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의 영웅 ‘맨발의 아베베’
에티오피아의 영웅 ‘맨발의 아베베’
  • 정용승
  • 승인 2014.04.24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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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서울국제마라톤이 지난 3월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렸다.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국제부문 최고기록은 2시간6분17초로 에티오피아의 야콥 야르소 킨트라 선수가 기록했다. 재미 있는 점은 상위 8명 중 4명이 에티오피아 선수라는 사실이다. 1, 4, 5, 8위에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위치했다. 나머지 4자리는 케냐 선수들이 가져갔다. 아프리카 국가 선수들이 상위 8위에 모두 랭크된 셈. 기록이 말해주듯 아프리카 국가들은 마라톤 강국이다.

처음부터 아프리카 국가들이 마라톤을 잘했던 것은 아니다. 마라톤 변방국 정도로 여겨졌던 때도 있었다. 아프리카 국가는 1960년 로마올림픽부터 본격적으로 역사를 쓰기 시작한다. 그 시작은 ‘맨발의 아베베’,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비킬라(Abebe Bikila)선수다.

마라톤 왕국, 어떻게?

아베베는 1932년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약 130km 떨어진 자토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20세 때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의 근위대에 들어가 하사관으로 복무했다. 대대장 경호병으로 1년 간 6·25전쟁에 참전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후 에티오피아 군인 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육상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아베베는 1960년 로마올림픽에 참가하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당초 그는 대표팀의 일원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 선수가 발목에 부상을 당하는 일이 생겼고 아베베에게 기회가 왔다.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시간15분16초로 세계기록을 세우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사람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한 것은 그의 맨발이었다.

맨발로 풀코스를 달린 아베베를 두고 “워낙 가난해서 신발도 살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베베는 가난해서 맨발로 달린 것이 아니었다. 부상 선수의 대체요원으로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했기 때문에 그에게 맞는 신발이 없었다. 마침 맨발로 달렸던 경험도 있었다. 그래서 맨발로 경기에 참여했던 것이다. 참고로 1960년대만 하더라도 에티오피아 1인당 GDP가 대한민국 1인당 GDP보다 높았다.

아베베는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도 2시간12분11초로 세계기록을 세우며 올림픽 마라톤 역사상 최초로 2연패를 달성했다. 아베베가 기억되는 이유는 그가 단지 뛰어난 선수여서가 아니다. 끝까지 도전하는 스포츠 정신이 아베베의 인생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1969년 3월 아베베는 차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양궁, 탁구, 눈썰매 등에 도전했다. 결국 1970년 노르웨이 25km 휠체어 눈썰매크로스컨트리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베베는 장애인올림픽의 전신격인 스토크 맨드빌 휠체어게임에 양궁과 탁구 선수로 참가하기도 했다.

아베베는 다시 한 번 교통사고를 당하며 1973년 4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6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장례식에 참석해 명복을 빌었다. 비록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스포츠 정신은 아직까지 남아 다른 선수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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