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 지국장 기소사건이 말해주는 것
산케이 지국장 기소사건이 말해주는 것
  • 미래한국
  • 승인 2014.11.1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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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아베 정권, 국내정치 돌파구 해외에서 찾으려 하나
 

가토 다쓰야 前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기소된 문제를 놓고, 일본 언론들이 한국 언론들과 합세해 한국 정부를 계속 괴롭히는 듯한 인상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본 언론들과 아베 정권이 연계해 움직인다는 정황이 계속 드러나 눈길을 끈다.

최근 일본 언론들은 한국 외교부 브리핑이 열릴 때마다 참석해 가토 다쓰야 前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것과 동시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외무장관의 주장을 내세우며 마치 한국 정부가 가토 다쓰야 前 산케이 서울지국장을 ‘불법감금’한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특히 서울 주재 일본특파원들의 행동은 유별나다. 외교부 브리핑에 와서 다른 외교 현안에 대한 질문보다는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위안부 문제 해결 거부’나 ‘고노 담화 검증’ ‘독도 영유권 주장’과 같은 정책을 한국은 왜 받아들이지 않느냐는 식의 질의를 여러 명이 말만 조금씩 바꿔가며 질문하는 것이 벌써 여러 달째다.

지난 16일 일부 언론들이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과 일본 기자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고 보도한 것도 이런 서울 주재 일본특파원들의 ‘행태’가 쌓인 끝에 터진 일로 볼 수 있다.


산케이신문 편집위원의 ‘도발’

지난 16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 참석한 일본 기자들은 14일에 이어 다시 가토 다쓰야 前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문제를 꺼냈다. 그 중 나무라 가타히로 산케이신문 편집위원은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을 향해 도발적인 질문을 계속 퍼부었다. 다음은 16일 오후 2시 30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2층 브리핑 룸에서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과 서울 주재 일본 기자들 간에 오고 간 대화 내용이다.


나무라 가타히로 산케이신문 편집위원: 대변인은 그저께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라고 하시지 않았는가? 15일 일본 니가타에서 ‘신문대회’라는 모임이 있었다. 아시겠나? 그 자리에서 일본 산케이의 가토 기자 기소 때문에 한국 당국에 대한 비판 결의안이 나왔다. ‘언론의 자유가 있느냐’라고 그런 뜻이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가?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 일본 단체가 자국 내에서 발표한 성명에 대해 일일이 답변하지 않겠다. 그리고 산케이 지국장 기소 문제 관련해서는 제가 지난 브리핑에서 충분히 설명한 것 같으니까 우리의 입장은 그것으로 다시 갈음했으면 좋겠다.
나무라 가타히로: 14일 기소 관련해서 말씀을 하셨는데 15일 가토 前 지국장에 대해서 3개월 동안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일본 정부에서는 “인도적 문제다, 보도의 자유 문제를 떠나서 인도주의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관방장관의 언급이 있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 문제 제기하겠다는 발언이 나왔다. 한국 정부는 3개월이나 외신기자 활동을 못하게 만든 것에 대해 ‘인도적 문제’ 제기가 나온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광일: 이 문제는 한국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한국 사법부가) 정당한 법 절차에 따라 결정한 문제다. 법 집행의 문제다. (가토 다쓰야 前 지국장에 대한 출국금지) 3개월 연장과 관련해 언급을 하셨는데 그 문제는 관계 당국에서 형사재판 절차가 개시된 점을 고려해 관련 법령에 따라 통상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무라 가타히로: 가토 다쓰야 기자가 3개월 동안 여기서 적응할 수 없다. 거기에 바로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법적 문제일수도 있지만 (이건) 인권 문제 아닌가?
노광일: 제가 외교부 대변인의 입장에서 답변드릴 사안은 아니고, 그 문제에 대해 의문이 있으면 법무부에 가서 문의를 하시라. 사법당국의 절차에 대해 외교부 대변인이 어떤 언급을 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은 알고 계시지 않나. 그러면 저한테 맞는 질문을 해 달라. 그래서 제가 선생님이 손을 들었는데 분명히 제가 답변드릴 사안이 아닌 것 같아서, 제가 의미 없는 질문과 답변이 오갈 것 같아서 그만두자고 그런 것이다.

