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을 바로 봐야 韓日관계가 풀린다
中國을 바로 봐야 韓日관계가 풀린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12.1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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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협력이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및 아시아, 대양주 국가 등 역내 국가들과…”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반도 주변 4강국가를 호칭하는 가운데 일본을 중국 다음으로 언급했다. 이전까지의 관례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였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고 이명박 대통령도 그랬다. 눈치 빠른 이들은 이미 박근혜 정부의 대외관계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양갈래 외교가 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런 도사(?)들 조차도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를 일본보다 앞에 둘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자칭 타칭 정치평론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부친 박정희 대통령이 만주 육사 장교 출신이고 친일자라는 비난, 그리고 한일협정에 대한 비난을 의식해서라는 이야기다.

이에 반대하는 측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무언가 ‘탁견’이 있어서라고 했다. 그것이 무언지 말하는 이는 없었다. 그저 ‘두고 보면 안다’라는 말로 마무리됐다.

이런 분석보다 더 그럴 듯한 해석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의 용미(用美)전략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일본과의 외교적 갈등을 미국과의 협상 레버리지로 삼으려 한다는 것. 물론 그것도 확인된 바는 아니다.

정부 친중 노선의 배경은?

‘포퓰리즘’이라는 해석도 있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말 독도를 방문해서 일본의 반한감정이 높아진 점과 이에 반응해 우리 국민들의 반일감정이 상승한 점을 박근혜 대통령이 인기 유지에 사용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무엇이 옳은 이야기인지는 알 방법이 없다.

다만 외교부에서 나오는 언급은 박 대통령이 ‘국가 정상화’의 차원에서 한일과거사 문제를 도외시하고 일본과 쉽게 마주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문제는 일본의 아베 총리가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간에 지금의 한·일관계는 비정상으로 가고 있다.

박 대통령이 내치와 외교 모두에 대단한 공력을 가진 정치인이 아니라면 박 대통령이 대일관계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분석이 틀렸다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미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복지공약’, ‘국회선진화법’ 등 굵직굵직한 정책에서 방향 선회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일관계는 아니어야 하는가. 만일 한일관계에서도 방향 선회가 필요하다면 왜 그런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제는 아무도 말이 없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중·일간에 등거리 외교가 아닌, 친중노선을 보다 명확히 한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미국은 이미 중국의 외교전략이 ‘해양팽창주의’임을 일찌감치 주장하고 있었고 중국의 경제성장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왜 박근혜 정부는 보란 듯이 친중노선을 선명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던가. 그렇게 해서 대미협상으로부터 무언가 더 유리한 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걸까.

그렇다면 무얼 이끌어 낸 것일까.

마잉주 대만 총통은 자신의 대중외교를 ‘유연함’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렇기에 마잉주 총통의 대중국 대응이 널뛰듯하더라도 그것을 ‘유연함’이라는 프레임으로 설명이 가능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대중, 대미, 대일 외교는 딱이 무어라 정의하기 어려운 모호함 속에 있다. 박 대통령은 그것을 ‘원칙 있는 외교’라고 말할 것이다.

그 원칙이 비록 공개적으로 말해지지 않는 것이라 해도 좋다. 문제는 결과다. 결과가 좋으면 그 원칙이 모호함이든 비겁함이든 상관이 없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동북아 질서의 문제는 ‘나이스 샷’이라 할 만하지 않다.

이미 이어도 방공식별구역(ADIZ) 문제에서 그렇게 친근함과 우정을 나눴던 중국으로부터 재조정 협상 거부 통보를 받았던 점이 증명한다. 결과가 안좋다는 거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중국이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을 발표했을 때 우리 외교부의 태도였다.

외교부는 “이어도는 섬이 아니라 암초여서 영유권분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어도에 대한 우리 방공식별구역 제외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외교부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발표를 ‘일방적’이라고 하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물론 재조정 협상 요구를 내놨다.

문제는 중국이 우리에게 보여 준 태도였다. “대화는 할 수 있지만, 이어도는 섬이 아니라 암초여서 영토 갈등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우리의 주장을 중국이 반복했다. 할 말이 없던 정부는 다시 “이어도는 영토문제가 아니라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문제”라고 스스로 딴죽을 걸며 나왔다.

중국과 방공식별구역 협상을 피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하지만 이것도 자승자박의 문제였다. 이어도에 대한 해상주권이 중국과 한국 누구에게 있느냐는 문제에 대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EEZ에서 해상주권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어도는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안에 있으므로 이어도에 대한 해상주권은 대한민국에 있다는 주장을 외교부가 했어야 한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중국과 갈등을 피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렇게 돌아온 것은 중국으로부터 ‘방공식별구역 재협상 불가’ 통보였다.

중국의 정확한 속내를 파악할 때

이러한 과정을 보면 박근혜 정부의 친중노선이 다름 아닌 ‘사대주의’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주권에 대해 주장하는 바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중국의 우리 정부에 대한 회유가 일종의 ‘사기’일 수 있다는 심증을 불러온다. 이 모든 점으로부터 박근혜 정부의 대일외교관계는 중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선행될 때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는다.

그러면 중국은 도대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중국의 손자는 그의 병법서에서 병자궤도야(兵者詭道也)라고 했다. 무릇 병법의 본질은 상대를 속이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멀리 있으면서도 가까이 있는 듯이 행동하고 가까이 있음에도 멀리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는 이 궤도(詭道)의 전략을 기가 막히게 써먹은 자가 있었으니 바로 모택동이었다.

