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의 연금개혁 성공사례 본받아야
美·日의 연금개혁 성공사례 본받아야
  • 미래한국
  • 승인 2015.04.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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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공무원연금 개혁의 방향

배준호 한신대 대학원장·前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 소위원장
bjh5432@unitel.co.kr 


미국은 공무원들에게 국민연금, 공무원 저축 추가 가입 의무화,
일본도 공무원연금 우대제도 폐지, 퇴직금 15% 정도 줄고 연금도 감소

박근혜 정부가 시동을 건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의도대로 개혁이 추진될지는 불확실하다. 

가동 중인 국회 내 특위(特委)와 국민대타협기구 운영이 시원치 않고, 경제 상황 등 여건도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선거공약에도 없던 공무원연금 개혁의 화두를 꺼내 공론화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 10월경이니 1년 6개월여 논의해 온 셈이다. 

그 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이 무렵쯤이면 개혁안의 윤곽이 드러나 관련 법률안이 국회로 넘어가서 국회에서 최종 심의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새누리당의 공세에 야당과 노조가 반발하고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개혁 작업에 필수적인 정치적 동력도 일정 부분 약해졌다. 

그래서 새누리당도 국회 내의 ‘공무원 연금 개혁 특위’ 구성과 국민대표가 참여하는 ‘공무원 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운영에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유념해야 할 점은 이름뿐인 개혁일지라도 개혁을 했다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연금 개혁은 100년 앞을 내다보고 해야 대상자와 국민이 함께 납득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도 서로에게 득이 된다. 

눈앞의 전시(展示) 행정이나 수치 놀음에 빠져 미봉책으로 개혁을 마무리하면 대상자와 국민을 일시적으로 납득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양자에게 추가적 부담을 지우고 머잖은 시기에 또 다른 갈등을 유발, 사회통합을 약화시킨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국민대타협기구, 이를 이어 받은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대타협이라는 이름에 얽매어 명색뿐인 개혁에 머물지 않기를 희망한다. 


시한에 쫓겨 서두르면 졸속 우려 

100년 앞을 내다본 개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간단히 말해 한 차례 개혁안을 만들어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실천에 옮기면, 이후에는 필요한 경우 최소한의 손질과 보완으로 연금제도가 100년 이상 지속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한 개혁 작업이 가능할까 하고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주요국에 유사 사례가 있다. 이상적 사례의 하나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이 1983년(법 개정년도 기준)의 미국 연방공무원연금 개혁이다. 

이보다는 못하지만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예가 2012년(앞과 동일)의 일본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두 나라에 비해 공무원연금 제도의 장기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세우고 단계적 개혁 작업에 나섬으로써 정부 재정 부담을 줄이고 있는 곳이 독일이다. 

이들 3국 사례를 좀 더 살펴보고 우리 사례를 3국과 간단히 비교함으로써 우리 개혁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정리해본다. 

그 동안 우리는 1995년, 2000년, 2010년의 세 차례 개혁을 통해 정부 재정부담을 대폭 줄이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일본). 

하지만 제도의 장기 지속 가능성을 확실히 담보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독일). 이렇게 보면 그동안의 우리 개혁은 일본과 독일 사례의 중간 정도 수준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개혁에 따른 정부 재정부담 완화 효과는 5년 전후의 단기간에 집중되었고, 수 십 년 이후 기대되는 장기적 효과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그렇지만 그 동안 지급개시 연령 인상(신규 공무원 기준 1995년 60세, 2010년 65세), 기여율(즉 보험료율) 조기 인상, 급여산정 기준소득의 생애 평균소득 채택, 연금 급여 물가연동 등의 개혁조치로 재정 안정 효과를 추구하여 정부 총재정 부담을 초기 전망치에 비해 대폭 줄여온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이 같은 개혁으로 2010년 이후 공무원이 된 이들의 생애소득, 즉 재직 중 보수와 퇴직 후 연금액 합계액은 민간 근로자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질 정도로까지 축소되었다. 

