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들린다! 종북용어사전
알아야 들린다! 종북용어사전
  • 이원우
  • 승인 2013.09.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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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너무 다른 ‘그들만의 용어’를 해설한다


“바람처럼 순식간에 오시라. 그게 현 정세가 요구하는 우리의 생활 태도이자 사업 작풍이고 당내 전쟁 기풍을 준비하는 데 대한 현실 문제라는 걸 똑똑히 기억하라.”

공개된 ‘이석기 녹취록’의 일부다. 조선중앙TV를 보는 것처럼 어딘지 어색하다. 리춘희 아나운서에게 과외라도 받은 걸까. 지난 4일 이석기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의 신상발언에서도 왠지 모르게 묘한 화법을 구사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남쪽 정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발언에서 감지되는 이 이질감은 이른바 RO 녹취록 속에서 더 도드라진다.

그래서 준비했다. 종북용어사전! 녹취록 안에서 알듯 모를 듯 사용되는 그들만의 주요 은어들을 가나다순으로 알기 쉽게 풀어 본다. 해설과 감수에는 소싯적 ‘운동 좀 하던’ 본지 편집위원이 참여했다.

가장수령: 김일성을 지칭하는 은어다. 가장(家長)이라는 단어가 방증하듯 그들은 북한 체제를 하나의 가정으로 묘사한다. ‘위수김동(위대한 김일성 수령동지)’이라고 인사를 건네면 ‘친지김동(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으로 받아주지는 않았나 모를 일이다.

남쪽의 수: 이번 녹취록에서 가장 화제가 된 단어다. 수(首)는 한자 뜻 그대로 ‘머리’를 뜻한다. 그냥 ‘수’라고만 하면 비서동지, 즉 김정일을 지칭한다. ‘남쪽의 수’는 이석기다. 다시 말해 이석기는 남한 내의 혁명동지들 사이에서 김정일에 버금가는 인물이다. 항간에는 이번 사건을 ‘감히 수를 참칭한 이석기에 대한 북측의 차도살인’으로 보는 음모론도 일고 있다. 어디까지나 농담 같은 말이지만, 그가 북측으로부터 ‘공인’ 받은 핵심인사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무형분자: 이념적 색깔이 불분명한 사람을 일컫는 말. 녹취록에서는 심상정, 유시민 등의 인사를 비난하기 위한 의도로 쓰였다. 비슷한 말로는 ‘종파분자’가 있다.

속도전: 최단기간에 최상의 성과를 내자는 말을 할 때 자주 구사되는 북한식 표현. 이석기 무리는 이번 5월을 전쟁임박 시기로 판단하고 “총공격이 떨어지면 속도전으로 해야 한다”는 대화를 나눴다.

자기초소: 혁명과업 수행을 위해 투쟁하는 일터를 일컫는 말. 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혁명 동지들은 “자기 초소에 놓인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창조적 발상으로 한순간에 적들을 공격해야” 한다. 이석기 자신과 그 무리들의 경우 자기초소는 국회였을 것이다.

혁명의 계승자: 김정은을 지칭하는 말. 김일성이 1974년 제정한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 3조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권위, 당의 권위를 절대화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곧 김정은의 권력 또한 절대적인 바, 김정은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혁명 혈통을 이어받는 혁명의 계승자다.

유독 ‘절대’라는 말을 좋아하는 이들은 김일성,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태양궁을 ‘절대성지’로 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쩌면 그들은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간마다 절대성지를 향해 정성 어린 기도를 올리고 있지는 않을까? 아, 물론 마지막 말은 이정희식 농담이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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