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박 공신은 김정은?
<인터뷰> 대박 공신은 김정은?
  • 미래한국
  • 승인 2015.01.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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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14년 11월 24일 영화사 소니 픽쳐스가 해킹을 당했다. 해킹이 자신들의 소행이라 주장한 ‘평화의 수호자(GOP)’는 “김정은 암살을 그린 영화 ‘인터뷰’의 개봉을 포기하라”고 협박했다.

임직원의 개인정보, 내부에서 주고받은 메일, 신작과 미개봉작 5편을 털린 소니 픽처스는 결국 영화 개봉을 취소하겠다고 결정했다. 해커가 승리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미국 내에서 소니 픽처스의 결정과 해커의 협박에 반발하는 물결이 거세게 번지기 시작했다.

결국 소니 픽쳐스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미국 내 독립영화관 300여 곳과 유튜브, X박스 무비, 아이튠스 무비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동시에 개봉했다. 관객들은 열광했다. 며칠 동안 매진 사례가 계속됐다. 관객들은 평점을 10점 만점을 줬다.

기자 또한 해당 영화를 다운로드받아 봤다. 시나리오가 치밀하지도 않고 스토리의 비약도 있고 고증도 제대로 되지 않은, 전형적인 B급 영화였다. 그럼에도 세계 각국 사람들이 영화 ‘인터뷰’에 열광한다. 왜 그런 걸까.

B급 영화라고 하지만 김정은이 이 영화에 대해 미친 듯이 날뛰는 게 이해가 갔다. 김씨 왕조 체제를 조금만 이해해도 이 영화가 얼마나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는 지 알 수 있었다.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다. 토크쇼 ‘스카이락 투나잇’을 진행하는 데이브 스카이락(제임스 프랑코)과 PD인 애론 라포포트(세스 로건)은 어느 날 가수 에미넴이 ‘게이’라는 충격 발표 덕분에 대박을 친다. 에미넴 덕분에 난 대박으로 다른 연예인들 또한 ‘스카이락 투나잇’에 출연해 온갖 커밍아웃을 하면서 토크쇼는 승승장구한다.

▲ 영화 '인터뷰'가 인터넷에 배포됐다

B급 영화의 엄청난 폭발력

한편 이때 북한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 미(美) 정계는 큰 충격을 받는다. 국제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든 북한이 뭘 하든 별 관심도 없는 데이브 스카이락과 애론 라포포트는 토크쇼의 성공과 밤샘 파티를 즐기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데 애론 라포포트는 시사 프로그램 CP(책임 프로듀서)인 대학 동창을 파티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충격을 받는다. 본인 스스로 ‘저널리스트’라 생각했던 애론 라포포트에게 친구는 “너는 연예인 뒷구멍이나 쫓아다니는 가십 전문 찌라시 언론인”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이에 시무룩해 하는 애론 라포포트를 데이브 스카이락이 위로하며 파티를 벌이지만 별 효과는 없다. 이때 쇼킹한 일이 벌어진다. 술자리를 마친 뒤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애론 라포포트의 휴대전화로 ‘전형적인 동양인 발음’을 한 여성이 전화를 해 온다.

이 여성은 자신을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최고지도자의 홍보담당자인 박영숙”이라고 밝힌 뒤 “김정은이 ‘스카이락 투나잇’에 나가고 싶어 하니 알아서 오라”고 말한다. 이 여성은 만날 곳의 위도와 경도만 알려준 뒤 전화를 끊는다.

고민하던 애론 라포포트와 데이브 스카이락은 일단 김정은과 인터뷰를 해보기로 하고 북한 여성이 알려준 중국 지역을 찾아간다. 그리고 김정은과의 인터뷰 약속을 따낸다. 김정은과 최초의 단독 인터뷰를 따낸 애론 라포포트와 데이브 스카이락은 파티를 벌인다.

