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별사면 천태만상
대통령 특별사면 천태만상
  • 정재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5.05.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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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역대 대통령과 사면(赦免)

친해서 풀어주고, 신세져서 봐주고, 간첩마저 놔주고…

사면은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구분된다.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일반사면은 범죄의 종류와 기준 등을 정해 이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인에 대해 형 선고의 효과나 공소권을 소멸해 준다.

반면 특별사면은 형의 선고를 받은 특정인에 대해 형의 집행을 면제해 주는 제도로, 법무부 장관이 대상자를 선정해 대통령에게 상신하면 대통령이 사면 대상을 결정한다. 법무부 장관이 대상자를 정하는 과정에서 통상 청와대와의 협의 하에 결정한다.

문제의 특별사면이 역대 정부마다 특혜 시비를 불러왔다. 대형 비리 사건에 연루된 친인척 및 측근·정치인을 사면으로 풀어주는가 하면, 대기업 총수들의 형 집행을 면제해 줘 특혜 논란을 불러왔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공안사범들을 대규모로 특별사면 조치함으로써 거센 비난을 받았다.

▲ 대통령 고유권한인 특별사면은 대형게이트에 연루돼 수감중인 친인척과 측근들을 풀어줘 논란이 돼왔다. 사진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

노태우 정부에선 5공(共) 비리 혐의로 수감 중이던 전두환 전(前)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 씨와 처남 이창석 씨를 풀어줬을 뿐만 아니라, 노태우 대통령 시절 최대의 권력형 비리로 불렸던 ‘수서 사건’(1991년 1월)의 주인공 장병조 청와대비서관과 이원배 전 국회의원도 1992년 12월 특별사면 혜택을 받았다. 수서 사건의 또 다른 주역인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은 1995년 다음 정권인 김영삼 정부에서 특별사면 된 이후 외환위기의 도화선이 된 1997년 ‘한보 게이트’를 일으켰다.

 

대형 게이트에 연루된 대통령 아들, 최측근 특별사면

김영삼 정부 막판인 1997년 12월에는 반란죄, 내란죄, 수뢰죄로 수감 중이던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특별사면으로 풀어줬다. 이때는 김대중 대통령이 15대 대통령 당선 직후여서 실질적으로 사면을 해준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한보 게이트’에 연루돼 김영삼 정부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던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도 김대중 정부에서 특별사면 됐다. 이 밖에 김대중 대통령의 세 아들 김홍업·김홍걸·김홍일 씨는 각각 이용호 게이트, 최규선 게이트, 나라종금 뇌물사건으로 구속됐으나 노무현 정부에서 모두 사면됐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특별사면이 있었다. 불법 대선자금 혐의로 구속됐던 강금원 씨,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최도술 전 청와대 비서관 등도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풀려났다. 이명박 정부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천신일 씨, 파이시티 비리로 구속됐던 최시중 씨 등 이 대통령 본인의 최측근들을 특별사면 해 논란을 일으켰다.

▲ 노무현 정부 때는 간첩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석기 씨를 가석방으로 풀어줬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의 특별사면이 특히 문제가 됐던 것은 지난 1월 내란 선동죄로 대법원에 의해 징역 9년이 확정된 이석기 씨 등 공안사범들이 대거 풀려났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공안사범의 사면 복권 현황은 김대중 정부에서 다섯 차례 2957명, 노무현 정부에서 다섯 차례 703명이 혜택을 받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공안사범에 대한 사면 복권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제16대 대통령 취임 기념으로 사면 복권한 424명 가운데는 김대중 정부 시절 최대의 공안사건인 영남위원회, 간첩단인 민족민주혁명당,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관련자 등이 대거 포함됐다.

‘무하마드 깐수’라는 이름의 아랍인으로 위장해 활동하다 1996년 7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검거된 정수일 씨, 민혁당 조직을 담당했던 하영옥 씨, 북한 8·15 통일대축전 행사에 참석했던 문규현 씨, 중부지역당 사건의 황인오 씨 등이 모두 이때 사면 복권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석기 등 간첩단 연루 공안사범 대거 특별사면

특히 2002년 민혁당 사건으로 체포됐던 이석기 씨는 2003년 8월 가석방됐다. 당시 법무부에서 밝힌 이석기 씨 석방 사유는 ‘민혁당 사건으로 형 집행 중인 자로 2003년 4월 특별사면 시 공범(共犯)들이 모두 석방된 점을 참작하여 심사를 거쳐 가석방’했다는 것이었다. 이석기 씨는 2년 6개월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상태였다.

가석방은 징역형을 선고받고 집행 중인 사람이 충분히 반성하여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무기징역은 10년)한 수감인에 대해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법무부 장관이 조건부로 석방하는 것을 말한다. 법무부는 일반적으로는 형기의 80% 이상을 채워야 가석방을 해주고 있다.

현 정부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사면 불가 원칙을 여러 차례 밝혀 가석방에 관심이 모아진 바 있다. 특히 형이 확정됐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기업인들의 관심이 큰 상황이다.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2월 징역 4년형이 확정돼 2년여 동안 복역하고 있고,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도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혐의로 2012년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이밖에 윤석금 웅진 회장이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항소를 준비 중이고, 이재현 CJ 회장도 2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기업인 사면은 이명박 정부 시절 마지막으로 이뤄졌다. 취임 첫해인 2008년 8월 15일 시행한 대사면으로 경제인과 대기업 관련자 74명, 중소기업인 250명을 대거 풀어줬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운규 현대건설 대표이사, 손길승 전 SK 회장, 안병균 전 나산그룹 회장 등 74명이 사면된 바 있다. 특히 2009년 12월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단독 특별사면을 단행해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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