▲ 가토 다쓰야 관련 채널A 방송 캡쳐


집요한 일본 언론의 한국 정부 공격

나무라 가타히로: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인권국가라고 분명히 할 수 있는가? 실례지만.
노광일: 선생님 생각은 어떤가?
나무라 가타히로: 그렇게 믿고 싶다.
노광일: 믿고 싶어요?
나무라 가타히로: 네.
노광일: 질문 계속 하십시오.
나무라 가타히로: 그게 확인하고 싶었다.
노광일: 인권국가입니다.
나무라 가타히로: 감사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일본 지지통신의 요시다 겐이치 서울지국장이 가토 다쓰야 前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문제를 다시 꺼냈다.

요시다 겐이치 지지통신 서울지국장: 저도 산케이신문 문제인데, 저는 일단 일본 쪽에도 외교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으니까 대변인님에게 물어보고 싶다. 아까 대변인이 시민단체 고발에 의한 순수한 법적인 문제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는데, 그런데 대통령부(청와대) 당국자가 한국 언론에 ‘이 문제는 민사적 형사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그래서 순수한 법적인 문제라고 하기가 좀 어렵고, 아무래도 외교 문제로 발전할 만한 문제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그 문제가 어떤 한일관계에 대해서 어떤 영향이 있는지와 그런 것 생각을 묻고 싶다.

노광일: 우리나라는 엄연한 민주국가이고 3권이 분립돼 있다. 따라서 사법절차가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서 - 아마 일본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만 - 정부의 한 부처인 외교부 대변인이 사법절차 사안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씀드린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독차지하다시피 한 일본 특파원들에게 경고했다.

노광일: 또 한 가지, 여러분들에게는 질문의 자유가 있다. 그렇지만 그 질문의 자유에도 한계는 있다. 대한민국 외무부 정례브리핑에 오셔서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입장에 도전을 하는 식의 발언, 의문을 제기하는 식의 발언(은 부적절하다). 여기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듣는 자리 아닌가? 제가 14일 (가토 다쓰야 지국장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말씀드렸다.

분명히 한국 정부의 입장을 들은 것으로 알고 있고, 다른 차원의 질문을 한다면 제가 답하겠는데, 여기 오신 특파원들께서 계속 저한테 똑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마치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 특히 일본 언론에서 오신 분들께서 - 그것에 대해서 도전하는 식의 질문을 반복하는 데 대해 저는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한다. 외교부 대변인이 하는 정례브리핑에 맞는 질문을 해 달라. 그것이 저의 부탁이다. 그런 질문을 안 하니까 제가 질문을 안 받으려고 한 것이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저는 외교부 대변인으로 외교부 정책에 대해 설명한다”면서 “일본 특파원들이 한국의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해 궁금하면, 외교부 대변인에게 질문하실 게 아니라 검찰 당국을 찾아가 질문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 일본 언론의 한국 정부 공격

20년 만에 반복된 ‘한국 괴롭히기’

가토 다쓰야 前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형사기소된 것은 한국 시민단체가 그의 기사를 문제 삼아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명예훼손 관련 법률이 ‘친고죄’가 아니라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 본인이 아닌 사람도 고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검찰은 일단 고발을 접수했기 때문에 가토 前 지국장을 소환해 조사했고, 그가 외신 기자임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한 상태로 재판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놓고 아베 정권의 각료들과 일본 언론들이 ‘인도주의적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을 확대해석하면 “해외 언론이 한국에 대해 온갖 헛소문을 퍼뜨려도 처벌할 수 없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검찰이 가토 前 지국장에 대한 출국금지를 3개월 더 연장한 것은 일본 언론이 한국 정부나 한국 여론을 좌지우지하려 시도한 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20년 전의 사례는 살펴볼 만하다.

