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국가 스위스의 성공 비결은
일류국가 스위스의 성공 비결은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12.31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사와 함께 하는 세계여행⑫ 요르그 알 레딩 주한 스위스 대사
요르그 알 레딩 주한 스위스 대사

유럽 중부에 위치한 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국가 중 하나다. 스위스의 1인당 GDP는 2012년 기준으로 7만7840달러.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등과 세계 1위를 다투고 있다. 천혜의 관광자원이자 요새인 알프스 산맥을 끼고 있으며 각종 첨단기술 및 유제품의 보고로 세계인들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한 스위스.

<미래한국>은 지난 11월 우리 국가대표 축구팀이 스위스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르기 전날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 위치한 주한 스위스 대사관을 찾았다. 대사관 주변 지역은 ‘돈의문뉴타운’ 건설이 예정돼 있어 인근 대부분 주택 및 상가들이 이주를 마쳤고 스위스 대사관 역시 재개발을 앞두고 이주 준비를 하고 있어 조금은 어수선했다.

- 대사님은 한국에 부임해 오시기 오래 전부터 한국과 인연이 깊다고 들었습니다. 그 인연에 대해 먼저 좀 소개해주세요.

저와 한국의 인연은 약 40년 전인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국제 교환학생 프로그램인 아이섹(AIESEC) 회원이었던 저는 당시 숭실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2주간 머물렀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한국의 어느 가정집에 머물렀는데 그때는 인터넷이나 이메일도 없었고 페이스북도 물론 없어서 아쉽게도 연락이 끊어졌었습니다. 수십년간 백방으로 그 가족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2000년대 초중반 한국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간 FTA 협상 때 유럽 측 협상단의 일원으로 참가하면서 수차례 한국을 찾았지만 그때도 그 가족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인연이 있었는지 결국 저는 2012년 주한 스위스 대사로 발령을 받았고 적극적으로 수소문을 한 끝에 금년 4월 40년 전 만났던 한국 가족들과 재회할 수 있었습니다.

- 그렇다면 대사로서 한국 부임을 지원하셨던 건가요?

그렇습니다. 스위스에서는 임명된 대사들이 일반적으로 한 국가에서 4년간 근무합니다. 그리고 나서 로테이션을 거치는 수순인데요. 몇몇 후보 국가들 중에서 대사 본인이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주저 없이 한국을 골랐습니다. 제 마지막 대사직이 될 예정이므로 더 의미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한국과 FTA 체결한 3번째 국가 스위스

- 한국이 스위스와 FTA를 체결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협상을 주도했다고 하셨는데 설명을 좀 해주시죠.

FTA 협상을 위한 시도가 2002년에 처음 있었는데 당시에는 조금 더 기다리자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저는 스위스의 무역사절단 일원으로 협상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 12월 양측이 정식 서명하게 된 것입니다.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에는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스위스는 칠레, 싱가포르 다음으로 한국과 FTA를 체결한 3번째 국가가 됐습니다.

- 한국-스위스 양국의 무역 현황은 어떤가요?

숫자만 놓고 보면 스위스가 흑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한국의 제품은 제3국에서 생산한 후 스위스로 수출되는 구조라서 한국의 수출액으로 잡히지는 않는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이 적자를 보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그런데 스위스에서 한국 제품들은 대단히 인기가 많고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장점유율도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 스위스에서 한국에 대한 대체적 인식, 이미지는 어떤가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최근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이 이뤄낸 경제적 성과와 발전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참고로 한국(South Korea), 스위스, 싱가포르 3국을 ‘3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이뤄낸 세 나라들이죠.

그러나 이 3국의 경제정책은 서로 다릅니다. 정부의 개입이 비교적 많은 한국, 싱가포르와 달리 스위스는 정부가 법제도, 교육, 인프라 등 기본적인 프레임만 구축한 후에 나머지는 개별 경제주체들에게 맡기는 시스템입니다.

- 스위스는 훌륭한 복지제도로 유명합니다. 복지시스템 유지를 위한 세금 부담이 크지 않나요?

스위스의 세금은 유럽에서 평균 수준입니다. 다만 세율보다 더 중요한 건 세금을 내고서 무엇을 돌려받느냐 하는 겁니다. 현재 스위스의 통계를 보면 대단히 긍정적입니다. 우리는 정부의 부채 비율도 낮고 순수 실업률도 3% 수준으로 유럽에서 가장 낮으며 거의 완전고용 수준입니다. 통화 역시 안정돼 있는데 지난 2년간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방성과 산업의 다양성이 성공 요인

- 스위스는 세계에서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고 많은 세계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나라고 손꼽히기도 합니다. 스위스의 성공 비결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첫 번째 요인은 개방성입니다. 스위스 대학 교수들을 보면 40%가 외국인들입니다. 기업체의 CEO들도 외국 출신이 많습니다.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 능력만 있다면 스위스에 와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스위스 굴지의 기업인 네슬레(NESTLE)에도 외국 자본이 참여하고 있구요, 시계 산업에도 프랑스 자본이 참여했습니다.

관광산업도 예전부터 영국의 부유층이 자주 여행을 오면서 발달했습니다. 이미 400년 전부터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중립국이었던 스위스로 많은 외국인들이 이주를 왔고 뿌리를 내렸습니다.

