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이해해야 세계가 보인다
인도를 이해해야 세계가 보인다
  • 미래한국
  • 승인 2015.06.0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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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특집] 인도의 國力과 위상

21세기 세계는 인도와 어떻게 협력 공존할 것인가에 따라 그 성격이 결정될 것 

● 구매력 평가지수(PPP)로 볼 때 인도는 세계 3위로, 4위 일본을 이미 추월
● 2013년 화성 탐사선 망갈리안 호 발사 성공, 2014년 화성 궤도 진입 성공

▲ 이광수 부산외국어대 인도학부 교수

한국에서 인도에 대한 이미지는 지난 30년 동안 몇 차례 변해 왔다. 처음 대학 교수가 되었던 1990년대부터 몇 년 간 인도는 명상과 사색과 정신의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오랫동안 차지했던 가난하고, 인구만 많고, 아무 힘없는 ‘제3세계 국가’라는 인식도 여전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인도의 이미지가 크게 바뀐 것은 2003년 미국의 증권회사인 골드만 삭스 그룹이 인도를 브라질, 중국, 러시아와 함께 차세대 세계 최대의 경제권을 이룰 브릭스(BRICs)의 일원으로 지목하면서부터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한국에서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혹은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경제 대국(大國), 특히 떠오르는 신흥 시장의 대표 주자로 널리 알려졌다.

인도의 위상이 경제 발전 잠재력으로만 국한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경제란 한 나라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경제 발전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치와 외교 부문에서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문화적 위상이 제고되어야 하며, 사회의 안정적 유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인도의 위상을 두루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 

인도는 경제 대국이다. 특히 가파른 경제성장률이 향후 인도 경제의 위상을 더 밝게 해준다. 2013년 2분기 7.0%였던 경제성장률은 3분기 7.5%, 4분기 6.4%, 2014년 1분기 6.7%, 2분기 6.5%를 달성하더니 3분기에는 8.2%, 4분기에는 7.5%를 찍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7.5%로 예상되는데, 이는 중국의 6.8%를 앞지르는 예상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주요 국가들의 2019년까지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했는데, 이에 따르면 인도가 중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명망 높은 전 세계의 기관들이 인도의 경제 현황을 대단히 낙관적으로 예측하는 이유는 모디 정권 출범 이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계속 낮아지고, 주가지수는 계속 높아지며, 경상수지 적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가 경제 대국이라는 사실은 인구 규모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인도는 2030년 이후에는 인구수에서 세계 1위인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요 경제성장국 중에서 젊은층 인구가 가장 많아, 충분한 노동력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게 될 것이다.

인도는 현재 생산 능력을 갖춘 젊은 노동력의 인구가 5억 명 정도 되는데, 젊은 노동력 인구수에서 이미 중국을 추월하여 세계에서 유일하게 노동 생산력을 충분하게 갖춘 나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가운데 영어를 사용하면서 기술 교육을 받은 노동력의 인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인구의 절반이 25세 이하인 나라답게 인도는 1만7189개의 대학에서 매년 35만 명의 엔지니어와 80만 명의 MBA 이수자, 그리고 9000명의 박사학위를 취득한 글로벌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인구 대국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인구 증가는 곧 소비 시장의 폭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수 년 동안 내수시장에서 1억5000만 명 이상의 내구재 소비 인구를 형성했다. 현재 구매력 평가지수(PPP·Purchasing Power Parity)로 볼 때 인도는 세계 3위로, 4위 일본을 이미 추월했다.

대표적인 소비재 품목인 스마트폰의 경우 현재 인도는 시장 규모가 세계 2위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자동차 수요도 폭발적이다. 고성장과 함께 1인당 소득이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매년 거의 100달러씩 증가하고 있다.

경제의 급성장과 함께 신흥 부유층이 급속도로 형성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한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IT, BT, 이동통신, 건설, 유통업 등이 급성장하면서 엄청난 소비계층을 만들어 냈다.