1993년 7월 14일 가토 다쓰야 前 지국장의 대선배 한 명이 한국 사법당국에 체포됐다. 이유는 ‘간첩’ 혐의였다. 산케이신문과 같은 그룹 계열사인 후지 TV의 시노하라 마사토 서울지국장은 1990년 5월부터 3년 동안 기무사령부 소속 해군 소령으로부터 38건의 군사기밀을 빼내 이 가운데 27건을 주한 일본대사관 무관에게 정기적으로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해군 소령이 시노하라 마사토 후지TV 서울지국장에게 건넨 자료 중에는 ‘한반도내 지대공 미사일 배치 현황’ ‘독도 방어계획’, 당시로서는 한국군의 최신 장비였던 K1 전차의 세부 성능과 같은 2급 기밀과 대구공항 등을 망원렌즈로 몰래 찍은 사진, 한미 정찰기 배치 현황 등 3급 군사기밀도 들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노하라 마사토 후지TV 서울지국장은 이렇게 모은 자료를 일본 자위대에 제공하는 한편, 일본 내에서 기사로 내 공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시노하라 마사토가 구속되자 일본 언론과 정부가 나서기 시작했다.

당시 북한 경수로 문제로 미국, 일본, EU와의 협력이 가장 큰 현안이었던 한국 정부는 결국 일본 언론과 정부의 ‘압력’에 못이긴 듯 시노하라 마사토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시노하라 마사토는 ‘집행유예’를 받자마자 한국인 아내와 함께 일본으로 도주했다.


日언론,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가?

가토 다쓰야 前 산케이 서울지국장 문제를 포함해 2014년 초부터 이어지는 일본 언론들의 ‘집단행동’에는 다른 이유도 있어 보인다. 이후 접촉하게 된 일본 소식통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었다.

아베 정권은 2013년 바닥으로 치닫는 국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엔화를 무제한으로 찍어내는 ‘양적 팽창’과 함께 국민들에게 매기는 세금을 대폭 인상했다고 한다. 문제는 인상한 세금이 대기업이나 부자들에게 많이 걷는 ‘직접세’가 아니라 공산품, 서비스 등에 붙는 ‘간접세’였다는 점이다.

그 영향으로 일본에서 지난 1년 사이 일반 국민들(특히 젊은 세대들)이 체감하는 생필품 가격 상승률은 예년과 비교해 최대 30% 수준이었다고 한다. ‘단카이(團塊) 세대’의 은퇴가 가속화되면서 미래의 경제성장동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 동시에 세금을 더 거둬 국채 이자를 매우는 식의 극약처방을 한 결과를 젊은 세대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말이었다.

아베 정권은 여기에 미국과의 관계에서 영향력 확대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동아시아 양대 세력화 전략에 따라 계속 한국을 적대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한다.

즉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한국은 친중세력’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분위기를 조성, 북한에 대응하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미일 양자동맹으로 바꾸고, 한중일 관계에서는 “한국이 가장 문제”라는 식의 여론을 조성해 한국을 무력한 나라로 만들고 난 다음, 일본과 중국 간의 대결구도에서 한반도를 ‘완충국가’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를 계속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국내 전략이 잘 먹혀든 덕분인지 통계상으로는 일본 내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도는 꽤나 높은 편이라고 한다. 그런데 실은 상대적으로 소득과 자산가치가 크게 증가한 대기업과 부자들이 아베 정권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언론들도 대기업이어서인지 강한 ‘정언유착’을 통해 아베 정권을 적극 돕는 분위기다. 이 때문인지 일본은 아베 정권이 한국을 향해 ‘시비’를 걸기 시작하자 ‘반한(反韓) 선봉대’ 역할을 자처하며 한국을 공격하는 태도를 계속 보이고 있다.

한편 일본 일각에서는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일왕을 직접 가리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 한일 갈등의 시작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2014년 초부터 계속되는 아베 정권과 일본 언론들의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을 향한 ‘공격’은 단순한 ‘국민감정’이 아니다. 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아베 정권과 일본 내 기득권 세력들의 전략이라고 보는 게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한국 정부와 한국 언론이 일본의 ‘속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박근혜 대통령 보호하기 또는 무조건 비판하기라는 ‘조직논리’에만 빠져 있을 경우 아베 정권과 일본 언론들의 조직적인 ‘한국 때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한국은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전경웅 객원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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