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내걸고 경제 이슈 선점하라
‘가치’ 내걸고 경제 이슈 선점하라
  • 미래한국
  • 승인 2015.05.0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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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특집] 위기의 박근혜號 대역전 PLAN
이동호
선거전략가

역대 大選은 경제 이슈를 성공적으로 선점한 후보가 승리했다. 이 공식은 2017년 대선도 마찬가지.
경제를 자신의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국민들과 가치를 공유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1. 열세 국면을 돌파하라 

새누리당 재집권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연초부터 계속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대표의 독주가 심상치 않다. 

갤럽이 3월 10일에서 12일 사이에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문재인 대표는 24%로 박원순(12%), 안철수(8%), 김무성(8%), 오세훈(7%), 김문수(5%) 등 다른 후보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여유 있는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문재인 대표는 전통적 새민련 지지층인 호남을 제외하고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부산, 울산, 경남 등에서 선전(善戰)하고 있다. 

여론조사는 추세가 중요하다. 문 대표는 지난해에는 줄곧 14% 내외의 지지를 기록했지만 새민련 대표에 오른 이후에는 25%대의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신문 여론조사의 경우 30%가 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정도면 대세론(大勢論)이 형성될 만하다.

▲ 4·29 재보선 선거에 지원 유세를 나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문재인 대표는 최근 들어 중도 노선을 강화하고 있고,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하게 중도로 이동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한다/연합

문재인 대표의 상승세에 대한 갖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표가 되면서 시작된 소위 ‘중도 행보’가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문 대표는 지난 대선(大選) 당시 48%의 지지율과 1400만 표를 획득한 최초의 야당 후보였다. 이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지지율이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문 후보의 낙선에 아쉬워하던 지지층이 올해 초 새민련 대표 경선을 계기로 결집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 소속 후보들은 문 대표에 비하면 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뚜렷한 강자도 없다. 

김무성 대표, 김문수(전 경기도지사), 오세훈(전 서울시장), 홍준표(경남지사), 이완구 총리 등 어느 누구도 확실한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대선이 아직 2년 반 이상 남아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그 격차가 너무 크다. 

이 격차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 패배의식이 커져 보수 지지층 분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 또 부동층이 대세론이 형성되는 후보에 편승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내년 총선에서 새민련 지지자들은 결집하는 반면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기권 현상을 가져와 총선 패배에 직면할  수도 있다. 

2017년에 실시될 19대 대선은 보수 집권 10년이 되는 선거다. 10년이면 집권당에 피로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미국의 경우 8년 주기로 정권이 교체되고 있다. 한국도 좌파 정권 10년 만에 보수 정권으로 교체되었다. 이제 10년 주기가 역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 시절 시작된 국제 금융위기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서민경제는 지난 IMF 외환위기 당시만큼이나 힘들다고 한다.

올해 초 담뱃값 인상과 월급 소득자들의 세금 감면 축소가 박근혜 정부의 지지도 급락을 가져왔던 것을 보면, 국민들은 자신들의 삶이 아직 나아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들은 보수 정권 10년의 공과(功過)를 냉엄하게 따질 것이다.
 

2. 과거 선거의 교훈 : 18대 대선의 경우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는 경선 탈락 후 5년의 시간이 있었다. 그 기간에 자신의 약점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이에 대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치밀한 대비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상대방 진영이 정수장학회 등 유신(維新) 관련 문제에 대해 공세를 펼 것이란 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그런데 새누리당 선거 캠프는 이 부분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유신에 대해 사과하자는 의견이 대세였다. 만약 유신에 대해 사과했다면 매 건마다 사과를 반복해야 했을 것이다. 

당시 필자가 몸담고 있던 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는 박근혜 후보의 유신 전력(前歷)이 대통령이 되는 결격사유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절대 다수였다. 

오히려 박정희 전(前)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이슈는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이슈였다. 따라서 유신 문제는 무시하거나 오히려 편승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었다. 엉터리 전략이 선거를 망칠 뻔한 경우다. 

박근혜는 대한민국 최초의 유력한 여성 후보였다. 이는 선거에서 변화를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역대 보수당 지지표는 남성 48%, 여성 52%였고, 이는 지속적인 경향을 보였다.