문제는 공무원의 다수를 점하는 2010년 이전 임용자들의 연금 급여가 별로 줄지 않아 민간 근로자와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연금 지급에 사용할 자금으로 쓰일 적립금은 미국, 일본에 비해 턱없이 적어 1년분 연금을 지급할 정도도 되지 않는다. 

이상의 서술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연금체계가 지속가능한 100년 앞을 내다본 개혁이라면 독일 방식이 아닌 미국과 일본 방식을 참조하고, 우리 실정을 고려하여 현행 제도를 재정립해 나가는 것이라야 한다. 

그리고 이런 개혁을 목표로 할 경우 이 작업에 임하는 여야 정치권과 정부의 접근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 

지금 새누리당이 공언하듯 5월을 시한으로 잡고 여기에 맞춰 개정법률안을 만들어 국회를 통과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비생산적인 악순환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즉 근시안적이며 졸속이고 명목뿐인 개혁에 머물더라도 ‘선거를 앞두고 개혁을 했다’는 명분을 얻으려는 정략적 접근으로는 머지않아 재정불안정과 불공평성을 이유로 다시 개혁에 손을 대야 할지 모른다. 

국회 내 연금개혁 특위 혹은 정부가 향후 국민대타협기구 논의를 포함하여 그동안 제시된 안을 토대로 제대로 된 개혁안을 마련하는 데 참고가 되도록 미·일·독  3국의 공무원연금 현황과 개혁 사례를 살펴보겠다. 


미국 : 공무원의 국민연금 가입 의무화 

미국은 1983년 공무원연금 제도를 개혁했다. 1983년 말까지 임용된 미국 연방공무원은 구(舊) 공무원연금(CSRS)에 가입하는 반면, 1984년 1월 이후 임용자는 신(新) 공무원연금(FERS)을 적용받는다. 

구 공무원연금은 보험료(7%)가 낮고 연금액이 급여의 56.25%(30년 재직 시, 상한 80%)로 높다. 신 공무원연금은 보험료율이 임용연도에 따라 국민연금 보험료 포함 7%(1984.1~), 9.3%(2013.1~), 10.6% (2014.1~)로 높다. 

반면 연금액은 급여의 30%로 낮다(1년 근속에 1%씩 증가, 62세 이후에는 1.1%씩 증가). 따라서 정부는 신 공무원연금 가입자는 국민연금(OASDI)과 공무원 저축(TSP)에 추가 가입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공무원 저축에 가입하면 정부가 퇴직 시까지 급여의 1%를 자동 적립해주고, 공무원이 원하면 추가 적립(상한 있음)도 가능하다.

급여의 3%까지는 정부가 100% 같은 금액을 지원해주고, 이후 2%는 50%만 지원해준다. 현재 미국 공무원의 86%가 공무원 저축에 추가 적립하여 민간 근로자의 퇴직연금(401k) 가입률(73%)보다 높다. 

공무원 저축제도 도입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은 1983년 연금 개혁을 통해 가입자인 공무원의 자조 노력 강화를 강조했다. 

아울러 공무원도 국민연금에 가입토록 해 연금제도의 투명성도 높였다. 한편 기존 재직자도 원하면 신제도를 택할 수 있도록 해 개혁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했다. 

미국 연방공무원의 보수는 민간 근로자 평균의 2배가 넘는 수준이며, 연금액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받는 대기업 근로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1983년의 공무원연금 개혁은 의회와 정부 주도로 이뤄졌으며 공무원 등 이해 관계자는 개혁 작업의 최종 단계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일본 : 공무원 퇴직금 15% 줄고 연금 감소

일본은 1985년 기초연금을 도입해 모든 급여 소득자가 이에 가입하도록 했다. 이전까지 민간 근로자는 후생연금, 공무원은 공무원연금에만 각각 가입했으나 이때부터 누구나 기초연금을 가진 상태에서 추가로 후생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받는 2층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같은 체계 개편으로 후생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차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고조되었고, 이후 정치권 주도로 양자를 일치시키는 작업이 진행됐다. 

