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참뜻은 ‘의회 개혁’
박근혜 대통령의 참뜻은 ‘의회 개혁’
  • 미래한국
  • 승인 2015.07.2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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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부석] 정계 개편의 키워드

완전 국민경선제, 비례대표 폐지, 제3당(호남신당) 창당으로 대화와 협상의 정치 시대 열자

이영작 한양대 석좌교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담화문을 통해 유승민 전(前) 새누리당 원대대표를 비롯한 정치권 전체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정치권, 특히 여당 내의 핵심 친박계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책임만을 물은 것 같이 유승민 전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여권과 정치권에 일파만파를 일으켰다. 유승민 의원은 압박에 못 이겨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사퇴 권고에 따라 사퇴했다. 

사퇴의 변이 또 물의를 일으켰지만 박 대통령의 6·25 담화문으로 시작된 정치권의 폭풍은 봉합 상태로 들어갔다. 과연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유승민 의원 밀어내기였을까? 

박 대통령이 6·25 담화문에서 정치권에 제기한 많은 문제를 외면한 채, 여당은 유승민 원내대표라는 희생양을 바치면서 친박(親朴)-비박(非朴) 갈등은 물밑으로 내려갔다. 다음 희생양은 김무성 대표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있었지만 그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우리 정치권은 정국이 시끄러울 때마다 정치적 희생양을 바친다. 이완구 전 총리, 김기춘 전 비서실장, 정홍원 전 총리 등 각종 중량급 경량급 희생양의 피가 정치라는 제단에 뿌려지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정치적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못한 채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돌보는 것” 

포스트 유승민 대책으로 새누리당은 원내대표, 정책위 의장, 사무총장 등이 선출 임명되면서 진정되는 듯하고, 당청(黨靑) 관계도 개선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눈길조차 받지 못해 안절부절 하던 김무성 대표도 안정을 찾아가는 듯하다.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끝내고 “새로운 정치문화” 정착을 위해 20대 국회의원 후보 공천권을 어떤 형태로든지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DJ가 2000년 3년 차 대통령으로서 소위 재야를 동원하여 “낙천(落薦) 낙선” 운동을 전개한 것을 생각할 때, 박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6·25 담화문’이라는 태풍을 이을 차기 박근혜 발(發) 태풍의 성격을 예측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 25일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포함한 새누리당 대표단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사진은 유 원내대표가 사퇴한 이후 새롭게 구성된 새누리당 대표단과 박 대통령이 7월 16일 회동하는 모습./연합

6·25 담화문으로 시작된 태풍이 소멸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의 내부 분쟁이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서고 있다. 화산으로 말하자면 새민련은 활화산(活火山)이고 새누리당은 언제나 다시 활활 타오를 휴화산(休火山)이라고 할 수 있다. 잘못된 정치의 대가가 1997~2000년의 IMF 구제금융으로 극도의 고난을 경험한 국민들이 정치권을 쳐다보는 시각은 마치 백두산 화산 폭발을 바라보는 것 같이 불안하기만 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6·25 담화문에서 말했듯이 “정치는 국민의 삶을 돌보는 것”이어야 하지만, 정치인들은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6·25 담화문에서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 국민이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정치, 국민이 잘 선택할 수 있는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치문화를 이루자고 호소한 취지는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의회 개혁’을 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1987년 6월 혁명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지만, 우리 의회 정치는 1948년 건국 이래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하는 양상이다. 국회를 마비시키는 국회선진화법, 행정부를 시녀로 두려는 국회법 개정안,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비롯한 수많은 특권 등이 그 사례다. 

의회 개혁은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공천권에 개입하려 하면, 또 새민련에서와 같이 혁신위가 칼자루를 쥔다면 우리 의회의 정치병(政治病)은 회복 불능 상태가 될 것이다. 