새롭게 탄생한 신흥 부유층과 별도로 인도에서는 원래부터 엄청난 구매력을 갖고 있는 계층이 있다. 바로 부호 계층인데, 이들이 과거에는 주로 해외에서 소비를 했는데, 최근에는 이들이 국내에서 적극 소비하면서 인도 내 사치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인도는 특히 IT산업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 국가다. 지난 10여 년의 IT산업 발전 추이를 보면 글로벌 침체기 때 잠시를 제외하고는 해마다 35~40% 정도 고성장을 지속해 왔다. 인도 IT산업은 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이 20개를 웃돌 정도로 질과 양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 인도 IT분야 매출 2위인 인포시스 본사 전경.<사진제공: 김응기 (사)인도연구원 상근이사>

인도의 IT산업은 대외 수출 비중이 30%에 이를 정도로 인도 경제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의 섬유산업에는 3500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 그런데 IT산업의 경우는 섬유산업에 종사하는 인구의 7%에 불과한 230여만 명이 종사하고 있으면서도 수출 규모는 섬유산업의 2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인도의 IT산업은 21세기 인도 경제를 이끌고 있는 견인차라고 할 만하다.

인도의 IT산업은 개인용 통신기기나 반도체 상품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제품과 R&D 서비스, 정보 기술 용역 서비스, 정보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아웃소싱 서비스, 그리고 관련 하드웨어 등 네 가지 영역 모두가 IT산업에 속한다.

인도 IT산업은 이들 네 가지 구성에서 하드웨어를 제외한 세 영역, 즉 비(非) 하드웨어 분야에서 크게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한국의 IT제품 수출의 대부분이 반도체, 휴대폰, LCD 등 하드웨어로 구성된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물론 인도 IT산업을 순수하게 소프트웨어 개발 중심의 IT산업이라고도 표현할 수는 없다. 서비스 산업에 치우친 구조다. 그렇지만 이런 구조에서도 주목해야 할 것은 소프트웨어 제품의 수출이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오늘날 인도 IT 산업의 중심은 단연 IT 관련 서비스지만, 그러면서도 꾸준히 소프트웨어 제품의 비중 역시 커지고 있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소프트웨어 제품 매출의 1~2위 기업인 타타컨설턴시서비스와 인포시스가 IT 서비스 매출에서도 상위 기업이라는 사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민주주의 역사 100년 

경제성장은 정치가 안정될 때 더 빛을 발한다. 정치 안정은 박정희 정권 당시 한국이나 리콴유(李光耀) 정권의 싱가포르, 혹은 공산당 정권의 중국과 같은 예가 있을 수 있겠으나, 가장 바람직한 경우는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민주주의가 잘 운용되는 나라에서 달성될 수 있다.

인도는 영국의 식민 지배기였던 1885년에 정당(인도국민회의·INC·Indian National Congress)이 만들어졌고, 1919년부터는 부분적이나마 투표제가 도입되었으니 민주주의 역사가 100년이나 되는 나라다.

아직도 브로커를 통한 투표, 특정 카스트나 종교 공동체에 몰표를 주고 부정 선거가 횡행하는 약점이 있긴 하지만, 1951년 총선이 있은 이래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투표를 통한 정권 교체를 이룬 나라라는 사실을 평가절하 할 수는 없다.

인도는 의원내각제이기 때문에 민심이 투표로 잘 반영되고, 연방제이기 때문에 중앙과 지역의 세력이 견제와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연방정부의 총리가 된 나렌드라 모디와 인도국민당(BJP)은 2014년 4월부터 5월까지 실시된 제16차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2004년에 빼앗겼던 정권을 10년 만에 되찾아 왔다.

특히 1947년부터 실질적으로 이어져 온 회의당(인도국민회의·INC)의 1당 지배는 1989년에 끝나고, 그 이후로는 회의당과 인도국민당이 투표를 통해 주기적으로 정권 교체를 이룸으로써 아시아에서 가장 탄탄한 민주주의 국가임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민주주의의 확립은 민심과 동떨어지지 않는 지속적인 정책을 펼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인도는 다당제를 기반으로 하는 의원내각제를 운용하는 나라지만 연방 수준에서 볼 때는 실질적으로 양당제와 다름이 없다.

회의당은 국가자본주의 혹은 사회주의적 혼합 경제 체제를 국가 건설 이후 오랫동안 경제 사회 체제로 지켜왔으나 1984년 라지브 간디 이후로는 서서히 시장 개방과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에 인도국민당은 종교 공동체 간의 갈등 위에 세력의 기반을 둔 정당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신(新)자유주의를 기조로 삼고 있다. 게다가 인도는 오랫동안 어떤 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전 정부의 정책을 폐기하고 국가 정책을 바꿔버리는 예를 보이지 않았다. 현 집권당인 모디의 인도국민당의 경우가 좋은 예다.