▲ 선거 때마다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기적적인 승리를 이끌어 낸 '선거의 여왕' 박근혜 대통령. 그러나 정작 자신이 출마했던 대선 캠페인에서는 준비 부족과 비전문적 전략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의 경우 여성이 그 이전 보수당 후보보다 월등히 많았다.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로 새로운 여성 지지층이 형성된 것이다. 

보수당에서 새로운 지지층의 발굴은 매우 어렵다. 그런데 당시 새누리당 전략가들 중 상당수는 “여성은 여성 후보를 찍지 않는다”는 그간의 통념에 빠져 여성 대통령이란 점을 부각시키기를 꺼려하고 있었다.

2012년 대선은 국제 금융위기의 여파가 한국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던 시기였다. 이를 정의하고 정면 돌파할 전략이 급선무였다. 

당시 유권자들은 경제위기가 집권 여당의 책임이 아니라 국제 금융위기의 여파라고 생각했다. 유권자들은 경제위기에 적합한 지도자로 박근혜 후보를 우선 꼽았다. 

보수당 후보라는 이점과 새누리당의 위기를 구출한 경험을 높이 샀던 것이다. 결국 ‘위기에 강한 여성 지도자’라는 슬로건이 채택되었다. 박근혜 후보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18대 대선은 경제위기가 선거를 규정했다. 위기에 누가 적합한 후보인가가 유권자들의 선택의 기준이었다. 

18대 대선에서 복지문제가 최대 쟁점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우리 팀 조사 결과 유권자들은 70% 이상이 복지보다 경제성장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 조사 결과를 전략으로 채택했다면 복지 공약을 남발하지 않아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아마추어 전략가들은 복지 공약이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새누리당은 이를 채택해 집권기간 내내 그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 겪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정체는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인한 것을 감안하면 스스로 어려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3. 선거는 과학입니다 

문재인 후보의 실패는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과의 선거 연합과, 그로 인한 과격한 정책이 유권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했다. 

문재인 후보는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선거기간 내내 단일화에 매달리면서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데 실패했다. 

우리는 좌파집권 10년을 경험하며 보수의 핵심가치가 하나하나 파괴되는 경험을 했다. 정권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체제에서 집권을 해서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선거에서 승리하는 길 이외에는 없다. 

이토록 중요한 선거를 과학적으로 연구하지 않고 일부 비(非)전문가들의 감에 의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선거는 정책전문가나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치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선거 전문가가 아니다. 선거란 선거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가들 중심으로 치러야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선거운동은 포지티브 캠페인과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구성된다. 미국의 선거 전략가 스캇 리드(Scott Reed)는 “선거운동이란 유권자들을 교육시키는 것이다. 

나의 후보는 누구인가. 그의 원칙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의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를 효과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포지티브 캠페인이다. 

한편, 선거운동은 다른 면으로 유권자들을 교육시키는 것이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반대파는 누구인가. 그의 원칙은 무엇인가. 그의 원칙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그의 목표대로 가면 나라가 망한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이것은 네거티브 캠페인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이란 상대방을 부정적으로 정의하여 유권자들을 상대방에게 가지 못하게 하는 활동이다. 

선거 과정은 포지티브 캠페인과 네거티브 캠페인이 조화를 이루며 ‘공포감 불러 일으키기’와 ‘희망 심어주기’라는 과정을 통해 유권자들이 나의 반대편으로 가는 것을 막고, 또 나를 투표해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여 끌어들이는 것이다.

즉 나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지지 이유와 근거를 주는 것이고, 상대방 지지자에게는 기권을 유도하는 것이다. 

통상 선거운동은 포지티브 캠페인을 먼저 시작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시점에서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주를 이룬다.

통상 경선(競選) 과정에서는 지지자 결집을 위해 우(右)로 이동하고, 본선에서는 중도층 설득을 위해 가운데로 이동한다. 

그러나 자칫 무분별한 중도로의 이동이 나의 지지자들의 결집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딕 모리스는 중도에 표가 있다고 자신의 지지자를 설득하지 못한 채 중도로 서둘러 이동하면 실패하고, 반면에 자신의 지지자들을 최대한 설득하여 중도로 이동하는 경우 성공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최근 그의 저서에서 “정치에 ‘중간층’이나 ‘중도’는 없다. 실제로는 ‘이중 개념주의자’가 존재할 뿐이다.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사업할 땐 진보적인 식으로, 삶의 어떤 부분은 보수적이고 또 다른 면은 진보적인 사람들이 선거에서 ‘스윙 보우터’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스윙 보우터’들은 누구인가. 한 가지 가설은 386세대들이 이제 거의 40대 중반에서 50대에 접어들었다. 사회적으로 안정을 구가하는 세대다.