2005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공적(公的)연금인 후생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통합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여 개혁 작업이 진행되었다. 관련법 개정안은 2006년 4월 국회에 제출되었는데 정치적 혼란으로 국회가 해산하면서 2009년 7월 폐기되었다. 

이후 개혁 작업은 한동안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가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2012년 4월 ‘피용자연금 일원화를 위한 후생연금보험법 등 개정 법률안’이 다시 국회에 제출되어 그해 8월 국회를 통과했다. 

올 10월 시행되는 이 법안은 신규 공무원이 민간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후생연금에 가입토록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우대제도의 하나였던 직역가산(후생연금보다 연금 수령액을 약 8.5% 높여주는 3층 제도)은 폐지되고 대신 급여수준을 10% 정도 낮춘 적립방식의 연금형 퇴직급여가 신설된다(노사기여분 합친 보험료 상한 1.5%).

▲ 지난 3월 19일 공무원 연금 개혁 관련 입장을 밝히는 공무원 노조. 연금개혁에 성공한 미국·일본의 경우 공무원 노조 등 이해관계자는 개혁작업의 최종단계에 참여하지 않았다.

일본 공무원의 보수는 대기업 근로자보다 낮지만 직역가산과 높은 퇴직금 등의 영향으로 은퇴 후 소득은 낮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제도 개편으로 퇴직금이 15% 정도 줄고 연금 또한 감소하여 은퇴 후 소득이 대기업 근로자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이 개혁은 정부와 국회가 주도했으며 공무원 노조 등 이해관계자는 개혁 작업의 최종단계에 참여하지 않았다.
 

독일 : 지급준비금 적립으로 장기 재정소요 대비

독일은 공무원연금 제도가 이원화돼 있다. 

연방 공무원의 53%, 전체 공무원의 38%를 점하는 관리 공무원은 은퇴 후 정부가 재원을 100% 확보해 지급하는 ‘은급’을 받는다. 

나머지 공무원인 공무 피용자는 민간 근로자가 가입하는 일반 법정연금에 가입한다. 은급액은 40년 가입 시 은급산정기초급여의 71.75%인데 이는 2003년의 75%를 8번에 걸쳐 하향 조정한 것이다. 배경에는 공무원 보수가 높아 은급이 법정 연금의 2배 이상이라는 사실이 있었다. 

2012년의 은급 월평균액은 2570유로로 법정연금 1200유로(45년 가입, 소득대체율 47%)의 2배 이상이다. 10년간 인상율도 13%로 법정연금의 8.5%보다 높았다. 

이러한 사실이 지적되면서 은급 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주목할 점은 정부가 은급 재원 조달을 위해 기금 적립에 나선 것이다.

1998년부터 연방정부(일부 주 포함) 차원에서 지급준비금을 적립했는데, 재원은 공무원 급여 인하로 절약한 금액의 50% 등이다. 

이렇게 조달된 금액은 2018년 이후 은급 지급 예산으로 사용되며, 관리는 연방 내무부가 맡아 주로 연방은행 채권에 투자되고 있다. 이러한 은급 개혁 작업은 정부와 국회가 주도했고 공무원 등 이해 관계자의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3국의 공무원연금 개혁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을 정리해보자. 

첫째, 개혁 작업은 ‘제도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장기 비전 하에 정부와 정치권 주도로 추진한다. 

둘째, 정책 목표로 미적립 채무의 증가 억제나 축소를 통한 지속 가능성 확보, 민간 근로자 연금과의 형평성 제고, 적정 급여수준 확보를 위한 공무원 자조 노력 강화를 들고 있다. 

셋째, 주기적으로 손보는 점진적 개혁보다 한두 차례의 근본적 개혁으로 수 십 년, 아니 100년 이상 지속할 제도의 틀과 방향을 정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비용을 줄이면서 개혁의 수용도를 높인다. 

넷째, 정부와 정치권은 개혁과정에서 공무원노조 등 이해 관계자의 목소리를 적극 청취하되 최종 결정은 국가재정과 공무원연금의 백년대계를 최우선하여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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