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여론에 휘둘려 法治 무너질 수도
[2025년 한국] 여론에 휘둘려 法治 무너질 수도
  • 미래한국
  • 승인 2015.06.1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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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호 특집] 10년 후 한국의 法治
▲ 차기환 변호사·미래한국 편집위원

현대 세계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특히 대한민국은 20세기 후반 농업국가에서 첨단 산업국가로 급격히 발전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방면의 변화의 속도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어떤 원로 경제인은 자신이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산간벽지(僻地)에서 태어나 20세기 첨단 산업 분야 회사의 CEO를 맡고 있으니 문화의 변화로 따지자면 1000년 이상의 삶을 살아왔다고 했다는데, 그 말이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21세기 들어와 인터넷의 시대를 맞으면서 변화의 속도는 한층 더 빨라지는 느낌이다.

법조계는 원래 기존의 법질서를 수호하는 속성이 있으므로 급격한 변화는 드물지만 사회, 문화가 급속히 변화하는 이상 법조계도 변화를 피할 수 없다.

10년 후 한국 법조계의 모습은 우리가 지금 익숙한 것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20년 이상 법조계에서 일하면서 체득한 경험에 비춰 몇 가지 문제를 정리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 확산

한국 법조계가 10년 사이에 겪을 파동 중 필자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헌법상 ‘자유민주주의체제’와 ‘법치주의’가 겪을 시련(試鍊)과 극복(克服) 여부다.

건국 후 70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 전혀 터무니없는 기우(杞憂)같이 들릴 수도 있으나, 향후 이런 문제에 대한 논쟁과 혼란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 이런 혼란을 예상하는가? 그것은 한국 현대사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한국은 1945년 일제 식민지 지배에서 독립하여 1948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건국했으나 위정자와 대다수 국민이 자유, 사유재산권 보장, 자유시장경제의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없었다.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 지배를 당한 신생 독립국인 대한민국이 공산주의 체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시장경제 체제를 선택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북한은 1946년 2월 북한 전역에 걸친 인민위원회 조직 및 토지개혁, 3월에는 산업 국유화를 단행하고 사실상 북한 지역에 인민민주주의 정권, 다시 말해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대의 지성인이자 정치가인 이승만이 1946년 4월 북한에 이미 사실상의 정부가 수립되었으니 한반도 전체의 공산화를 피하려면 38선 이남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는 정읍 선언을 하고 단정 노선을 밀어붙여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입각하여 대한민국을 건국했다.

당시 국민들은 자유주의의 역사적 의의, 장점에 대하여 깊은 성찰이 없었고, 현재도 별반 다르지 않다.

끔찍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제국주의 체제나 파시즘 체제를 곧 자본주의로 생각하여 많은 국민들은 부정적으로 생각했다(그러한 심정적 반감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그 후 박정희 대통령이 근대화, 산업화 정책을 내세워 경제건설에 성공했으나 유신 정변으로 지식인들 사이에 반체제 운동과 의식이 퍼져 나갔다. 일부 운동권은 계속하여 반자본주의적 정서나 이념을 전파했다.


좌파 이념이 국가 정통성 위협

박정희 대통령 서거(逝去) 후 전두환 장군이 집권하는 과정에서 ‘5·18 사태’가 발생했고 200명 가까이 희생되었다.

전두환 정권 내내 운동권 대학생들은 권위주의 군사정권 종식을 위해 줄기차게 투쟁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 운동권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시민운동으로는 군사정권을 전복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고 대안이 될 이념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대학생들 사이에는 사회주의 밖에 대안이 없다고 토로할 정도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흔들렸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운동권에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자들이 생겨났고, 그들의 주장에 대하여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동조하는 기류가 대학가 전체로 퍼져 나갔다.

▲ 사법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법조인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면서 반국가, 반체제 사범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지어 일부 판사들이 여론이나 민족 감정을 등에 업고 법치를 무시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1980년대 중후반경 대학가 도서관에서 사법시험을 공부하던 많은 학생들은 자신들은 개인의 안위에 직결되는 고시 공부를 하는데 친구들은 인생을 걸고 군사정권 종식, 독재타도를 외치며 경찰에 잡혀가는 것을 보고 일종의 부채 의식을 갖게 되었다.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나간 자유민주주의의 한계에 대한 비판과 친(親)사회주의 기류, 운동권 친구들에 대한 부채 의식, 좌파적 논리가 지식인 대접을 받은 사회적 풍토는 20년 이상 한국 사회를 휩쓸었다.

서점가의 인문 사회과학 서적들 역시 그런 책들이 주류를 이뤘고, 그 결과 문화적 헤게모니가 좌파로 완전히 넘어갔다.

군인 출신의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저항이 대한민국의 정통성, 한국의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에 대한 회의로 번지더니 북한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이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치부되고 심지어는 ‘수구(守舊)’로까지 매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이른바 ‘신(新)자유주의’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까지 퍼져 자유주의 가치는 외면당하고 있다.

사회의 이런 분위기는 법조계에 두 가지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첫째, 법조인들 사이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고, 북한의 전체주의 체제와 생존 경쟁을 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감각이 마비되는 현상이 생겨 반(反)국가, 반(反)체제 사범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되었다.

이석기 전(前) 의원이 1999년 민혁당 사건에 연루되어 3년간 도주하다가 2002년 5월 검거된 후 2003년 3월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 구성죄가 인정되었다.

그러나 그 형량이 고작 징역 2년 6월이었고, 그마저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3년 8월 가석방되었다. 한 국가의 헌법체제를 전복시킬 목적으로 반국가단체를 구성한 죄에 대하여 이렇게 적은 형량을 선고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찾기 힘들 것이다.