모택동은 중소분쟁에서 신장 위구르인들에게 대소 전쟁에 참가하면 그들에게 독립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해서 수많은 위구르인들이 중소전쟁에서 중국군의 편이 돼 싸우고 전사했지만 모택동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독립을 요구하는 이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시진핑을 비롯해 중국 정치 엘리트들이 이러한 궤도(詭道)의 이치를 모를 리가 없다.

미국의 루거 상원의원은 2012년 12월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을 분석한 의회보고서에서 ‘중국은 북한을 방패로 삼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제약하려 하기에 결코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 지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은 한중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통일은 중국의 소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만일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중국도 어쩔 수 없다’라는 문장과 동치다. 우리 정부가 그런 중국의 문맥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중국의 엘리트들 스스로 자신들을 속이는, 즉 궤도(詭道)의 희생자는 아니냐는 의문이다. 이런 의문은 다름 아닌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서 나왔다.

헤리티지는 최근 ‘china myth’(중국의 신화)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중국 경제력의 한계와 허구

가장 중요한 문제는 중국이 자본주의 경제 원리를 공산당 엘리트들이 머릿속으로 계획한다는 점에 있다. 다시 말해 통제와 자유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곡예 하듯이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점인데 그러한 것은 경제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게임이다. 중국의 엘리트들이라고 모두 神과 같은 전지전능한 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지적한 문제는 예리했다.

중국의 ‘한 자녀운동’이 20년 후의 중국을 노후화 시켜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봤던 것. 중국이 이제야 한자녀 갖기 산아제한을 포기했지만 이미 늦었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청소년들은 이제 혼자 두 부모를 먹여 살려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됐고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노동비용의 인상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의 분석을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가 픽업했다. 그리고 더 자세하게 분석해 제시했다.

중국인의 평균 수명은 1949년 35세에서 현재 75세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출생률은 1.5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을 크게 밑돌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인구통계학자 카이 팡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중국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노동 잉여에서 노동 부족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노동 인구는 2011년 처음으로 감소했지만 일본은 1990년 전후에 유사한 전환점에 도달했는데 당시 일본의 생활 수준은 이미 미국 수준의 90%에 육박한 반면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는 중국의 1인당 소득은 아직 미국의 20%에 못 미친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했다. 카이 교수는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은 부자가 되기도 전에 늙는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중국 공산당으로 하여금 근로소득이 생산성을 웃도는 임금체계를 강제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중국의 향후 10년간의 경제운용의 방향은 소득의 배분을 더 많이 늘리는 것이며 이는 근로자 임금을 정부가 정해서 높이는 방법으로 시행될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중국에서 단순히 싼 노동력에 의한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는 사라지고 그 경쟁력은 인도나 베트남과 같은 국가들로 옮겨가리라는 점이다.

생산기지들의 이전…中 운명은?

실제로 중국은 그러한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가장 큰 걱정은 미국이나 일본 정도로 산업기술이 축적되기도 전에 자본의 이동 사이클이 인도와 같은 나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미 그러한 현상은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가 한국과 유럽의 기업들을 베트남과 같은 곳으로 생산기지를 이전시키는 현상을 낳고 있다.

헤리티지가 관심 있게 보는 중국의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지배 엘리트들의 사적 이익문제다. 중국의 최고 권력자들은 국가 비즈니스의 사업권을 가족끼리 나눠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엘리트들의 국가 사업권 사유 관습은 중국 경제 운용의 결정이 시장원리가 아니라 지대 추구의 원리로 결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간층 고위 공산당 엘리트들이 도맡아 운영하는 국영기업들의 경우 중국 금융시장의 자금을 저금리로 막대하게 빨아먹는 비정상적 구조로 경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지난 달 중국의 18기 3중전회에서 이러한 문제를 도출하고 국영기업의 구조조정과 개혁을 주문했지만 실제로 공산당내 여러 파벌들이 얽히고 설킨 국영사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이 쉽게 될 리는 만무하다. 그것은 어떤 점에서 중국내 극심한 권력투쟁을 예약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미국을 비롯 서방의 경제 전문가들과 연구소들이 중국의 이러한 경제운용 전략을 비웃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다.

 

2006년 ‘중국이라는 거짓말’을 쓴 기 소르망(Guy Sorman)은 중국의 모순에 대해 더 직접적 분석과 대안을 제시한다. 그는 상층부 중국의 논리와 하층부 중국의 대립된 논리를 제시하면서 중국에 대한 잘못된 환상들을 지적하고 있다.

기 소르망이 수년간 직접 중국을 취재하며 얻은 사실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극도의 빈곤 속에 살고 있으며 그보다 더 심한 정신적 곤궁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의 80%에 해당하는 시골 농민들은 사유 재산과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아무런 권리도 누리지 못한다. 13억 인구 중에 기적적인 경제 발전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소수이며 나머지 10억 국민은 경제 성장의 뒤안길에서 참을 수 없는 불의의 심화, 공직자들의 부패, 학교와 무료 진료소 같은 유익한 모든 것으로부터의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모순적인 중국이 미래 성장을 위해 해야 할 일에 대해 기 소르망은 듣는 사람이 무안스러울 정도로 간단한 처방을 제시한다. 다름 아닌 ‘모순의 진원지인 중국 공산당이 해체돼야 한다’는 것.
중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마치 레고 장난감 조립하듯이 하는 나라다.

등소평이 ‘흑묘백묘’를 말했을 때 그것은 자발적인 시장의 원리로 등장하는 검은 고양이나 흰 고양이가 아니라 주인이 필요할 때마다 갈아치우는 고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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