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장이 GOP에 선 이유
임병장이 GOP에 선 이유
  • 미래한국
  • 승인 2014.07.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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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특례 늘다 보니 군대 갈 사람 없어

지난 6월 21일 오후 8시 15분 강원도 고성군 GOP의 한 소초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임모 병장. 그는 동료들에게 수류탄을 터뜨리고 K-2 소총으로 조준사격을 가해 5명을 숨지게 하고 7명을 다치게 만들었다. 이후 그는 실탄 60여 발과 소총을 들고 탈영했다.

6월 23일 임 병장은 군 당국에 의해 생포됐으나 이후 그가 ‘관심사병’이라는 것에 국민들의 이목이 쏠렸다. 언론들은 이내 “군 당국은 관심사병 관리 똑바로 하지 않고 뭐했느냐”는 식의 보도를 내놨다. 국민들 또한 자신들이 군 생활 중 겪었던 관심사병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GOP 사건으로 본 관심사병

이후 지금까지도 22사단 GOP 총기난사 사건은 ‘관심사병 관리부실’ 문제로만 여겨지고 있다. 과연 그럴까. 임 병장과 같은 관심사병이 GOP와 같은 곳에서 근무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국방부가 아니라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미래부, 해양수산부와 같은 타 부처, 그리고 국회에 있다.

이번 GOP 총기난사 사건 이후 군 당국은 웬일로 현재 군에 있는 관심사병의 규모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과거 ‘고문관’으로 불리던 관심사병의 숫자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전군의 사병 45만여 명 가운데 9% 수준에 달한다. 병사 가운데 8%가 빠지면 군 전체가 마비될 수 있는 수준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전군에 있는 관심사병은 4만여명, 사고가 난 22사단에만 1800여명이 있다고 한다. 국방부와 22사단은 이런 현실 때문에 관심사병을 GOP 경계근무에 투입하지 않으면 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군 당국은 현재 관심사병을 A, B, C급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A급은 자살기도를 했거나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병사들, B급은 일상생활은 가능한 병사들, C급은 관리자의 주의감독이 필요한 병사들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간부와 면담을 한 뒤에 등급을 조정받기도 했다고 한다. 사고를 낸 임 병장 또한 당초 A급이었다가 2012년 11월 GOP로 투입되기 전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B급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관심사병이 제대로 군 생활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11년 7월 인천 강화군의 해병대 소초에서 총기 난사를 저지른 김 상병도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으나 관심사병이었다. 이들 외에도 관심사병이 터뜨린 사고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보통 사람들의 생각에는 이 같은 관심사병이 군에 입대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국방부 탓이라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젊은 남성들의 군입대를 책임지는 병무청은 “현재 입대 연령의 젊은이 가운데 90%가 현역으로 입대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병무청 통계를 살펴보면 2013년 한 해 징병신체검사 대상자는 50만7405명(징병검사 연기자 12만6577명 포함)이고 그중에서 실제로 징병신체검사를 받은 사람은 36만4168명이었다. 검사결과 현역 입영대상자 수는 33만3227명(91.5%)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군대로 입대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현역으로 입대하는 사람은 지원병을 합쳐 연 27만여명 내외. 그렇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비밀은 바로 공익근무요원(사회복무요원)과 각종 병역특례요원에 있다. 병무청은 2012년 9월 14일부터 10월 24일까지 ‘병역법 시행령’ ‘병역법 시행규칙’ ‘공직자 등의 병역사항 신고 및 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고시했다. 내용은 군대 대신 갈 수 있는 온갖 ‘요원’의 지원 자격이 일부 변경된다는 것이었다.

소형 어선사업자의 구인난을 덜어주기 위해 만든 ‘승선근무예비역’ 자격을 200톤 이상의 어선에서 100톤 이상으로 대폭 낮춘 규정을 포함해 승선근무예비역,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의 소집취소 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 규정, 대부분의 사람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예술요원’, 법무관 대신에 생긴 ‘공익법무관’ 편입에 대한 규정 등이 이 개정안에 포함돼 있었다.

산업기능요원 7000여명을 포함, 이렇게 무슨 ‘요원’이라는 명목으로 26개월만 근무하면 군대 다녀온 것으로 인정해주는 ‘자리’로 가는 사람이 매년 3만명 이상이다. 이밖에 경찰로 입대하는 1만4806명, 해경 1300명, 공중보건요원(의사 등) 2463명 등 약 1만 8000여명이 군대 대신 다른 곳에서 병역의무를 치르고 있고 매년 2만4000여명이 공익근무요원(사회복무요원)이라는 이름으로 정부부처, 공기업, 시청, 군청, 주민센터, 지하철, 동네 놀이터 등에서 21개월 동안 근무하면 ‘군대를 다녀온 것’으로 쳐주고 있다.

매년 이런 식으로 현역 군인 대신 사회에서 출퇴근하면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최소 6만여명에서 최대 7만여명이나 된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거나 신체가 매우 허약해 조직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이 ‘빈 자리’에는 누가 들어갈까. 지난 6월 23일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은 병무청에서 받은 자료를 인용해 징병신체검사에서 문제가 드러난 사람들이 현역으로 입대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징병검사를 받은 37만5525명 가운데 2만7836명이 인성검사에서 ‘이상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중 4216명(15%)만 4급이나 재신검, 면제 판정을 받았을 뿐 나머지 2만3620명은 현역으로 입대했다고 한다. 즉, 병무청에서부터 이미 ‘관심사병’을 입대시키고 있었다는 말이다.

