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호랑이’ 미국, 북핵 문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종이 호랑이’ 미국, 북핵 문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 미래한국
  • 승인 2014.07.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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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베긴-사다트 전략연구소 에프라임 인바 소장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휴전 촉구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은 지속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10일 긴급회의를 열고 12일에는 15개 회원국의 동의를 받아 성명을 내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 사태를 중재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지역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베긴-사다트 전략연구소(Begin-Sadat Center for Strategic Studies, BESA) 소장이자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안보전문가 에프라임 인바(Efraim Inbar) 소장을 만났다.

지난 4일 한 호텔에서 만난 인바 소장은 야물카(yarmulke: 유대인 남성의 전통 의상이자 신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하는 모자)를 쓰고 등장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 및 외교정책을 연구 수행하는 기관에서 일하는 그의 어조는 간략하면서도 단호했다. 그가 연신 강조한 말은 국가의 자주성(sovereignty)이었다. 그에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국제 안보, 북핵 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 한국엔 몇 번째 방문이신가요.

일곱 번째입니다. 한국은 굉장히 성공적인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산업과 경제를 기반으로 근대 국가로 발전함과 동시에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면 현재의 발전은 놀랍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한국인들의 강인함(toughness)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북한의 도발 위협이 끊이지 않는 요즘, 한국은 안보적 곤경에 맞닥뜨려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인의 강인함이 발휘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 방문하신 목적도 궁금합니다.

세종연구소 초청으로 방문하게 됐습니다. 제가 소속된 베긴-사다트 센터(BESA)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거든요. 핵문제를 주제로 하는 학회에 참여하여 논문발표를 한 일도 있습니다. 이제 한국의 다른 연구소와의 관계도 조금씩 확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방문을 했습니다.

“북한, 시리아·이란과 교류한 증거 있다”

- 이스라엘은 이란과 시리아로부터 지속적인 핵위협을 받고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한국도 북한으로부터 핵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란-시리아가 서로 협력해 핵 개발을 한다고 추측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시리아가 핵 원자로 건설을 할 당시 북한이 핵 관련 정보와 기술을 시리아에게 넘겨줬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또한 시리아의 장거리 미사일 생산을 위한 기반시설도 북한으로부터 들여왔다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저희 베사 센터는 북한이 시리아뿐 아니라 이란과도 비슷한 방식의 교류를 하고 있는 걸로 추측합니다. 이 네트워크는 중동지역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베사에게도 아주 중요한 문제죠. 북한과 중동지역 국가 간 기술 이전의 흐름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 북한이 시리아·이란과 교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확신하시나요?

북한인들이 시리아에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사진이 있습니다.

- 사진은 어떻게 구하셨나요?

그건 상상력에 맡기겠습니다. (웃음)

- 다시 북핵 문제로 돌아오겠습니다. 이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개발했고 핵실험까지 했죠. 이제 북핵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더 개발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북한이 이미 개발한 핵무기를 해체하느냐가 관건이죠.

-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북한을 핵보유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요.

북한이 이미 여러 차례 핵실험을 했는데 핵보유 국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 북핵에 맞서려면 한국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나는 중동지역 전문가지 한반도 전문가는 아닙니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미국은 절대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가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미국의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핵을 보유하느냐 안 하느냐는 한국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미국의 핵우산이 비를 막아줄 만큼 견고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한국의 몫이겠고요.

- 한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정책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까?

양국의 무역은 날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또한 한국과 이스라엘은 서로의 군사 기술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군사정보 공유와 협력은 양국에게 보탬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스라엘은 군사 기술 이전과 판매를 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무장세력 당분간 기승부릴 것 … 원하는 건 ‘평화’

- 이스라엘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막강한 정보력을 떠올리는데요. 이스라엘 정부가 담당하는 각종 조사에 대해 국민들이 모든 정보와 절차를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스라엘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따라서 투명성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가안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안이라면 모든 정보를 국민들에게 밝힐 수 없는 사정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이스라엘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이스라엘은 주변 국가들과 충돌이 잦은 나라입니다. 국가안보가 가장 중요하게 간주되는 이 시점에서 국가 기밀 정보는 지켜져야 합니다.

- 중동지역 국가에서 전쟁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시리아 내전과 이라크 내전에 이스라엘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까?

과거 레바논, 팔레스타인, 소말리아에서 그랬듯이 현재 중동지역 국가에는 무장세력들이 많습니다.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민간 무장세력들이 갖고 있는 세력은 굉장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그들의 세력이 약화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 중동지역은 정치, 사회 그리고 경제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수 년 동안 미국은 이라크를 새로운 국가, 자유민주주의 사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것이 미국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국가상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국이 자국민의 피와 돈을 이라크에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형편없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중동지역을 바꿀 야망도 없을 뿐만 아니라 충분한 능력도 없다고 봅니다. 이스라엘이 원하는 건 단 한 가지, 평화입니다.

- 평화라는 단어는 경우에 따라 상당히 추상적인 게 될 수도 있는데요. 소장님은 평화를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아뇨. 평화의 정의는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습니다. 아주 단순해요. 이스라엘은 다른 국가가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는 딱히 다른 나라들과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소통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다른 국가들이 그런 교류를 원한다면 이스라엘도 환영하겠지만 현재 중동지역에서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중국은 미국을 ‘종이호랑이’라 부른다”

- 한국의 주변국 상황도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는데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한국을 국빈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경제적·외교적으로 더 긴밀해지고 있는 한중관계에 대한 일종의 ‘관전평’을 듣고 싶은데요.

중국의 세력이 막강해지고 있다는 건 기정사실입니다. 다만 중국의 성장이 평화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공격적으로 이뤄질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이어나갈지, 어떻게 하면 국제사회에서 환영 받는 국가가 될지, 또 중국과의 관계가 한국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결정은 한국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 전략적 협력관계로 깊어지고 있는 한중관계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별로 달가워 보이지 않을 때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미국이 자초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미국의 외교정책은 굉장히 약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중국은 미국을 종이호랑이(paper tiger)라 부르기도 합니다. 미국의 유약한 외교정책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시리아, 이란, 이집트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때도 미국은 북한에게 금융제재 조치를 했을 뿐 별다른 대응을 하지도 않았죠. 이것도 미국의 외교 파워가 약해졌다는 하나의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정리/양희경 인턴기자 hkyang13@gmail.com
사진/김영민 인턴기자 mychuns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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