 들여 관주도 사업으로 추진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의 시행 계약자는 알려져 있다.

박원순이 2017년을 점찍은 이유

2000년대 저 유명한 ‘성미산 마을 투쟁’을 이끌었던 (사)마을의 유창복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와 동지들은 흔히 ‘생활형 풀뿌리 좌파’라 불린다. 자본주의와 권력에 맞서 개발반대 투쟁을 하고 마을을 좌파 이념형 공동체로 조직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흔히 성미산 마을공동체를 ‘자본주의의 해방구’ 또는 ‘파리 코뮌’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한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은 지난해 좌파성향의 특정정치세력을 지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우리마을 미디어 문화교실’ 사업에서 지원받은 ‘구로 민중의 집’과 ‘중랑 민중의 집’이 그랬다. 항간에는 박 시장의 그러한 지원이 야권연대의 지원에 힘입어 당선된 보답이었을 것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박 시장은 2012년 4월 총선 즈음 현재 이석기와 이정희, 김재연 의원 등 종북 RO사건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통합진보당을 위해 민주당이 의석을 충분히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박 시장이 민주당에 요구했던 의석수는 종북 통진당이 원내교섭단체를 이룰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왜 박원순 시장은 민주당이 아니라 야권연대에 그렇게 많은 힘을 실어주려고 했던 것일까. 여기에는 한 가지 공개된 비밀이 있다. 통합진보당내 舊 민주노동당계가 지방기초자치단체들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세력으로 그 뿌리와 저변을 넓혔기 때문이다. 그것은 ‘원또’ 박원순 시장의 입장에서는 2017년 대선가도에 대단히 중요한 ‘자원’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자.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를 견인한 민노당은 민주당과 더불어 한나라당에 압승을 거뒀다. 민노당은 6.2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3명, 광역의원 23명, 기초의원 116명을 합쳐 142명을 당선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총 447명의 출마자 가운데 32.2%가 당선돼 영호남 지역에서는 공히 제2당을 차지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민노당의 당선율은 10%대였다. 당시와 비교하면 엄청난 약진이었다. 민노당은 경기, 인천, 충북, 전북, 광주, 전남, 경남, 울산, 제주 등 9개 시도에서 광역의원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민노당의 야권연대 힘은 한나라당의 텃밭을 교란시켰다는 점에 있었다.

민노당은 울산 북구 지역을 한나라당으로부터 탈환했고 울산지역에서 기초단체장 1명(북구청장), 광역의원 7명, 기초의원 17명을 당선시키면서 '울산 제1야당'이 됐다.

영남지역의 경우 경남도의원 3명, 경남과 부산에서 각각 25명, 9명의 기초의원이 나왔다. 당시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아성에서 기초의원, 광역의원을 대거 뽑아주셔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를 만들어 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민노당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우세지역인 호남에서도 약진했다. 전남도의원 2명, 전북도의원 1명을 비롯해 광주에서는 9명의 기초의원이 당선됐다.

이런 민노당은 그 여세를 몰아 19대 총선에서는 사실상 최대 승리자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 민혁당과 직간접 연관이 있는 주사파 NL(민족해방전선)의 핵심들이 야권연대를 통해 제도권 의회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배후는 박원순이다(?)

그 배후가 바로 이번 종북의 내란음모 사건의 주인공이 된 이석기, 이정희, 김재연 등의 경기동부연합이었다. 이를 두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종북 40여명이 제도권에 진출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 모든 상황을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는 이번 이석기와 통진당 사태에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대신, 박원순 시장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와 대결하는 고도의 정치적 플레이를 택했다. 바로 ‘무상보육 고수’와 ‘9개 경전철 사업 고수’라는 ‘원또’카드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자신의 마을공동체 사업이 서울시의회로부터 비효율과 권위주의 행정이라는 반발에 부딪히자 무상보육 카드를 꺼내들었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박 시장의 입장은 ‘국고지원 불가’라는 현 정부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박 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굉장히 서운하다. 이 문제는 함께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지난해에는 정부와 서울시 등이 일정한 타협을 봤고, (무상보육 예산에) ‘향후 지방정부가 더 이상 부담하지 않는다’는 합의도 이끌어냈다. 그런데 올해는 심지어 만나주지도 않았다.

나는 ‘새벽에도 좋고 밤에도 좋고 언제라도 좋다’라고 말했는데 현 부총리에게 ‘러시아에서 돌아오면 보자’는 답을 들었다. 앞으로 많은 현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걱정이다.”

무상보육이라는 정치쇼

박원순 시장의 이러한 주장은 무상보육이 다름 아닌 현 집권 여당의 지난 대선 공약이었고 집권 후에도 선도적으로 주장했던 복지정책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니 왜 지금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는 ‘따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어처구니없다는 입장이다.

“속과 겉이 다른 이중적 인간이나 할 수 있는 무상보육 쇼”라는 원색적 비난을 퍼부은 이는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이었다.

