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보조금을 둘러싼 진실 게임
단말기 보조금을 둘러싼 진실 게임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02.26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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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건에 두 개의 정반대되는 해석이 있다. 바로 휴대폰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 문제다. 단말기 보조금이란 이동통신사가 고객에게 특정기간 동안 특정요금서비스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단말기를 공짜로 주거나 현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동통신 3사는 이러한 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통해 고객을 유치한다. 이 문제를 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갈린다.

먼저 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이 경쟁이 소비자들에게 고가 단말기 교체를 자주 행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가계 통신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대한 긍정론자들의 반론은 소비자 주권이다. 소비자는 자신의 단말기를 결정할 자유와 권리가 있으며 다른 누가 소비자에게 ‘당신은 이러 저러한 휴대폰을 써라’라거나 ‘쓰지 마라’고 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리베이트와 직결된 보조금

사실 단말기 제조사 입장에서는 신형 단말기를 출하하게 되면 마케팅 비용이 들어간다. 제조사들은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세일기간을 정해 단말기를 싸게 팔 수 있다. 이때 삼성전자나 LG 등은 통신사에게 단말기를 팔아주는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행한다. 통신사는 그 리베이트를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으로 돌려주면서 자신의 고객을 유치하는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통신사가 자신의 통신요금의 장기계약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단말기 보조금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통신사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당연히 단말기를 공짜로 주거나 현금을 줘 고객을 유치하더라도 장기계약시에는 요금 수입이 비용을 초과해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즉 통신사들은 초기에 통신시설 등의 고정 투자가 크게 들어가고 이후 고객이 늘어남에 따른 운영비용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초기에 단말기 보조금을 지불하더라도 3년간의 요금 약정을 소비자가 이행하면 그것이 이익으로 연결된다. 그런 이유로 통신사들은 단말기를 싼 가격에 또는 보조금을 지불하면서까지 시장에 뿌리게 된다.

그러면 한가지 의문이 든다. 차라리 통신요금을 인하해 주면 될 것 아닌가. 하지만 통신사들로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이동통신 요금이 정부의 인가제로 시행되기 때문인데 해마다 국내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선도기업이 정하는 요금이 다른 통신사들의 요금 기준이 된다. 그러니 통신사들 간에 통신요금 경쟁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통신사들은 단말기 보조금을 주는 비가격 경쟁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게 된다.

정부가 규제를 하는 이유는?

그렇다면 정부가 단말기 보조금 규제를 하려 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 아리송해진다.

만일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만나서 삼성전자 최신 단말기의 보조금을 서로 합의해 결정하면 이는 가격 담합행위가 된다. 정부는 이를 소비자 후생 감소의 이유로 규제하고 처벌한다. 그런데 역으로 통신 3사가 서로 단말기 가격을 싸게 파는 보조금 경쟁을 벌이는 것을 정부는 ‘부당행위’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부당성의 근거로 미래창조과학부는 ‘소비자에 대한 차별적인 보조금’을 문제로 삼는다.

즉 한 달 먼저 단말기를 산 사람은 싸게 보조금을 받고, 늦게 산 사람은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정부는 ‘소비의 불평등’이라 해석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관점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할 수 있는데 항공요금이나 호텔 요금도 시즌별로 차이가 있고 예약의 장단기 시점을 두고도 차이가 생겨난다.

그 이유는 빈 자리를 남기고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 보다는 남은 자리를 싸게 팔아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이 항공사로서는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자리를 얻을 수 있는 소비자는 행운을 잡게 된다. 그래서 누구도 항공사의 이러한 티켓 판매를 부당하다고 지적하지 않는다.

 

그러면 왜 휴대폰에 대해서는 그러한 같은 방식의 영업을 부당하다고 판단하게 될까. 여기에는 보조금을 받지 못한 소비자의 불만이 여론으로 크게 작용한다. 그것은 소비자가 불만을 가질 권리 밖의 사안이다.

오늘 비싸게 산 휴대폰의 가격이 한 달 뒤에 반의 반 값으로 하락했다고 해서 내가 손해 본 것이 아님에도 소비자들의 ‘배 아픈’ 심리는 이를 바가지로 인식하게 된다.

그런 여론이 단말기 보조금 규제 정책을 포퓰리즘적으로 입법화한다. 단말기 제조사 입장에서는 신제품 단말기를 가능한 짧은 시간 안에 소비자들에게 선보여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마케팅이 필요해서 그렇게 시행했을 뿐 소비자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다.

만일 정부가 단말기 보조금 규제를 시행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게 될까. 무엇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신 단말기의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저가형, 저사양의 단말기로 이동하게 되고 결국 단말기 제조사들은 단말기 기술 개발에 정체를 겪게 된다. 신제품 수요자들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단말기 시장을 빠른 속도로 차지하게 된 배경에는 사실 국내에서 신제품 단말기에 대한 빠른 판매와 소비자 만족도에 대한 피드백이 있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애플의 아이폰을 제치고 세계시장에서 선전을 거둘 수 있었다. 만일 정부 규제로 단말기 보조금 규제가 입법화되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의 기술 개발 니즈는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이는 세계시장에서 1위 자리를 내주는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이 보조금 규제를 반대하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통신요금 인가제도 폐지해야

이와 관련해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하기 보다는 통신요금의 정부 인가제도를 폐지하고 통신사들이 요금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통신사들이 마음대로 통신요금을 결정해 상호경쟁할 수 없는 규제환경이 작용한다. 사실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경쟁은 통신사들이 요금 가격경쟁을 할 수 없기에 대안으로 벌이는 비가격 경쟁이라 할 수 있다.

SKT, KT, LGU+ 등의 이동통신 3사가 정부의 단말기 보조금 규제 방안에 찬성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경쟁을 하지 않음으로써 통신 3사의 이익은 더 커지고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후생의 이익은 결국 통신사들의 이윤으로 전환된다.

단말기 보조금 규제가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면 정부는 먼저 이동통신사의 요금을 자유화해서 경쟁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말 많은 보조금 문제는 단번에 사라지기 마련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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