학창 시절에는 진보의 세례를 받았고, 현실세계에선 보수의 세례를 받은 그들이다. 이들은 어떤 쟁점에서는 보수적이고, 다른 면에서는 진보적 성향을 보인다고 가정할 수 있다. 한국의 ‘스윙 보우터’들의 상당수는 이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조지 레이코프는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오른쪽으로’ 또는 ‘왼쪽’으로 움직이는 것은 실수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경쟁 상대를 향해 이동하는 것은 상대방의 가치를 옹호해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중도층’ 또는 ‘스윙 보우터’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전략이 있다. 딕 모리스처럼 진보도 보수도 문제 제기하기 어려운 제3의 생활적 이슈를 제기하고 이것으로 타깃층을 공략하는 방법이 있다. 딕 모리스는 이를 ‘트라이앵글 전략’이라고 불렀다.

반면 공화당 전략가인 칼 로브는 보수의 가치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보수주의자 중 선거에 무관심하거나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유권자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사했다. 

무엇이 적절한가는 당시 상황과 피아간에 형성된 관계에서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중요한 원칙은 자신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선거운동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이다. 

선거운동의 기본은 자신의 지지자를 설득해서 자신의 주위에 결집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것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 선거는 실패한 선거가 될 것이다. 

우리 정치 상황에서 중도층의 규모는 어느 정도 일까. 이영작은 그의 저서 ‘이영작 레포트’에서 “나는 1995년 9월 보고서에서 DJ가 최선을 다한다면 대략 40%의 지지를 얻어낼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절대로 DJ를 지지하지 않을 40%와 나머지 20%는 14대 대통령 선거에서 정주영, 박찬종 후보를 지지했던 중간집단의 유권자들로 나뉜다.

중요한 것은 이 20%가 당시 야당보다는 여당에 가까운 유권자 군으로서 DJ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인제가 이 20%를 차지하느냐의 여부야말로 DJ 승리의 관건이었던 것이다”라고 부동층의 존재에 대해 언급했다. 

진영재는 ‘부동층 유권자의 행태분석’이란 논문에서 “부동층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정의된다. 

첫 번째 형태는 투표의 결심 시기와 관련된 것으로, 후보자 선호도를 결정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두 번째 형태는 한 정당(또는 후보자)으로부터 다른 정당(또는 후보자)으로 선호를 바꾸는 경우를 의미한다. 

정당 충성도나 정당 일체감이 없는 무당파가 바로 부동층의 대부분을 형성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부동층 분석을 위한 모델에서 “1992년 대선에서 정주영 후보(13.4%),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 후보(15.4%)가 얻은 득표로, 기존 정당에 만족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선거 직전 부동층에 머물러 있었다면 정주영 후보나 이인제 후보의 표는 부동층의 대체적인 크기를 반영한다는 의미다.

이 두 가지 선거를 중심으로 본다면 한국에서 제3 후보는 대략 기권자를 제외하는 경우는 15% 정도, 기권자를 포함하는 경우는 20% 미만에서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또 유권자가 젊을수록, 보수 성향을 가질수록, 선거 경합이 치열할수록 늦게 후보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영작의 분석과 진영재의 분석은 서로 일치한다. 문제는 그들이 누구냐는 것이다. 이영작의 분석은 필자의 의견과 동일하다.

‘부동층’은 재벌인 정주영을 지지하고 보수 성향의 이인제를 지지했다. 특히 당시 이인제는 박정희의 이미지를 모방했다. 그 후 부동층은 2002년 정몽준, 2012년 안철수에 이르고 있다. 

이들을 진보로 볼 근거는 없다. 그렇다고 적극적인 보수 지지로 보기도 어렵다. 이들을 파악하고 이들을 자신의 지지로 끌어들이는 것이 선거의 핵심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특히 박빙의 수도권 선거와 대선에서는 더 중요하다. 