“돈이 없어 무상보육을 못하겠다던 서울시의 최근 3년간 불용예산이 3조3800여억원이었습니다. 무상보육비 부족분에 전용해서라도 충당이 가능한 것 아닙니까” 김성태 의원의 반박이다.

그는 “아무런 수단과 방법이 없어서 고뇌에 찬 마지막 방법으로 지방채권을 발행하겠다는 박 시장의 고단위 꼼수와 정치쇼를 보는 내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라며 박원순 시장의 무상보육 재원을 위한 2000억 지방채 발행을 비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무상보육비는 없지만 예산 낭비라며 중단했던 서울시 경전철사업에는 8조5000여억원을 들여 재추진하려는 박 시장은 서울시민을 기민하고 있다”며 “애초 의도적인 무상보육 과소 편성으로 위기를 자초해놓고 오히려 시민들에게 무상보육 위기가 대통령과 국회탓이라며 정쟁을 유발시켰다”고 비판했다.

사실 서울시의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높다. 박 시장이 무상보육 재원이 반드시 필요했다면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박 시장은 그렇게 하지 않고 ‘빚’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를 ‘몽니’라고 꼬집었다. “무상보육 문제를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며 해결을 질질 끌어오다가 선심을 쓰듯 지방채를 발행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따지고 보면 박원순 시장의 무상보육 2000억 지방채 발행은 터무니없는 면이 있다. ‘반드시 하겠다’면 다른 예산을 줄이면 된다. 용인시의 경우 적자 용인경전철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5년간 교육예산의 절반을 줄이는 선택을 했다.

그러한 선택이 올바른 것인가라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공공재정이란 결국 ‘선택과 포기’라는 원칙을 박 시장은 받아들이지 않는 셈이다. 재정이 부족하다는 서울시는 최근 귀족노조 민주노총에 15억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래서 박 시장의 무상보육 2000억 지방채는 ‘정치적 카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무상보육은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는 민생 현안입니다. 이를 핑계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편을 가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의 말이다.

모든 길은 박원순으로 통한다

박원순 시장의 ‘대결정치’는 사실 2017년 그의 대선행보에서 반박근혜 진영을 결속하겠다는 전선(戰線)이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

그에게는 ‘야권의 오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과거 박원순 시장이 직접 이끈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아름다운가게 등을 통해 그와 직간접으로 연결된 사람들은 소위 ‘박원순 사단’이라고 불린다.

정계에서 ‘박원순 때문에 먹고 사는 사람들이 직.간접으로 3만여명에 이른다’는 이야기는 정설에 가깝다. 박 시장이 이런 자원을 결속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권의 강력한 대항마’라는 정치적 포지션이 필요하다는 분석은 특별히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이념은 어떨까. 그는 자신의 정치관을 뚜렷하게 나타내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들 사이에서 정치인 박원순은 ‘중도’로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는 월남을 패망시킨 베트콩의 지도자 호치민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여러 차례 언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은 호치민에 대한 한 아동도서의 추천사에서 “미국을 물리치고 조국의 통일을 이뤄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평가를 직접 들어 보자.

“세기를 넘나들며 호치민만큼 온 국민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은 지도자는 드물 것입니다…(중략) 베트남에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호치민은 여전히 국민들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마음의 연인처럼 간절하게 사랑받고 있습니다…(중략)

그 유명한 동굴 투쟁의 시기에도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독립에 대한 열망과 민족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었습니다. 비록 그는 사랑하는 조국 베트남의 통일을 보지 못하고 1969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의 사상과 지도력은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베트남 국민들을 단결시켜 마침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물리치고 조국의 통일을 이뤄냈습니다.” (2008년 도서출판 웅진주니어(발행인 최봉수)가 펴낸 아동도서 <호치민 이야기> 추천사)

대표적 국가보안법 폐지론자

박원순 시장은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다. 그는“‘좌경’, ‘좌익’이 惡(악)일 수만은 없다”며 “‘좌경’ ‘좌익’을 완전히 배제하는 국가야말로 극우독재정권이었음을 동서의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고 자신의 저서 <국가보안법 연구>에 썼다.

“민주주의는 결코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며 오히려 이들 이념을 받아들여 그 사회 속에 하나의 가치체계로서 보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박원순 시장의 지론이다. 그의 주장 한 페이지를 직접 읽어 보자.

“이제 국가보안법 시대는 완전히 물러가야 할 때가 왔다. 이제 무대에서 惡役(악역)의 노릇을 끝내고 막을 내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지난 시대 우리 사회의 각 분야가 반공의 그림자와 국가보안법의 위세 앞에 주눅 들어 폐쇄와 퇴행 속에 갇혀 지내던 불행이 더 이상 지속되어선 안 된다…(중략) 진실로 국가보안법 시대는 去(거)하고 민족통일의 시대를 열어야 할 때가 왔다.” (박원순 著 <국가보안법 연구 1>, 28페이지)

박원순 시장의 2017년 대망론에 과연 국가안보가 있을까. 이번 통진당 이석기의 내란음모에 그가 긴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습은 박원순의 실체가 무엇인지 따로 설명이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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