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협회 누구를 위한 파업인가?
주유소협회 누구를 위한 파업인가?
  • 정용승
  • 승인 2014.07.0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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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협회장님이 아니시더라도 괜찮습니다.”/ “지금 인터뷰할 상황이 아니라서…”

한국주유소협회(이하 주유소협회)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인터뷰 거절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주유소협회가 인터뷰를 반려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주유소협회는 지난 6월 24일 동맹휴업을 시행하기로 선언했다 철회했기 때문이다. 동맹휴업을 선언했던 만큼 자신들의 억울함을 언론에 알려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했을 터였다. 산업통상부(이하 산업부) 관계자도 주유소협회의 동맹휴업 철회 원인에 대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동력을 얻지 못한 것이 동맹휴업 철회의 원인이었다면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거절한 이유는 무엇일까.

주유소협회가 동맹휴업을 선언한 이유

주유소협회가 동맹휴업을 선언했던 이유는 7월 1일부터 도입예정이었던 정부의 석유제품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제도(이하 주간보고제도)에 따른 불만이다. 현재 주유소와 정유사, 대리점 등 석유사업자는 석유제품 거래 상황 보고를 월간으로 하고 있다. 월간으로 하던 보고를 주간으로 바꾸는 이유는 최근 늘어난 가짜 석유를 근절하기 위함이다.

올해 1~4월 동안 가짜 석유를 팔다 적발된 업소는 151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0건보다 37.2% 늘어난 수치다. 가짜 경유 적발건수는 101건에서 149건으로 47.5% 증가했다. 특히 가짜 경유의 경우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제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석유관리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월단위로 보고하던 석유제품 거래 상황을 주단위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짜 석유 유통이 대부분 1주일 내에 끝나기 때문에 보고 주기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유소협회는 이러한 석유관리원의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했다. 첫째는 석유사업자는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의 주간보고제도는 석유사업자 전체를 범죄자 집단으로 간주하고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유소협회는 풀이했다. 둘째는 월간보고제도를 주간으로 변환하면 검사 시 들어가는 인력과 시간이 평소보다 늘어나 주유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영세 주유소의 경우에는 폐업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유소협회는 밝혔다.

주유소협회의 근거는 일리가 있다. 모든 주유소와 유통망의 감시로 얻는 이익이 있긴 하지만 투입해야 하는 인력과 시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세 주유소의 경우 이 제도가 실행되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짜 석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각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모든 주유소를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생각은 오히려 암시장을 키우는 요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

주유소협회가 이런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주장을 했다면 주간보고제도는 시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주유소협회는 지난 20일 산업부와의 협상 끝에 주간보고제에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두는 조건으로 24일 예고했던 동맹휴업을 철회했다.

또한 산업부와 주유소협회는 주유소 경영실태 진단과 경쟁력 강화방안, 유통질서 확립 등을 골자로 하는 태스크포스 공동 구성 운영을 협약했다. 주유소협회는 주간보고업무가 원활히 정착될 수 있도록 영세 주유소사업자 보고업무를 적극 지원하기로 하고 주간보고제도에 사용할 전산보고장치(POS) 보급과 확대를 위한 회원사 POS 설치 업무를 주관하기로 했다.

협상에 가려진 주유소협회의 속내

양측이 한 발씩 물러나는 협상을 함으로써 산업부는 주유소 휴업을 막았다는 명분을, 주유소협회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냈다는 명분을 얻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구심이 생긴다. 주유소협회가 정부로부터 이끌어낸 지원은 누구를 위한 지원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특히 POS 설치 업무 주관이 그렇다.

현재 주유소협회는 보고시스템을 협회 회원의 회비를 바탕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회비를 납부하는 정회원, 회비 납부를 하지 않는 준회원, 주유소 회원이 아닌 일반회원으로 구분해 각 등급별로 홈페이지 차등을 두고 있으며 회비를 납부하지 않는 준회원은 해당지회로 회비를 납부한 후 회원등급을 높여 전산보고를 하라고 공지하고 있다.

즉 그동안 주유소협회가 보고시스템 운영을 주관하면서 회비를 징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었다는 말이 성립된다.

그러나 주간보고제도가 시행되면 주관이 정부로 넘어가게 됨으로써 주유소협회는 더 이상 회비를 거둘 명분이 사라지게 될 예정이었다. 이런 사실들을 미뤄봤을 때 주유소협회는 한 발 물러서서 협상을 타결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협상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주유소들의 목소리를 수렴해 권익을 주장하는 역할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동맹휴업을 철회하고 협상에 나선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일선 주유소가 동맹휴업에 참가하면 사업정지나 과징금으로 금전적 손실을 받게 되거나 벌금 처분을 받는 선에서 그칠 수 있지만 주요소협회는 최악의 경우 정부로부터 법정단체 인가가 취소된다. 주유소협회는 이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주유소협회는 전국 주유소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다. 주유소협회가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했다면 주유소협회는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말고 설득에 나서야 했다.

오히려 정부의 주유소시장개입에 대해 질타해야 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알뜰주유소가 가격을 인위적으로 내려 주유소시장을 왜곡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뿐이다.


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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