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위해 봉사할 마지막 기회 달라”
“조국 위해 봉사할 마지막 기회 달라”
  • 김용삼 편집위원
  • 승인 2015.03.0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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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韓·美·中 줄기세포 합작기업 설립한 황우석 박사

세계적인 과학학술 저널인 네이처는 2014년 세계 과학계 10대 뉴스를 선정하면서 ‘황우석의 귀환’을 네 번째 뉴스로 선정했다. 그러나 국내의 현실은 황우석의 귀환은커녕 그를 둘러싼 논란이 아직도 뜨겁다. 그의 지지자들은 ‘줄기세포 연구의 영웅’으로 숭배하고, 반대자들은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공격한다.

2월 9일 동아일보는 황우석 박사가 미국 줄기세포 연구의 권위자인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박사(오리건 보건과학대)와 중국 줄기세포 분야의 최고 기업인 보야라이프그룹(博雅干細胞集團)의 쉬샤오춘(許曉椿) 회장과 한·미·중 3국 공동으로 연구 및 합작기업을 설립하기로 법적 효력을 갖는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2월 24일 밤늦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황우석 박사를 만났다.

-지난해 10월 27일 세계적인 경제전문지인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황 박사와 수암생명공학연구소를 소개하는 특집을 실었는데, 기사 제목을 ‘복제공장(The Clone Factory)’이라고 달았더군요.

“그 기사 취재를 위해 블룸버그 기자 두 명이 2주일 간 한국에 와서 취재를 했는데요. 다른 나라의 개 복제 연구는 기술적으로 걸음마 단계인데 비해 우리 팀은 연구 차원을 뛰어넘어 비즈니스 산업으로 성장했다고 썼더군요.”

-블룸버그 기사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기사가 보도된 후 생전 처음 들어보는 바베이도스라는 나라에서까지 개 복제를 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현재는 1년 정도 웨이팅(waiting)을 해야 할 정도가 됐어요.”

이밖에도 프랑스의 리베라시옹(2015년 2월 2일), 영국의 BBC 월드, 뉴욕타임스 국제판(International New York Times)(2014년 2월 22~23일),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2014년 1월 23일)와 사이언스 지 등에서도 황 박사의 근황과 동물 복제산업 현황을 취재해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 개 복제 연구 중인 황우석 박사.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개 복제에 성공한 것은 황 박사팀이 유일하다.

-줄기세포 분야에서는 아직도 황 박사께서 만든 NT-1(1번 줄기세포)의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개 복제에 성공한 것은 황 박사팀이 유일하니, 동물 복제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업적을 쌓았다고 생각됩니다.

“그 동안 주로 마약탐지견, 인명구조견 같은 특수 목적견의 복제에 주력해왔습니다. 우리 경찰청에서 인명구조 때 투입하는 수색견과 인명구조견, 인천공항과 제주공항에서 활동 중인 마약탐지견도 우리 연구소에서 복제했고, 미국 특수부대가 빈 라덴을 체포 사살하는 작전에 동원됐던 탐지견도 우리 연구소에서 복제를 했어요.”


블롬버그가 집중조명한 동물복제 기술

-몇 년 전에 개 복제보다 한 단계 고난도의 기술로 평가되는 코요테 복제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그보다 몇 단계나 더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멸종된 매머드(속칭 맘모스) 복제에 도전하는 내용이 보도된 적이 있는데요.

“러시아 야쿠츠크의 연방대학을 비롯한 국제연구팀과 공동으로 시베리아 동토층에서 채취한 매머드의 사체에서 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음 단계는 코끼리 난자에 매머드의 DNA를 이식시켜 배양하고 있는데, 배양 도중에 죽어버려 계속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아직까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불가능에 도전해 가능한 상황을 만드는 게 진정한 과학자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황 박사께서 중국의 줄기세포 기업과 미국의 미탈리포프 박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한다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보야라이프그룹은 어떤 회사입니까.

“중국 전역에 28개 자회사를 둔 줄기세포 연구 민관합동기업 연합체입니다. 중국 정부가 세계적인 줄기세포 기업으로 키우고 있는 전도유망한 기업이죠. 베이징과 홍콩 등지에 4개 연구센터가 있는데 연구 인력만 1000여 명이 넘어요. 이 회사가 우선 1차로 약 1000억 원을 투자해서 우리(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경상대), 그리고 미탈리포프 박사와 함께 회사를 설립하기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보야그룹의 쉬샤오춘 회장은 5년 후 이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해 전자 상거래 회사인 알리바바 같은 거대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 지난달 13일, 제주에서 열린 협약식 모습. 왼쪽부터 미국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박사, 보야라이프그룹 쉬샤오춘 회장, 황우석 박사, 경상대 노규진 교수/수암생명공학연구원 제공

-미탈리포프는 황 박사와 줄기세포 연구 분야의 경쟁자 아닙니까. 경쟁자들이 손을 잡고 회사를 만들었다는 게 특이하군요.

