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나는 일본 경제, 설설 기는 한국 경제
펄펄 나는 일본 경제, 설설 기는 한국 경제
  • 미래한국
  • 승인 2015.07.0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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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일 수교 50주년

일본 호세이대 경제학과 졸업

고려대 경제학 석사 과정 수료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 수석연구위원

격월간지 ‘Japan Insight’ 편집장

일본 및 해외경제, 지원분야 연구

‘비즈니스 프렌들리’ 아베노믹스로 인해 일본 기업들 무섭게 부활

일본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한국 경제는 올해 들어 수출이 5개월 연속으로 감소한 데다 메르스 여파로 내수 부진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 1분기 성장률을 보면 일본 경제는 전분기 대비 1.0%, 연율로 3.9%(2차 발표치 기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에 한국 경제는 전분기 대비 0.8% 성장에 그쳤다. 

일본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한국 경제는 국제 유가 하락이라는 호재(好材)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우려된다. 

일본 경제는 아베노믹스의 3가지 화살 중 하나인 대폭적인 금융 완화에 따른 엔저(低)에 힘입어 기업 수익이 확대되면서 설비투자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도요타 등의 자동차 업계와 전기전자 산업도 구조조정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고, 엔저의 장기화로 2015 회계연도 수익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기업들의 수익이 늘면서 신규투자에도 활발하게 나서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일본은 심각한 인구감소, 노동력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투자 회복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신규공장 건설 동결 조치를 해제한 도요타는 새로 건설하는 공장은 노동력과 시장이 갖춰진 멕시코와 중국에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노동력 확보에 한계가 있으니 글로벌 경영을 통해 현지 생산한 제품을 가지고 현지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기업, R&D와 설비확충에 올인 

수익이 늘어난 일본 기업들은 그 동안 주춤했던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통해 새로운 제품과 사업 개발에 주력하고, 노후화 된 설비의 현대화 및 성능 향상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일본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본국 설비의 평균 연령은 1995년에 10년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15년을 초과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최근의 수익 호조에 힘입어 앞으로 수 년 동안 본국 공장이 보유한 설비들을 현대화하는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도요타 자동차는 국내 기존 공장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설계 사상을 기초로 부품 공통화 등을 획기적으로 높인 신생산 시스템(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을 도입하여 생산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기 회복세는 한편에선 엔저로 인한 수입 조달 원자재 부담이 커진 중소기업이나 비제조업의 경기를 위축시키는 문제도 있었으나, 이런 부작용도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 

설비 투자 확대 움직임은 제조업 이외의 비제조업에도 확산되고 있다. 엔저에 힘입어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증하여 비제조업 투자도 활기를 띠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수 측면에서 한국은 2008년 이후 일본을 능가해 일본보다 먼저 외국인 관광객 연간 10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일본이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에서 한국을 추월했다. 올해도 연간 외국인 관광객 수는 일본을 한국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일본 경제는 아베노믹스의 3가지 화살 중 하나인 대폭적인 금융 완화에 따른 엔저에 힘입어 기업 수익이 확대되면서 설비투자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반면, 한국 경제는 올해 들어 수출이 5개월 연속으로 감소한 데다 메르스 여파로 내수부진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본 수출 대기업의 경기 호조가 점차 중소기업에 대한 주문 확대로 이어지면서 중소기업의 체감경기가 살아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도 인상되고 있다. 1분기 일본 경제는 소비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2분기 이후에는 소비지출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4월에 실시된 소비세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과 실질임금 감소세가 4월 이후 실질임금 상승세로 전환하고 있다. 

일본 경제가 엔저와 대기업 수익 확대에 이어 중소기업, 비제조업 전반으로 호경기가 확산되기 시작된 데는 엔저 유도정책과 함께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도 일조하고 있다. 기업의 설비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법인세 인하, 각종 규제완화, 신규 비즈니스 지원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 기업의 구조조정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데는 산업재생법을 발전시킨 산업경쟁력 강화법이 힘이 되고 있다. 산업재생법은 기업이 구조조정을 위해 다른 기업과 사업을 통합하거나 경쟁사 등을 매수·합병할 때 세제(稅制)상의 지원과 함께 독점금지 규제 등을 포괄적으로 완화해 기업의 전략적 행동을 지원하는 법이다. 

무섭게 부활하는 일본 기업들 

산업경쟁력 강화법은 산업재생법의 취지를 더 강화한 것이다. 즉 미래 사업에 대한 기업의 각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뉴 비즈니스의 기획안에 대해 담당부처가 사전에 유권해석을 하면서 신규 비즈니스의 창출을 촉진한다는 정책이 추가되어 있다. 

이처럼 무섭게 부활하고 있는 일본 기업에 대해 우리도 강력 대비할 필요가 있다. 엔저 가속화에는 서서히 한계가 생기고 있지만 당분간 엔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일본 기업과 경합하는 우리 기업들은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엔저에 힘입어 일본 기업이 밀어내기 수출을 확대하여 무역수지 흑자가 급증하면 다시 엔고로 돌아선다. 이렇게 되면 일본 기업이 개척했던 분야를 한국이 공략하여 경쟁력을 높여 왔던 것이 기본 패턴이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패턴은 이제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본 기업은 저가 수출보다 고수익을 기반으로 차세대 분야에 주력하고 있어 일본의 무역 흑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아 엔저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의 수출은 엔저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2년 상반기부터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엔저 이외의 수출부진 요인 타개가 엔저와 고수익을 활용한 일본 기업의 장기 전략에 대응하는 문제와 함께 중요한 상황이다. 수출 주종 품목이었던 석유류 등의 광산물 수출이 선진국의 탈(脫)석유, 일본의 동일본 대지진 복구 등으로 급감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가 하락의 영향도 받고 있어 새로운 수출 전략이 요구된다. 

자동차를 포함한 기계류, 화학제품 등의 수출 증가세 둔화, 중국의 저성장 및 중화학공업 제품의 생산능력 확충 등으로 기존의 대중(對中) 중화학공업 제품 수출의존 전략에도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폰 수출 한계 등 전자산업을 비롯한 소비재의 수출경쟁력도 약화 추세에 있다. 일본의 스마트폰 산업은 거의 전멸 상태이지만,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애플의 벽을 극복하면서 중국 기업의 공세에 맞서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중국의 성장 하락 및 중국 산업의 도전과 함께 엔저의 장기화, 엔저를 활용한 일본 산업의 차세대 사업 개척 및 글로벌 체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화 환율의 안정과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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