선거에서 전략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 전략을 세우기 위한 조사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가장 나쁜 선거운동은 전략이 없는 것이고, 그 다음 나쁜 것은 전략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물론 최선의 전략이 가장 중요하지만,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관성 있는 전략과 반복된 메시지만이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 

필자는 선거 전략이 무엇인지를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선거 전략은 곧 ‘정의하기’다.

즉 이번 선거를 정의하고, 나를 정의하고, 상대방을 정의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정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를 내가 정의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나를 정의해 버린다. 그렇게 되면 나는 상대방이 뒤집어씌운 정의에 갇혀 빠져나오기 어렵게 된다. 

나는 누구이고, 어떤 원칙과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를 내가 먼저 정의해야 한다. DJ는 1997년 대선에 나서기 위해 자신을 경제 전문가라고 정의했다. 처음엔 후보 자신과 많은 지지자들이 이 정의에 대해 반신반의(半信半疑) 했다.

그러나 이 캠페인을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진행한 결과 1997년 대선 때는 모두가 DJ를 경제 전문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나를 포지티브하게 정의하는 것이 먼저이고, 그 다음 반대로 상대방을 정의하는 것이다. 조셉 나폴리탄은 한 장짜리 선거 전략서가 없으면 선거 전략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선거 전략은 간단해야 한다. 

선거 전략은 너무도 당연해서 상대방이 이 전략을 알고서도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워야 한다. 선거 전략이 세워지면 후보부터 시작하여 전 캠프가 이를 알고 전략에 따라야 한다. 

선거 전략은 메시지가 핵심이다. 이 메시지는 이번 선거를 정의하고, 나와 상대방을 정의하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위기의 대한민국 경제 살리기’, ‘위기 극복의 경험이 있는 나’, ‘위기에 무능하여 대한민국을 수렁으로 빠지게 할 상대 후보’ 등이다. 통상 선거는 한두 가지 이슈를 가지고 선거를 치르게 된다. 

나를 정의하고 상대방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프레임이라는 틀을 사용한다.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고, 정책을 설명하는 틀이다. 프레임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대중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프레임은 언어로 작동된다. 다르게 생각하려면 다르게 말해야 한다. 내가 짠 프레임으로 말해야 한다. 상대방이 짠 프레임에 들어가면 상대방의 프레임만 강화될 뿐이다. 

이와 관련해서 조지 레이코프는 상대가 “당신은 거짓말쟁이”라고 했을 때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다”고 반박하면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그가 진짜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어떤 주장을 반대하고 부인하는 과정은 상대 주장을 더 연상·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레이코프에 따르면 증세 문제에 관해 공화당은 ‘세금 폭탄’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세금 폭탄’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할수록 ‘세금 폭탄’의 프레임만 강화된다는 것이다. 

세상을 보는 자신들의 틀인 프레임을 짜서 논쟁을 주도해야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신경과학과 인지과학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 속의 신경 체계는 상호 억제를 위해, 모순적인 가치체계가 서로 다른 맥락에서 사용되도록 설정되어 있다.

이 체계에서는 한 가치가 활성화되면 다른 한 가치는 억제된다.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들이다. 레이코프의 주장은 현재에도 강력한 시사점을 지니고 있다.
 

4. 가치에 주목하라 

선거는 이슈보다 가치 중심으로 이끌어야 승리할 수 있다. 가치 중심의 선거가 유권자들의 공감과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책임과 공평함, 자유와 정의 등 윤리적 개념이나 감정이입이 가능한 논쟁에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지난 대선에서 흑인이라는 자신의 핸디캡을 ‘기회의 땅 미국’이라는 가치로 설명하는 데 성공하여 유권자들의 감동을 이끌냈다. 

레이건은 ‘레이건 민주당원’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민주당원이면서 레이건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구체적인 정책에서는 다른 의견을 보이면서도 레이건을 지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당시만 해도 유권자들은 후보의 정책을 보고 지지를 결정한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레이건 민주당원’들을 달랐다. 이 비결이 무엇일까. 바로 ‘가치’였다. 레이건은 구체적인 정책이 아니라 가치를 전달했다. 게다가 그 모습이 진실해 보였다. 유권자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마음에도 없는 얘기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레이건 자신이 굳게 믿는 바를 설명하는 태도였다.