“미탈리포포 박사는 카자흐스탄 출신인데 2007년 원숭이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든 데 이어 2013년 5월에는 저와 같은 체세포 핵이식 방식으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한 세계적인 과학자입니다. 이 공로로 과학 잡지 네이처가 ‘2013년을 빛낸 과학계 인물 10명’ 중 한 명으로 선정했죠. 미탈리포프 박사는 제가 미국에 1번 줄기세포(NT-1)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을 때 공개적으로 반대한 적이 있습니다. 저와 몇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학자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미탈리포프 박사는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황우석과 함께 합작투자 파트너의 일원으로 계약에 서명한 것은 맞지만, 나는 황우석과 공동연구를 할 계획이 없다”고 한 발 물러섰는데요.

“이번 회사 설립과 연구와 관련된 내용을 자세히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법적 효력을 갖는 계약서에 한·미·중 3국 공동으로 영장류 등을 비롯한 줄기세포 연구 내용 등이 담겨 있고, 조만간 그 계약서대로 일이 진행된다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황 박사가 자세한 사항의 공개를 꺼려하는 이유가 있다. 현재 국내의 생명윤리법은 인간의 신선 난자를 이용한 연구활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박사는 현재 집행유예 상태이며, 정부의 연구 허가를 받지 못해 줄기세포와 관련된 어떤 연구도 할 수 없다. 그 동안 진위 여부로 논란을 빚었던 황우석의 1번 줄기세포(NT-1)에 대해 캐나다(2011년 7월 26일), 뉴질랜드,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2014년 2월 11일)은 물질특허와 기술(제조방법)특허를 내줬다.

이 나라들이 특허를 내준 것은 NT-1이 인간체세포 복제배아로부터 유래한 줄기세포라는 것을 공식으로 인정했음을 뜻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황 박사와 그가 운영하는 수암연구소에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질문을 하자 황 박사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 황우석 박사와 그의 손에 의해 탄생한 복제견

“사실 저는 서울대 교수직에서 해임되고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으면서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습니다. 수암연구소에 대한 지원도 끊겨 거의 1년 동안 연구원들 월급을 한 푼도 못 줬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원들이 생활비로 고통받고 휴대폰 통화료도 못 내 통화가 정지되는 비참한 상황을 보면서 저는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했어요. 온갖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민 분이 쉬즈홍(許智宏) 당시 베이징대 총장이었는데, 이번에 저와 공동으로 기업을 설립하는 쉬샤오춘 회장의 부친입니다. 쉬즈홍 선생은 식물생명공학 분야의 대가였는데, 제가 곤욕을 치르고 있을 때 중국 생명공학 분야의 대표 과학자 다섯 분과 함께 서울로 날아와 며칠 동안 저를 위로해 주시고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해 주신 분입니다. 이때부터 중국 측은 저에게 ‘연구에 필요한 돈과 시설과 인력은 원하는 대로 모두 제공하겠다. 연구소를 중국으로 옮겨서 공동 연구를 하자’고 제안을 해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이 보야라이프그룹이예요.”

국내에서는 황우석을 향해 ‘사기꾼’이라고 저주를 퍼붓고 있을 때 황우석의 기술이 절실히 필요했던 중국은 공동연구 방식을 통해 황우석과 손잡고 세계 줄기세포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원대한 꿈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나 줄기세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미탈리포프 교수가 황 박사와 손을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황 박사가 동물복제와 핵이식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특허까지 받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과학자가 국내에서 연구 기회를 박탈 당하자 자신의 마지막 꿈인 줄기세포를 통한 인류 난치병 치료에 도전하기 위해 중국, 미국과 손을 잡은 것이다.

-국내에서 황 박사 사건 이후 줄기세포 연구에 제동이 걸린 사이에 여러 나라들이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고 국력을 총 동원해 연구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우리는 이 분야에서 기회를 잃는 것 아닌가요.

“중국은 2010년부터 줄기세포 연구를 ‘국가중대과학연구계획’으로 선정하고 치료 목적의 배아복제 연구를 전면 허용했습니다. 일본도 줄기세포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약사법을 개정하고 재생의료기술의 안정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어요. 이 때문에 의미 있는 성과들이 나오기 시작해 국내 환자들 중 일부가 일본으로 가서 줄기세포 관련 시술을 받는 게 현실입니다. 미국도 줄기세포 연구 활성화를 위해 오리건 주, 캘리포니아 주, 뉴욕 주 등 3개 주에서는 난자의 매매를 허용할 정도로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고 있습니다.”


