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논란에 부쳐
국정교과서 논란에 부쳐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01.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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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한정석 편집위원

교학사의 역사교과서 논쟁이 국정교과서 회귀 문제로 얼굴을 바꿨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자유보수진영의 입장은 착잡하다. 사실상 교과서 논쟁에서 패배를 자인하는 심정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역사관이지, 역사교과서가 아니다. 역사관이란 아주 오랜 관습의 질서라고 할 수 있다. 진보 학계는 그런 질서를 지난 반세기에 걸쳐 출판, 세미나, 강연, 논문 등을 통해 꾸준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축적해 왔다. 그것도 대중과 호흡하는 운동성을 갖고 전개해 왔다.

만일 로마가 하루 아침에 건설된 것이 아니라면 교학사의 역사교과서가 단칼에 그러한 질서를 해체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보수 정권의 힘으로 그런 질서를 ‘국정 역사교과서’로 무너트려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국정 역사교과서’라는 것은 자유보수 정치 세력이 적어도 30년 이상 정권을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다면 의미 없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기억은 이념적 필터를 통해 선택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념이 다른 정권이 집권하면 그때 가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재편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하는 문제보다는 교학사에 담긴 역사 서술의 내용을 대중화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옳다.

이를 통해 더 많은 국민들과 청소년들이 교학사의 역사 내용을 알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좌편향 역사교과서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명료하게 이해하는 일이 오늘 역사교과서 논쟁의 본질 중에 본질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우파의 역사관이 교과서에 갇힐 것이 아니라 우리의 교양과 상식, 그리고 전문적인 학술토론과 대중강연 등을 통해 올바른 역사관으로서 대중속에 생명력과 운동력을 갖게 되는 것이 중요하며 그때 가서 그 핵심을 추려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순서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먼저 역사를 가르칠 학교 선생님들과 연대해야 한다. 역사교과서의 수요자가 본질적으로 역사 교사들이기에 그렇다. 그들과 함께 올바른 역사란 무엇이어야 하는지 토론하고, 역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논의하고, 학자들과 사료를 함께 다듬고 연구해 나가는 과정에서 역사 교사들이 주축이 돼야 할 필요가 있다.

역사 교육의 1차 수요자가 생산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교조와 같은 조직이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을 방해할 경우 교사들이 교권 침해로 맞설 수 있게 된다. 그러한 기간은 진보 학계가 걸어 온 시간 만큼 가야 할 길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이러한 장기적 비전과는 별도로 중단기적 처방도 필요하다.

그러한 방법으로서 근현대사에 대한 교육과목을 학교 현장에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근현대사는 사실 역사라기보다는 사회과학으로서 교양에 속한다. 따라서 쟁점이 많은 이 근현대사 부분을 대학 수능 필수에서 제외하고 학교마다 교양으로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방과후 학습 등을 통해 근현대사를 역사 전문가들이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할 수 있게 된다. 일단 교두보를 확보하자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근현대사 부분의 교과서 집필에 역사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방면의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더 객관적이고 현실 정합적인 역사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로 회귀하는 것은 진리를 탐구할 자유를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가 진리를 믿는 한, 그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는 믿음을 버려서는 안 된다.

한정석 편집위원
전 K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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