우리 의회는 민주주의 원칙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민주주의라는 미명으로 의회 독재를 자행하고 있다. 28년 전 군사독재가 젊은이들의 피의 대가로 종식되었지만 의회 독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군사 독재는 어리석어서 눈으로 보이고 몸으로 느낄 수 있지만, 의회 독재는 간교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도 않고 몸으로 느끼기도 어렵다. 군사 독재를 종결시킨 386 출신 정치인들이 의회 독재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아이러니의 극치라 하겠다. 

의회 독재를 끝내는 것은 군사 독재를 끝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러나 의회 독재는 이번 기회에 끝장내야 한다. 의회 독재의 뿌리는 반(反)민주적 방법으로 의회 구성원들이 선출되기 때문이다.

혁신위라는 미명 아래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에게 점수를 매기고 그들의 공천을 결정하는 공천제도 아래서는, 당의 실력자에게 줄을 잘 서야 국회의원 공천을 받을 수 있는 공천제도 아래서는 공천권을 가진 자가 절대적 권력을 장악하고 행사하게 되며 의회독재가 자행되는 것이다. 

의회 독재의 종식 없이는 우리 정치는 희망도 미래도 없다. 불안한 정치는 경제 환경을 불안하게 만들고 경제를 마비시킬 것이다. 의회 독재는 경제의 목을 졸라 언젠가는 그리스 사태를 한반도에 가져올 것이다. 

완전 국민경선제가 답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성이 존중된다. 의회 독재에서는 다양성도 존중이 안 되고 제대로 된 국민의 주권도 행사할 수 없다. 국민의 주권 행사는 공천권의 행사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야당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국민의 공천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 의회 독재의 달콤한 맛에 빠진 구(舊) 386들이 계속 붙들고 있으려 한다. 

미국에서 1890년 시작되어 1921년에 끝난 정치 개혁의 핵심은 밀실 공천을 척결하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데 있었다. 미국은 상하원 의회제도 도입 100년이 지나면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줬고, 민주주의적 의회 제도를 성공리에 정착시키면서 정치 선진국이 되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67년이 지나면서 우리도 공천 개혁에 의한 민주주의적 의회 제도를 정착시켜야만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보다는 차기 국회 선거에 자신의 미래를 걸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이를 극복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주권이 국민에게서 나오는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다. 정당 활동은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에서 가장 핵심적인 정치활동으로서, 주권 존중을 최고의 선으로 삼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공화국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민주주의는 절차이기 때문에 정당 활동에도 절차가 중요하다. 

최근 여야가 여론조사 등을 통해 공천에 일반 국민을 일부 참여시키는 것은 정당 활동에 민주주의적 절차를 반영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방법에 의한 국민 참여 방법은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각 정당이 현재 시도하는 방법은 계파간의 갈등만 더 키우기도 한다. 

예를 들면 당에서 주관하는 경선에서 당원의 지지와 여론조사 상 나타나는 국민적 지지의 커다란 격차로 왜곡된 경선 결과가 나타난다. 여론조사는 국민 참여 경선이 아니라는 증거다.  왕도는 없다. 미국식 예비선거와 유사하게 모든 유권자가 국민 참여 경선에 의한 공천에 참여하도록 하는 공천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 

국회 교섭단체를 가진 정당은 모든 선거에서 후보를 반드시 유권자가 참여하는 개방식 예비선거를 통해 선출하도록 한다. 군소정당에 속하거나, 또는 정당에 속하지 않은 정치인들은 예비선거를 통하지 않고 본선에 입후보 할 수 있도록 하여 피선거권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예비선거는 본 선거 3개월 전에 실시한다. 모든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예비선거를 통해 후보를 선출한다. 방법을 생각해 보자. 유권자는 투표장에서 일반투표 과정을 거치되 투표용지에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투표한다. 기표소에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고, 유권자는 스크린에 어느 당 예비선거에 참여할 것인지를 정한다.

그러면 해당 정당의 예비후보 명단이 뜨고, 그 명단에서 후보를 선택하면 바로 중앙선관위 컴퓨터로 올라간다. 예비선거가 끝나면 중앙선관위는 승자를 발표한다. 이렇게 선출된 후보는 본선에서 상대 당 후보와 겨루게 된다. 