또 한가지 요인은 산업의 다양성입니다. 우리는 유제품 등 각종 식료품에서부터 화학, 의료에 이르도록 다양한 산업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시계, 전자제품 등 공업도 발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은행, 보험, 운송업도 스위스가 강점을 가진 산업 분야입니다. 산이 많은 나라이기에 철도 관련 기술도 스위스의 경쟁력입니다.

- 스위스는 국적을 얻기가 대단히 어렵기로 유명한데요. 그 사실만 놓고 본다면 개방성과는 언뜻 연결이 되지 않는데요.

그건 오해입니다. 외국인이 스위스에서 거주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실제로 스위스 인구의 23%가 외국인들입니다. 국적을 취득하는 데 7년에서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와서 일하고 거주하시는 건 쉬운 편입니다. 특히 EU(유럽연합) 국적을 가지신 분들에겐 더 쉽습니다.

실업률 3%의 비밀, 'dual education'

- 스위스의 개방성이나 산업의 다양성이 가능한 요인에는 독특한 교육제도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스위스 교육시스템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죠.

스위스에서는 대학교로 진학하는 학생의 비율이 30~4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60~70%의 학생들은 9~10학년을 마친 후에 공장 등에서 취업을 준비합니다. 주간 수업일수 5일 중에서 4일은 공장에서 일을 하고 나머지 하루만 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습니다. 이걸 4년간 하면서 OJT(On-the-Job-Training) 트레이닝을 하는 겁니다. 실무를 미리 배울 수 있는 거죠.

이렇게 되면 그들을 훈련시키는 기업들로서도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역량을 정확히 교육시킬 수 있고 학생들로서도 일선 기업들에서 필요한 내용들을 미리 배울 수 있습니다.

물론 직업교육을 선택한 학생들에게도 추후에 대학 진학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dual education system’입니다. 유럽에서 우리와 같은 교육제도를 가진 국가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뿐입니다.

 

- 스위스 경제를 얘기할 때 중소기업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대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스위스는 중소기업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가입니다. 전체 기업들 중 98%가 중소기업이구요. 이들은 자체 영업망 및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기존 대기업들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그 만큼 산업이 다양화돼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 스위스 은행이 전세계의 검은 돈을 숨겨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비판 여론이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그간 스위스 은행의 가장 큰 장점은 예금자에 대한 비밀 보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이제 대폭 변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국제적 기준을 따라서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위스가 이런 형태의 은행을 보유하게 된 건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과거 유럽은 중세시대 이후로 전쟁이 끊이지 않던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종교만 달라도 서로 전쟁을 하고 죽일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가운데 스위스는 중립국으로서 유일한 안전지대였습니다. 스위스 은행의 특성도 이때 생긴 전통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언급하신 대로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중립국이라는 겁니다. 이에 대한 스위스 국민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중립국은 인기가 그다지 없죠.(웃음) 그런데 우리가 중립 노선을 취한다는 건 전쟁 발발 시 중립이라는 의미이고 전시가 아니라면 세계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는 게 우리 스위스의 방침입니다.

실제로 아시다시피 스위스에는 유엔기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스위스 국민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라는 3개의 민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과거 유럽엔 전쟁이 대단히 많이 발발했습니다. 그때 스위스가 중립을 지키지 않고 특정 국가의 편에 섰다면 내전이 발생하고 국가가 분열됐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저희에게 있어서 중립은 필수적 선택이었습니다.

- 중립국으로서 북한 핵문제 및 인권 침해에 대한 스위스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물론 북한과도 수교를 맺고 있지요.

우리는 중국 베이징에 대사관을 두고 북한과 수교를 맺고 있습니다. 북핵 및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 기본적으로 우리는 UN 회원국으로서 북한이 UN의 방침을 따르도록 합니다. 그러나 스위스는 국제적십자사의 국가이기도 합니다. 북한 정권이 아닌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독재정권에 의해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두 번 고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이를 위해 임산부와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게 분유를 공급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산사태 방지를 위한 기술적 지원도 합니다. 참고로 스위스는 산이 많은 나라라서 산사태를 막는 기술과 노하우가 탁월합니다. 사막화를 막는 기술도 탁월합니다.

세계 평화에 적극 개입하는 ‘중립국’

- 스위스는 판문점 중립국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어느덧 60년이 넘었습니다. 이와 관련한 기념행사를 내년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남한 쪽에는 스위스와 스웨덴이 중립국으로서 참여하고 있구요, 북한에서는 체코와 폴란드가 판문점에 상주하다가 공산권 붕괴 이후 떠난 상황입니다.

초기에는 100명의 스위스 군인들이 판문점에 상주하면서 휴전 상황을 모니터링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상황이 바뀌면서 지금은 고문관 5명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 한국과 스위스가 수교한 지 올해로 50년째입니다. 어떻게 기념하고 있나요?

여수엑스포에서 성대한 기념행사가 있었고 2014년에는 스위스 최고의 오케스트라 2개가 올 예정입니다.

인터뷰 / 김범수 발행인 www.kimbumsoo.net
정리 /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사진 / 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