힘없는 국방부, 힘 있는 경제부처·정치권

병무청에서부터 이처럼 ‘관심사병’들을 군대에 입대시키고 있었다는 점, 매년 수만명의 청년들이 별의별 ‘요원’ 타이틀을 걸고서는 군대에 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떻게 봐야 할까.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물어본 결과 이런 ‘요원’ 자리를 만드는 것은 정치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정치권이 국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경제 살리겠다” “특정 산업 활성화를 위해 군 면제를 시켜주겠다”는 등의 온갖 공약을 내놓은 뒤에 별의별 ‘요원’이 생겼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매년 7000여명이 가는 산업기능요원의 경우 대부분의 국민들은 기술력이 좋은 중소 IT업체에서 근무하는 줄 알지만 실제로는 영세 제조업 공장이나 게임업체가 많다. 아무리 영세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산업기능요원이라고 해도 노동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업주는 이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근로시간 또한 주 5일을 지켜야 한다. 즉 ‘산업기능요원’이 되면 군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영세 제조업체들의 경우에는 월 2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주고 사람을 부릴 수 있는데다 2년마다 한 번 씩 새로운 사람을 골라 쓸 수 있고 정부로부터 인증 받은 업체라는 간판도 내세울 수 있어 산업기능요원을 쓰고자 한다.

이러니 산업기능요원과 병역지정업체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그 압력은 정치권을 거쳐 주요 산업부처를 통해 병무청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병무청은 매년 병역법을 바꿔 누구나 산업기능요원을 뽑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산업기능요원보다 더 황당한 것이 바로 승선근무예비역과 농어민후계자 병역특례다. 승선근무예비역은 당초 기관사, 항해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 전시에 원활하게 물자공급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3년 동안 원양어선이나 외항선을 타면 군대를 면제해주는 제도였다. 하지만 2012년부터는 100톤 남짓의 어선에만 타도 병역을 면제해 주고 있다.

농어민후계자 병역특례는 1997년 당시 여당이었던 민자당이 농어촌 지역의 표를 얻기 위해 병역특례법 개정안을 만들어 내놓은 것이다. 내용을 보면 군수 등으로부터 농어민후계자로 지정받은 사람과 위탁영농회사의 농기계운전요원, 농업기계화촉진법상의 농기계 AS 요원들에게 병역특례를 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은 지금도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별의별 ‘요원’으로 군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매년 수만명이나 되니 군대에는 돈 없고 힘없고 재수 없는 사람만 간다는 인식이 갈수록 팽배해지는 것이다.

사람 대신 로봇 배치 추진

한편 국방부와 병무청, 군 수뇌부, 정부 산하 국방연구기관들은 이 같은 문제점은 제대로 살피지 않고 “현역병으로 입대할 사람이 부족하므로 군 병력을 감축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주장하던 ‘국방개혁 2020’을 대부분 그대로 물려받아 추진 중인 현재의 ‘307 국방개혁안’을 보면 2030년까지 병력을 11만1000여명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 모두가 육군 병력이다. 해병대와 해·공군은 현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군 수뇌부는 “인구 노령화로 인한 병역자원 감소”가 육군의 현역 입영 대상을 줄이는 이유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북한군과 대적한 전방 GOP 경계를 무인화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 6월 29일 방위사업청은 2015년 말까지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사청은 “과학화 경계시스템구축이 완료되면 정상적인 편제 병력으로 운용이 가능해 현재보다 20% 정도 병력 절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 측은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활용하면 병력의 30% 가량은 교육 훈련도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방위사업청이 구축한다는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2004년 노무현 정권에서부터 본격 추진한 시스템으로 수많은 약점을 갖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는 국경선에 적국이 없기 때문에 단순한 경계 시스템으로 국경을 수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휴전선을 맞댄 상대가 세계 최악의 테러 국가다. 게다가 그들은 전방 군단마다 4000명에 가까운 특수부대를 배치해 놓고 있다.

이들을 막는 데 사용할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짙은 안개나 많은 눈, 비가 올 때는 제대로 전방을 감시를 할 수 없는 단점을 갖고 있다. 게다가 이 시스템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예산과 인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유사한 무인 경계시스템을 사용하는 나라들은 무인 시스템과 사람을 동시에 배치한다. 이런 문제와 함께 앞서 언급한 온갖 특례 인원까지 생각해 보면 군 수뇌부와 국방부, 병무청 등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22사단 GOP 총기난사 사건은 관심사병 문제가 모든 원인처럼 보이지만 그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나라 권력층의 ‘애국심 부족’과 ‘이기주의’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징집제 유지하는 이유는

이스라엘의 경우 지금도 징병제를 유지한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때부터 항상 인구 부족 문제를 겪었다. 아랍 국가들은 지금까지 이스라엘을 상대로 4번의 전쟁을 벌였다. 800만 명도 안 되는 이스라엘은 1억 명 이상이나 되는 아랍에 맞서야 했다. 팔레스타인 게릴라와 알 카에다와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조직의 공격도 막아야 했다.

2000년 만에 나라를 세운 이스라엘 국민들은 ‘나라를 지킨다’는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우리 가족을 지킨다’는 현실적인 목표를 내세워 남녀를 불문하고 입대하는 법을 만들었다. 지금도 이스라엘에서는 만 18세가 되면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 동안 예외 없이 군복무를 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북한이 100만 명이 넘는 병력, 10만 명이 넘는 특수부대에다 핵무기와 화학무기, 세균무기까지 갖추고 있다. 일본을 넘어 미국에까지 정면 도전을 하기 시작한 중국은 250만 병력에다 연간 100조원이 넘는 국방예산을 쓰고 있다.

이런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권력층부터 이스라엘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나라 지키는 것을 돈으로 때우려는, 자신의 권력을 위해 국방력과 ‘표’를 맞바꾸려는, 그런 일부터 고쳐야 ‘관심사병’으로 인한 사고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전경웅 객원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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