이 방법에 대한 반론은 유권자 동원을 어떻게 예방하느냐는 의문일 수 있지만, 선거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GOTV(get out to vote)라는 캠페인으로 유권자를 동원하는 능력도 중요하게 평가된다. 불특정 다수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공정성이 유지되고 뇌물이나 금전에 의해 유권자가 동원될 경우 법적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다. 

▲ 1997년 11월 DJP 연합을 결성해 김대중으로 후보를 단일화한 김대중(왼쪽)과 김종필. 이제 충청권은 호남보다 인구가 더 많고 정치적 영향력도 더 크다.

비례대표 반드시 폐지해야 

본선 3개월 전에 후보가 결정되므로 유권자들은 후보의 자질과 자격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낙하산 공천, 전략공천, 밀실공천, 후보 간의 막장 드라마 같은 막판 야합 등은 모두 과거지사가 될 것이다. 계파는 의미가 없어지고 유권자를 하늘같이 모시는 국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런 경선제도에 대해 야당은 여성이나 정치 신인이 불리하고 현역 의원이나 지방 유지가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을 대면서 반대한다. 이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다. 우선 부패 정치인은 국민 참여 경선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병역을 기피했거나 부정부패 의혹을 받는 인사,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인사도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사례를 보자. 오바마는 36세에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 당선, 39세에 하원의원에 도전했으나 실패, 43세에 연방 상원의원 당선, 48세에 대통령에 취임했다. 필자가 미국에 살 때 바바라 미쿨스키(연방 상원 세출위원장)는 사회활동가로서 35세에 볼티모어 시의원으로 시작하여 50세 때 메릴랜드 주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어 30년째 상원의원을 지내고 있다. 여성이나 정치 신인이 불리하고 현역 의원과 지방 유지가 유리하다는 말은 억지에 불과하다. 

국회를 병들게 하는 비례대표 제도는 반드시 폐지하고, 대신에 기능대표, 장애인, 탈북민과 이민자 등의 권익을 대표하는 소수자 대표는 비정당 소속으로 의결권은 없지만 법안은 제출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제도를 고려하여 볼 만하다. 

민주주의는 국민을 위한 소통제도로서 원만한 소통은 건전한 정당 활동에서 시작되고, 그 근본은 국민이 공천권과 선거권을 행사하는 데 있다. 정치권은 이를 위한 개혁을 하루 속히 집행하여 선진정치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양당제도만으로는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낼 수 없다. 다수결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는 미국의 경우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결로 정부가 마비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하원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상원은 민주당이 장악하는 경우, 또는 오바마 대통령 후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행정부는 민주당, 의회는 공화당이 장악하는 경우 정부가 마비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우리나라 같이 국회에서 의원들에 의한 폭력이 자행되거나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우스개’ 법이 국회를 마비시키는 상황에서 양당제도는 큰 문제다. 만약 현재 의석 분포가 여당 150석, 야당 120석, 호남신당 30석이라고 가정할 경우 호남신당은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어 지난 3년간 경험한 의회의 마비 상태 대신 합종연횡 정치, 대화와 협상의 정치가 가능해질 것이다. 

호남신당이 창당되어 차기 총선에서 호남 의석만 차지하더라도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 야당은 호남신당을 폄하하지만 DJ의 평화민주당, 새정치민주회의도 결국 호남신당이었다. 호남신당은 차차기 총선에서는 2당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고, 차기 대선에서 유력 후보와 손잡고 동반자로서 국정 운영에 참여할 수도 있다. 

1997년 DJP 연합으로 총리를 비롯한 정권의 지분을 차지한 충청권이 DJ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호남보다 인구도 더 많고, 경제 발전도 더 활발하고, 정치적 영향력도 더 크다는 것을 고려할 때 호남신당이 호남에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인지 분명해진다. 야당은 호남신당의 탄생을 방해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커다란 그림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 

국민 참여 경선과 다당제는 선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제도임을 박근혜 대통령의 6월 25일 담화문을 계기로 재확인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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