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부패공화국임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부끄러운 法
한국이 부패공화국임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부끄러운 法
  • 미래한국
  • 승인 2015.03.09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초점] 김영란법 위헌 논란
▲ 이헌 홍익법무법인 구성원변호사

필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개최한 공직자 부패방지에 관한 공개토론회에 두 차례 토론자로 참석한 바 있다.

그중 2012년 참석한 공개토론회는 후에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입법에 관한 것이었다. 이는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을 불문한 금품수수를 규제하는 등 공직자의 부패방지를 위한 입법을 마련하려는 것이었다.

필자는 “공직비리(권력부패)에 대해 새 제도의 도입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 보다는 우리 사회의 신뢰와 소통 및 통합의 문제를 해소하고, 현행 제도 하에서 사정기관이 본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최선의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 김영란법의 입법 과정에서 국회는 기존의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삭제하면서 법 제목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로 변경했고, 언론인과 사립학교 임직원을 그 대상에 포함시키고 금품수수 대상을 친족에서 배우자로 축소했다.

이에 대해 공직사회 부패를 규제하려는 입법은 환영하지만 언론인을 포함한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거나, ‘부정한 청탁 조항의 명확성 원칙 위반, 신고조항의 양심의 자유 침해’ 등에 관한 위헌론이 제기됐다. 대한변협은 공포되지 않은 김영란법에 대해 즉각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 제7조에서 공무원(공직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해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어 공직자는 일반인에 비해 그 기본권에 특별한 제한이 있게 되지만, 공직자가 아닌 언론인과 사학(私學) 관계자에 대해 공공성 등을 이유로 공직자와 동일하게 제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를 동일하게 규율한다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한다는 헌법상 평등의 원리에 반한다.

이번 김영란법의 규율 대상인 언론인과 사립학교 임원·교직원은 말할 나위도 없고,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에 헌법 제31조에서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한 것은 공직자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지만, 서로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교원의 경우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교원의 학습권이라는 가치를 지닌다는 측면에서 공직자와 다르게 볼 측면이 있다.

또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관계자를 이 법에 포함해 규율 대상으로 할 경우 민주국가에서 제일 중요한 취재의 자유 등 언론의 자유를 위축하게 하는 영향을 주게 되고,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사학의 자유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에도 나쁜 영향을 주며, 교원의 경우에는 학생에 대한 학습권에 침해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민간영역 과도하게 제한해 위헌소지 있어

더욱이 사이비 기자나 돈 봉투 선생과 같이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으로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는 부정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에 대해 형법 제357조의 배임수재죄 등 관계 법률에 의해 처벌하고 있고, 또 직장 내에서 징계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또 사학비리에 대해서는 사립학교 법에 의한 정상화 방안 등 법적 제재가 강구된다.

세월호 사건 이후 ‘기레기(기자 쓰레기)’ 등 언론인에 대해 부정적 정서가 있고 사학비리가 만연돼 있다 해도, 이 법에 언론인과 사학 관계자를 포함하는 것은 공직자와 동일하게 취급해 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언론의 자유와 사학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과잉입법이라고 할 것이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간통을 허용한다는 것이 아니라 간통을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고 위헌결정을 했던 바와 같은 논리이고, ‘샤를리 에브도(이슬람을 비판하는 만평을 게재한 프랑스 주간지)’의 만화에 공감하지 않지만 그 만화가를 살해하는 테러를 용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논리다.

부패한 언론인과 사학 관계자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하는 데는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지만 이번 김영란법과 같이 헌법의 원리에 위배해 언론인 등을 규율하는 위헌적 과잉입법에는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 논란이 되고 있는 '김영란법'의 주인공 김영란 전(前)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이 법의 입법에 관한 국회 검토보고에서 언론인 등 민간영역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중에 영합하여 헌법원리에 위배되는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망국적 포퓰리즘 입법이다.

또 해외 입법사례에서도 공직자의 직무관련성이 없는 금품 수수에 대해 형사 처벌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고, 언론인 등을 공직자와 함께 처벌하는 사례는 언급조차 없다. 결국 이 법은 우리나라가 공직사회는 물론 언론계, 학계가 부패로 만연돼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될 부패공화국이라는 사실을 세계만방에 고하는 부끄러운 입법이 아닐 수 없다.

이에 필자가 공동대표인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시변)’은 지난 3월 6일 “대통령은 헌법 제53조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김영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 이유는 본래의 입법 취지가 왜곡돼 위헌의 소지가 크고, 민주주의의 해악이 되거나 세계적 망신을 초래할 수 있는 언론인 등에 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헌법수호의 책무가 있고, 과거 거부권 행사의 상당수 사례가 이번 김영란법과 같이 정부 법안이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변질된 경우이고, 1년 6월 이후로 시행하기로 해 시급성도 없으므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의 법률안 거부권은 국민들의 대립과 갈등을 평화적이고 정치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절정의 정치미학이라고 할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는 삭제한 이해충돌방지 조항에 대한 논의를 포함하여 공직사회에 대한 부패척결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이 공포될 경우에는 졸지에 공직자와 동일한 규율의 대상이 돼버린 언론인, 사립학교 관계자들이 제기하는 헌법소원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이와 같이 위헌적 입법과 집행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