인도국민당은 16대 총선 결과 전체 543석 중 과반이 넘는 282석을 확보하여 연정(聯政)을 구성하지 않고 특정 정당이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때문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인디라 간디 이후 가장 강력한 민심을 업은 리더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직전의 회의당 정부가 추진해 온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았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가 앞장서서 인도 국가의 위상을 외부 세계에 알리고 적극적으로 끌어올리려 한다는 점이다.

정치 외교 군사적으로 강하고,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를 표방하는 것은 인도국민당이 처음 정권을 잡은 1998년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강행한 것에서 드러난다. 인도국민당은 ‘위대한 인도 민족’을 표방하는 민족주의 정당이기 때문에 이전의 사회주의적 사회를 주장한 인도국민회의와 국가 운용 기조가 상당히 달랐다.

인도국민당은 이미 오래 전부터 축적되어 온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하여 핵폭탄을 보유하면서 더 강력한 군사 대국으로 앞장서야 함을 실천했다.

인도는 우주 산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7년 일본과 중국에 이어 2008년에 인도는 달 탐사에 성공함으로써 우주 강국의 대열에 자리를 같이 했다. 인도는 2013년에 아시아 국가로서는 최초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화성 탐사선인 망갈리안(Mangalian) 호를 발사했다.

망갈리안 호는 발사 후 약 300일을 비행한 끝에 2014년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고, 현재는 화성에 대한 과학적 정보들을 지구로 보내주고 있다.

인도는 초대 총리 네루 이후 국제 외교 관계에서 많은 공을 들인 나라다. 냉전 시기에 소위 민주진영과 공산진영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비동맹이라는 틀을 세워 미국과 소련 양 진영으로부터 다양한 실리를 챙겼고, 전통적으로 말레이반도 서쪽, 즉 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영화의 경우 발리우드(Bollywood)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이 있고, 의식주(衣食住) 문화도 인도의 영향 아래 있는 곳이 많다. 영국 지배 시기부터 자국(自國)의 노동력을 영연방 곳곳에 보냈고, 독립 후에는 유럽과 미주(美洲) 등 세계 곳곳에 노동력과 고급 인력을 대거 송출했다.


독특한 문명세계 구축 

이처럼 여러 경로를 통해 해외에 진출한 인도인들은 개방된 글로벌 환경에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이러한 글로벌 인맥은 인도 경제 발전에 큰 힘이 될 뿐만 아니라 국제적 위상 제고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로 매년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해외 거주 인도인에 의해 국내로 송금되는데, 그 규모가 인도 GDP의 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인도 교포가 정계와 재계에서 거물급으로 성장한 경우는 허다하다.

인도의 국가 위상이 세계 최강국으로서 자부심을 갖는 것은 경제, 정치, 외교, 국방, 산업 측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인도는 고대 시기부터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로서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중국, 후대의 유럽 그리고 현재의 미국 중심의 문명과는 다른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여 왔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인도인들은 물질문명의 발달 못지않게 정신문명의 발전을 이뤄냈다. 그들은 다른 문명권이 전혀 생각지 못한 여러 측면들, 예를 들면 윤회(輪回)의 개념 위에서 동물과 대화를 나누는 우화의 개념이 발달하고, 전생(前生)과 영겁(永劫)으로 시간 개념이 확대되면서 신화, 전설, 민담 등이 크게 꽃피웠다.

또 속세를 버리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체계가 만들어지면서 이질적이고 복합적인 문화를 포용하며 공존하는 세계의 상(像)을 만들었다. 이런 세계관은 물질 만능, 승리 우선, 지배자 독식의 현대 문명에 따끔한 비판을 가해 인류의 반성을 이끌어내고 있다.

21세기 세계는 인도와 어떻게 협력하고 공존해나갈 것인가에 따라 그 성격이 결정될 것이다. 단언컨대, 21세기에는 인도를 이해하지 않고는 세계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광수 부산외국어대 인도학부 교수>

델리대 역사학 박사
전 한국인도사회연구학회장
현 인도연구원 이사
저서 <슬픈 붓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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