나아가 일부 판사들은 좌파적 성향을 공공연히 드러내 정치적 편향 판결을 하기도 했다. 


법관들이 대통령 조롱

예를 들어 최은배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는 2011년 12월경 전교조 소속 공립학교 교사들이 민주노동당에 불법후원금을 낸 사안에 대하여 불법인 줄 몰랐다는 이유로 고의 내지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다거나, 정부에 반대하는 정당에는 공무원도 후원금을 낼 수 있다는 견강부회(牽强附會) 억지 판결을 했다.

일부 판사들은 정치적 성향을 공공연히 드러내기도 했다. 최은배 판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FTA로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고, 이정렬 판사는 ‘나가사키 짬뽕’ 라면이 유행하자 이를 빗대 ‘가카새끼 짬뽕’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 했다.

판사들 사이에 북한의 전체주의 체제의 잔혹성에 대한 경각심이 없어지고, 북한을 강하게 비판하는 시민들을 과거 군인 출신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세력이라며 경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둘째, 법원의 판사들이 여론에 밀려 자의적, 편의적 법 해석을 함으로써 개인의 신체적, 경제적 자유 또는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판결을 내리는 추세가 증가해 법치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보자.

최근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回航)’ 사건이 있었다. 쟁점은 지상에서 토잉 카에 의하여 여객기가 약 17m 이동한 것이 항로 변경인가 하는 점이다.

항로의 사전적 의미나 항로변경죄의 입법 취지에 비춰 보면 위와 같은 이동은 항로 변경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1심 법원은 이를 항로 변경으로 의율했다.

여론에 떠밀린 확장 해석을 하여 형법의 기본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한 판결을 한 것이다. 조현아 부사장의 행위는 처벌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형벌 규정을 유추하거나 확장 해석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론스타가 매입한 ‘스타타워 빌딩’의 매각 차익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 힘들게 되자 정부가 무리하게 취득세 중과를 강행한 사건이 있었다.

▲ 일부 판사들은 정치적 성향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이정렬 판사(현재는 변호사)는 '나가사키 짬뽕'라면이 유행하자 이를 빗대 '가카새키 짬뽕'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했다.

일부 하급심은 세법상 조세법률주의 및 유추확장해석금지의 원칙을 위배하여 취득세 중과세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한 바도 있었다.

해외 투기자본에 대한 응징이라는 여론에 밀려 세법의 기본적 원칙을 도외시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김동진 춘천지방법원 부장판사는 2012년경 외부에서 반입한 소를 몇 개월 목축한 경우 당해 지역을 원산지로 표시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법률에 아무런 근거가 없었음에도 스스로 2개월이라는 기간을 설정하여 2개월 미만 목축(牧畜)한 소를 ‘횡성한우’라 표시하면 축산물의 원산지 표시 의무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이런 사례의 공통점은 판사들이 여론이나 민족감정을 등에 업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을 무시하는 판결을 했다는 것이다. 

법원 내부의 분위기는 이런 판결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런 판결을 한 판사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원이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이상한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대중의 인기를 노리거나 여론에 밀려 개인의 인권이나 법치주의를 침해하는 사례도 점증하고 있다. 향후 10년 사이 이런 현상이 증가할 개연성이 높다.

이런 성향의 법조인들이 대법관, 검찰 수뇌부를 구성하게 될 경우 법적 안정성은 취약하게 될 것이고, 경제적,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법조계 내부에서 자유주의, 시장경제, 자본주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전파하고 이런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부작용 심각한 로스쿨 제도 

법조계 또 하나의 큰 쟁점은 로스쿨 제도 존속 여부다. 2009년 도입된 로스쿨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매년 1500명 정도의 합격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로스쿨은 다양한 법률 수요에 대응하고 양질의 법조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제도인데, 몇 년 시행한 결과 로스쿨 졸업생들의 자질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로스쿨 졸업생들의 보수가 그들의 기대보다 적어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변호사 시험 성적을 수험생 자신에게도 알려주지 않아 채용을 하는 로펌들은 당해 변호사의 구체적인 법률 실력보다는 졸업한 로스쿨과 그 집안 등 개인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그 결과 몇몇 로스쿨 졸업생들을 제외한 나머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취업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로스쿨을 수료하기까지 소요되는 교육비, 자격 취득 후의 전망, 다른 직업을 택했을 때의 예상 수입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로스쿨 제도가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머지않아 로스쿨 제도의 존속이나 변경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가능하면 개인의 자질이 기준이 되고, 집안 배경이나 경제력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향으로 보완되기를 기대한다.

법률시장 개방이 목전에 와 있다. 법률시장 개방의 마지막 단계인 3단계에서는 외국 로펌이 한국 로펌과 합작 사업체를 세울 수 있고, 합작 사업체가 한국인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게 되어 국내에서 본격적인 법률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유럽연합(EU) 국가 로펌들은 2016년 7월 1일부터, 미국 로펌들은 2017년 3월 15일부터 국내에서 법률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외국계 기업의 자문 업무를 잃게 되는 대형 로펌들은 중소 로펌이 활동하는 송무 영역으로 진출할 것이고, 중소 로펌들은 각자 경쟁력 있는 분야에 특화하여 자문 및 송무 업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법률시장은 경쟁이 격화될 것이다.

법률시장 개방 후 일본만이 성공적으로 법률시장을 방어하여 상위 10개 로펌 중 3개만이 외국계 로펌과 합병, 운영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는 영국계 로펌의 공세에 흡수되거나 와해되었다고 한다.

한국의 로펌들은 시장 개방 추세에 대비하여 대형화, 전문화, 외국으로의 진출 등을 모색하고 있으나 2017년 3월 법률시장 개방 이후 어떻게 경쟁하고 살아남아 발전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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