중국이 황우석과 손잡은 이유

황우석 재판을 통해 밝혀진 것은 그가 만든 1번 줄기세포는 가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결국 황우석은 가짜 줄기세포 제조 혐의는 무죄를 받았고, 연구논문 조작 책임, 연구에 사용한 난자와 관련된 생명윤리법 위반, 그리고 정부 기관이 제공한 연구비 사용처 중 소명이 안 된 7억여 원에 대한 횡령 혐의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황 박사를 둘러싼 사건의 처리 과정을 보면 고도의 과학적 지식이 요구되는 문제를 비전문가인 언론이 폭로하고 검찰과 법원이 나서서 진위 여부를 판단했다.

미탈리포프 박사도 자신의 줄기세포 연구 논문을 과학저널 ‘셀(Cell)’지에 게재했는데, 몇 가지 오류가 발견돼 논문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은 우리와는 달리 학계가 나서서 미탈리포프 박사에게 재연 실험의 기회를 주어 명예를 회복시켜 줬다.

황 박사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10여 년 세월이 흘렀고, 황우석은 유죄를 선고받아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황우석 사건의 여파로 국내의 규제가 대폭 강화돼 현재 국내에는 정부로부터 줄기세포 연구 승인을 받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조차 우리는 모르고 있다.

▲ 지난 2009년 줄기세포 조작 논란 당시 법정으로 출석하고 있는 황우석 박사/연합

또 강화된 생명윤리법에 의해 국내에서는 인간의 신선 난자 사용이 금지돼 있어 연구자들이 난자를 만지기만 해도 법적인 책임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에 황 박사가 참여한 3국 합작기업도 당초에는 제주도에 연구시설을 만들려고 했지만 국내의 까다로운 생명윤리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에 설립했다고 한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위해서는 난자가 필요한데, 무분별한 난자 사용을 막기 위해 현재 영국에서 시행중인 난자공유제도(egg sharing·시험관 수정을 하고 난 여분의 난자를 연구에 사용하는 제도)가 국제적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황 박사의 마지막 말이다.

“저는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를 이 지경으로 만든 죄인이라서 한없이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제게 조국을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할 기회를 주신다면 더 없는 영광으로 받아들여 목숨 걸고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도 저를 용서하실 수 없다면, 저를 제외하고 유능하고 세계적인 실력을 보유한 우리 과학자들에게 줄기세포 연구의 기회를 열어주시기를 부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수 인재들이 해외로 다 유출되고 말 겁니다. 또 줄기세포 연구 활성화를 위해 난자 사용과 관련해 국제 기준인 영국 수준으로 생명윤리법의 규제를 풀어주시기를 간절히 당부드립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그 동안 한국 관련 특집을 세 차례 보도했다. 첫 번째는 CDMA 원천기술이 없는 삼성전자가 어떻게 IT 선도기업이 됐는가가 주제였다. 두 번째는 50여 년 전 전쟁의 포화 속에서 망치로 철판을 두드려 자전거를 만들던 한국이 어떻게 세계 5위의 자동차 대국으로 성장했는가가 주제였다.

세 번째 특집이 앞서 소개한 황우석의 동물복제 관련 특집이다. 이 특집의 주제는 9년 전 세계적인 생명공학자에서 사기꾼으로 전락한 황우석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유일의 동물복제공장의 주인공이 됐는가를 다룬 것이다. 블룸버그 측은 황우석의 동물복제산업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대를 이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슬로건이 ‘창조경제’다. 아마 창조경제라는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분야가 바이오 생명공학, 그 중에서도 의미 있는 연구결과가 축적돼 있는 줄기세포 분야일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 캐나다 등은 황우석의 줄기세포에 특허를 준 반면, 우리 사회는 유죄 판결문과 연구 기회 박탈이라는 형벌을 내렸다.

철강, 조선 등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이 결정적 위기를 맞고 있고, 한국 경제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삼성전자의 몰락을 예고하는 불길한 시나리오들이 등장하고 있다. 향후 한국을 먹여살릴 획기적인 성장동력이 단 기간 내에 창출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침몰하고 만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우리 사회가 ‘죄인 황우석’에게 과학자로서 조국에 봉사할 마지막 기회를 줄 수는 없는 것일까. 조국이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중국이 그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인터뷰/김용삼 편집위원 dargon0033@hanmail.net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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