사람들은 레이건을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느꼈다. 가치와 인간적 유대, 진정성, 신뢰, 이런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의견이 좀 달라도 레이건을 지지했다. 

레이건은 미국의 비관적 전망과 대담하게 부딪쳐 나갔다. 그는 선거를 미국의 잠재력과 장래에 대한 국민투표 형태로 몰아갔다.

그는 1980년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사람들은 미국이 전성시대를 누려왔고 이제 절정기를 지났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 위대한 국가가 시원찮은 지도력 때문에 국가의 의지와 목표가 좀먹으면서 자멸해가는 과정을 그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레이건은 낙관주의적인 태도로 국민들의 애국심이라는 가치에 호소했다. 레이건의 전략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보수 재집권을 위해 후보는 유권자들과 가치를 공유하고,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실현해 주는 지도자로 이동해야 한다. 

가령 ‘경제성장’을 말할 경우 현재 새누리당은 성장이 일자리를 만든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매우 위력적인 메지시다. 이 메시지가 이제껏 보수당의 지지 기반을 만들었다.

▲ 이명박 후보의 대선 캠페인 장면. 기업 경영자 출신으로서 '경제 살리기의 적격자'라는 이미지를 들고 나온 이명박 후보는 운 좋게도 상대적으로 허약한 야당 후보를 만나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지금 이 메시지는 공격당하고 있다. 성장의 과실이 소수의 재벌과 가진 자들에게만 귀속된다는 것이다.

최근 새민련은 ‘소득중심 성장전략’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성장을 보수당의 전유물로 둬서는 선거에서 승리가 어렵다고 판단, 성장의 과실이 서민들에게 귀속되는 성장을 말하고 있다. 

필자는 경제성장 문제를 가족에 대한 가치문제로 접근하라고 제언한다. “내가 왜 경제를 살리자고 합니까. 성장이 둔화되면 가장(家長)이 거리로 내몰리고, 가족이 해체됩니다.

우리 자녀들은 거리를 방황하게 됩니다. 경제성장은 내 가족을 지키는 일이며, 내 아이를 지키는 일입니다.” 이러한 접근법이 가치적 접근법이다. 

유능한 지도자는 이성적으로 인정하는 데 그친다. 더 나은 능력을 가졌다고 인정되는 후보가 출현하면 흔들린다. 

후보와 개별 유권자 간의 연관되는 끈이 없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지도자는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지속적인 지지를 가능하게 한다.

그 후보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자신이 원하는 욕구를 만족시켜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치학에서 ‘가치’란 가장 심층적인 가치관으로서, 이는 한 개인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기본적인 시각을 의미한다.

가치는 태도에 영향을 주고, 가치와 태도에 영향을 받아 구체적인 신념이나 의견이 형성된다.

대중의 가치체계를 이해하면 그들의 정치적 태도 및 구체적인 이슈에 대한 신념이나 의견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잉글하트는 “어린 시절에 경험하는 무의식적 사회화가 가치 형성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가치는 이념에 비해 인지적 요소 보다는 감정적 요소가 강하며, 쉽게 변하지 않는 속성이 있다.
 

5. 역대선거는 경제가 좌우했다 

1992년 김영삼은 신한국 창조를 통해 ‘강한 경제’를 약속했다. 그는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여 경제를 일으키겠다고 했다. 1997년 DJ는 IMF를 맞은 우리 국민들에게 준비된 후보로서 위기의 경제를 일으키겠다고 약속했다. 2002년 노무현은 서민 출신으로 서민 경제를 이야기해서 승리했다. 2007년 MB는 성공한 경제인으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약했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위기에 강한 경제 지도자라는 메시지로 승리했다. 결국 역대 대선은 경제 이슈를 성공적으로 선점한 후보가 승리했다. 이 공식은 이번 선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경제적 위기에 신음하고 있는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이들에게 경제성장과 희망을 전달하는 후보가 승리할 것이다.

경제를 자신의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국민들과 가치를 공유하는 후보가 보수 재집권의 기회를 만들 것이다.


<이동호 선거전략가·캠페인전략연구원장>

뉴라이트전국연합 조직위원장(前)
중소기업진흥공단 상임감사(前)
자유민주연구학회 사무총장(現)
네이버 편집자문위원(現)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객원연구원(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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