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부실 경영, 녹아내리는 포스코
방만·부실 경영, 녹아내리는 포스코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01.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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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포스코 이사회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만 했다. 한때 세계 3위의 철강기업 포스코가 경영 부진과 부채의 증가로 연속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기업의 신인도가 투기등급에 준할 정도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로 7대 CEO 정준양 회장이 사퇴함에 따라 포스코는 새로운 CEO를 선발해야만 했다. 당연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인사 입김이 들어 왔다. 이러 저러한 외부 인사들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포스코 이사회는 8대 CEO로 28년째 포스코에 재직하는 동안 기술연구소장 등 연구개발(R&D)직 외길을 걸어온 권오준 기술총괄 사장을 회장으로 결정했다.

박원순, 안철수 이사의 역할은?

포스코는 원래 정부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입김을 많이 받아 왔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포스코 청암재단은 좌편향적 시민단체들을 해외 연수라는 명목으로 미국의 유수한 주립대학 등에 매년 10명씩 1년간 유학비와 생활비를 대주며 정치적 지렛대를 구축하기도 했고,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안철수 현 의원을 사외이사로 위촉해 하는 일 없는 거수기로 고액 연봉과 스톡옵션을 제공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특히 안철수 의원은 안랩 (구 안철수연구소) 원장이었던 2005년 2월 포스코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두 달 뒤 스톡옵션으로 받은 2000주를 기간 만료를 앞둔 2012년 4월 말 행사했다. 안 원장은 스톡옵션의 행사로 모두 3억7000만원가량의 차익을 얻었고 한 달 한 차례 정도 열리는 이사회에서 6년 동안 총 3억여원에 가까운 보수를 별도로 받았다.

안철수 의원은 심지어 미국 유학중에도 포스코의 사외이사직을 유지했다. 특혜가 아니고서는 달리 납득이 가지 않는 포스코의 처사였다.

물론 포스코가 사규에 의해 그러한 인사들에게 거액의 연봉과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것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박원순 씨나 안철수 씨 모두 철강산업에 이해가 없는 비전문가였으며 심지어 그들은 웬만한 정치인들보다 더 정치적인 행보를 걷고 있던 시기였다.

그런 박원순, 안철수 씨는 포스코의 방만한 경영으로부터 주주들을 보호하기는 커녕 이사회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안철수 의원은 2005년 2월~2011년 2월에 개최된 이사회 의결안 총 235건에 대해 모두 다수 의견에 동조했으며 이 때문에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여론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문제는 포스코가 안 원장이 사외이사로 활동했던 6년 동안 모두 43개 자회사를 늘렸는데 이 중 대우인터내셔널과 성진 지오텍 등 2개사는 안 원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1년(2010년 2월~2011년 2월) 사이에 승인된 것이다. 안 원장은 이 같은 포스코의 자회사 확장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포스코가 시너지를 기대한 20여 건의 공격적인 M&A가 막대한 부실을 초래해 위기의 주된 원인이 됐다는 점이다. 2011년 순차입 9조 원은 경기침체 속에 주력사업인 철강업까지 위협해 국제신용등급이 2011년 A에서 A-, 2012년에는 BBB+까지 하락했다.

2012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4000억 원이나 줄었고 2005년 30%에 육박하던 영업이익률은 2013년 2분기에 5.7%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조강생산 실적도 3990만 톤으로 2011년 세계 4위에서 5위로 하락했다.

물론 세계경기 침체와 중국제철산업의 팽창으로 가격경쟁력이 하락한 면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수년 동안 포스코의 무리한 해외투자와 자회사 설립 등 방만한 운영이 부실을 초래한 핵심 원인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포스코의 경영부진은 ‘제철보국’(철을 만들어 국가에 보답한다)의 ‘초심’을 망각한 폐쇄적인 경영이 누적된 결과다. 역대 임원들이 연공서열로 최고 CEO를 맡는 인사관행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왔다. 현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투자, 사업목적이 투명하지 않은 계열사 확대 등 방만한 경영도 도마에 올랐었다.

 

방만 경영으로 위기 맞은 포스코

무엇보다 국민들을 실망하게 만들었던 것은 2013년 11월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종전의 ‘Baa1’에서 ‘Baa2’로 1년만에 한 단계 추가로 강등했던 점이다.

포스코 신용등급이 B등급으로 강등된 것은 IMF 사태 발발 직후 때를 제외하곤 지난해가 처음이다. 또 Baa2 등급은 투자적격 등급 가운데 두번째로 낮은 등급이어서 포스코의 대외신인도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무디스는 포스코의 높은 부채 수준, 철강업계에서 포스코가 직면한 기업 기초여건(펀더멘털)상의 어려움 등을 반영해서 신용등급을 강등했다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포스코의 이익이 가처분 현금 흐름의 제약을 넘어서지 못할 정도였으며 향후 1∼2년간 부채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부채를 줄일 여력이 있는지도 불확실하다고 무디스는 지적했다. 한마디로 포스코는 나태하고 방만해졌던 것이다. 그렇게 정준양 회장의 시대는 불명예스러운 막을 내렸다.

뒤를 이어 포스코 회장에 오른 권오준 기술 총괄사장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포스코맨이자 철강기술 전문가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한 점은 포스코를 비롯 주주들과 국민들에게는 여러모로 다행이다.

2000년 민영화 이후 최초로 포스코의 최고경영자 내부승진 원칙이 지켜졌다는 점과 낙하산 시비가 포스코에서 사라졌다는 점은 공기업 개혁에서 포스코 나름 스탠스를 잘 잡은 것으로도 평가된다.

외부 입김이 작용하기 쉬운 포스코의 지배구조상 취약성이 제거된 점과 포스코의 경영환경이나 기술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철을 아는 전문가가 경영을 주도한다는 점도 한 편으로는 기대를 모으는 점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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