다음날 아침 CIA에서 찾아와 이들에게 김정은을 독살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를 받아들인 애론 라포포트와 데이브 스카이락은 독극물 ‘리신’이 발라져 있는 테이프를 들고 북한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몸수색 중 김정은의 호위병이 ‘리신’이 들어 있는 테이프를 껌 인줄 알고 씹어 먹으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 영화 '인터뷰'의 한 장면

김정은이 진짜 화를 낸 이유

아무튼 이들이 어렵사리 만난 김정은은 예상과 달리 수줍음이 많고 농구와 여자를 좋아하며 시가를 즐겨 피운다.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쿨’(Cool)한 모습에 데이브 스카이락은 김정은에게 호감을 느낀다. 이후 데이브 스카이락은 김정은을 죽이는 일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애론 라포포트는 어떻게 하면 김정은을 독살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별의별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정은은 우여곡절 끝에 죽는다. 하지만 결론 때문에 김정은 정권이 미쳐 날뛰는 게 아니다. 영화 곳곳에 김정은을 폄하하는 장면들이 숨어 있다.

미국 토크쇼와 가벼운 팝송을 좋아하고 미인들과 비키니 파티를 벌이며 시가를 즐기는 김정은의 모습은 데니스 로드먼과 만났을 때의 김정은, 미키 마우스를 좋아하는 김정은을 떠올리게 한다.

스탈린이 김일성에게 선물했다는 T-34 탱크 내부에다 팝 가수 케이티 페리의 노래를 틀어놓고 포를 쏘며 폭주하고 다니는 것은 서양 문화에 이미 물들어 있는 김정은을 빗댄 것이다.

영화 초반부에서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돌고래와 대화를 하고 대소변도 보지 않아 항문이 없다고 믿는다”는 설명과 “김정은은 여론 조작의 대가”라고 표현한 부분은 김씨 일가의 황당무계한 신격화와 외부세계의 정보를 차단한 정책을 비꼰 대목이다.

무엇보다 김정은을 더 화나게 할 만한 부분은 파티를 즐기면서 데이브 스카이락과 김정은이 키스를 하는 모습, 그리고 김정일이 김정은을 ‘게이’라고 불렀다는 부분이다.


영화 ‘인터뷰’와 ‘국제시장’의 공통점

참고로 북한에서 동성연애자는 사형 또는 강제수용소행이다. 이밖에도 영화 ‘인터뷰’는 곳곳에서 김정은이 얼마나 멍청하고 이기적이며 실제로는 보잘 것 없는 인격의 소유자인지를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의 피날레는 김정은의 실체가 북한 주민들에게 폭로된 뒤 죽고 나서, 북한에서 민주화 혁명이 성공하는 것으로 장식된다.

김정은을 열 받게 한 영화 ‘인터뷰’와 국내에서 흥행 성공한 ‘국제시장’은 주제도, 표현도, 줄거리도 전혀 다르지만 묘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평론가’의 평가와 관객들의 반응이다.

영화 ‘인터뷰’에 대한 세계 영화평론가들의 평가는 매우 인색하다. 줄거리, 스토리 전개, 고증 등이 형편없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미국 내 좌파들은 ‘인터뷰’를 가리켜 인종차별적이고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혹평을 해대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 또한 국내 영화평론가들로부터 인색한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좌파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가리켜 ‘정치적 선전영화’라거나 ‘신파조 이야기를 엉망으로 풀어낸 영화’라는 등의 악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영화 모두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영화 ‘인터뷰’의 관객들은 평론가들을 향해 “이건 영화다. 왜 그리 심각하게 보나? 재미 있으면 그만”이라고 반박하고 있고, 영화 ‘국제시장’의 관객들은 “이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의 이야기다.

뭐가 정치적이냐? 눈이 삐었냐”고 평론가들에게 대꾸하고 있다. 이 같은 관객들의 평가 덕분인지 두 영화는 모두 평점이 10점 만점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외 영화 평론가들은 “웃자고 한 이야기에 죽자고 달려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흥행은 그들의 뜻과는 정반대로 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 인권단체가 자유북한운동연합과 손을 잡고 영화 ‘인터뷰’의 DVD나 이를 담은 USB 10만 개를 북한으로 날려 보내기로 결정해 조만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 영화가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 영화의 결말처럼 북한에서도 민주화 열풍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기대도 해 본다.


전경웅 객원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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