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중국 항일승전 기념식 참석, 이건 아니다
박 대통령 중국 항일승전 기념식 참석, 이건 아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5.08.2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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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제기]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항일승전 기념식 참석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미래한국 편집위원

미국의 승전 기념행사에도 참석 않던 한국이 중국의 승전 기념식 참석은 역사적 사실과도 맞지 않고,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 

중국은 9월 3일 베이징(北京) 인민광장에서 대대적으로 ‘항일승전(抗日勝戰)’ 기념식을 펼친다. 고심하던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을 결정했고 열병식도 참관한다. 중국이 준비하고 있는 승전 기념은 단지 70년 전 일본이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에 항복함으로써 전쟁이 종결되었음을 기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 2014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하는 장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등 세계 각국 지도자들을 불러다놓고 중국은 일본을 넘어 이제 아시아 중심국가임을 천명하고자 한다.

청일전쟁 종결 120년 만에 일본을 코너로 몰아넣고 반일대오(反日隊伍)를 형성하며 새롭게 중심국가가 된 중국에 줄을 서라는 요구가 반영되어 있다. 이제 중국은 ‘신형 대국관계’의 파트너인 미국과 함께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는 국가 반열에 있음을 만방에 과시하고자 한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초청장을 받아든 박 대통령도 고민이 컸을 줄 안다. 중국인의 마음을 사는 데 주력했고, 그동안 쌓아올린 대중(對中)관계와 시진핑 주석과의 특수 관계를 고려한다면 못 간다는 결정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 자리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가야 할 자리는 결코 아니었다. 무엇보다 먼저, 일본을 패망시키고 무조건 항복을 이끌어낸 것은 미국이었지 중국은 아니라는 분명한 사실이다. 일본에 ‘승전(勝戰)’한 적이 없는 중국이 승전 기념식을 주도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지원한 것은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

1941년 일본이 미국 진주만을 공격함으로써 태평양전쟁이 본격적으로 발발했고, 미국은 니미츠 제독과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4년에 걸친 전쟁에서 30만 명의 희생과 원자폭탄까지 투여하고서야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다.

이오지마나 오키나와 전투는 인류가 감당하기 어려운 참혹함이었고, 오키나와에서 사상당한 미군만 2만5000명에 달했다.

더구나 소련이든 중국이든 대일전(對日戰)에 조금이나마 참전한 나라의 전쟁 비용도 대부분 미국이 부담했다. 평화와 교류협력의 시대에 70년 전의 ‘승전’ 기념도 적절하지 않지만, 만약 대일전 승전 기념을 한다면, 그것은 미국이 주도해야 맞는 것이지 공산당 정부가 승전 기념을 주도하며 다들 참석하라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둘째, 1937년 지나사변 이후 8년간 중국에서 일본과 전쟁을 수행한 주체는 장제스(蔣介石) 총통이 이끌던 국민당 정부였지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끌었던 공산당 정부는 아니었다.

중국의 항일전쟁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적으로 이끈 정부와 군대는 중국 국민당과 국민당군이었다. 일본과의 항전에서 공산당군은 결코 중심이 섰던 적이 없다. 오히려 항일전보다는 공산당 지배를 확장하기 위해 국민당군을 공격하는 데 무력을 집중했다.

공식적으로도 일본 대본영의 지시를 받은 지나군 총사령관 오카무라 야스지(岡村寧次) 대장이 1945년 9월 9일 중국에 대한 항복문서에 서명할 때도 국민당군 육군총사령관(국민혁명군 참모총장) 허잉친(何應欽) 수석상장에게 항복했지, 공산당군에 했던 사실이 없다. 일방적 수세 중에서도 중국의 항일 전사(戰史)에 빛나는 북평, 한구, 남경 전투와 동계 공세 등 대규모 전투는 모두 송철원, 백숭희 장군 등이 이끄는 국민당군이 수행한 것이었다.

공산군은 백단전투 참여 등이 있었지만 차마 거론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승만, 김구 등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원한 것도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다. 굳이 중국이 항일승전 기념을 한다면 그것은 대만 정부가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

6·25 침략전쟁을 ‘정의의 전쟁’이라고 강변

셋째, 중국의 공산당 정부와 군은 대한민국을 침략하고 통일을 저지시킨 중심세력이었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마오쩌둥의 공산당 정부는 3만 명의 조선 출신 병력을 핵심으로 3개 정예사단을 편성해 6·25 침략의 선봉에 서도록 했다.

중국 공산당은 김일성을 내세운 침략전쟁의 실패로 오히려 국군과 유엔군의 진격에 의한 대한민국 통일이 임박해오자 60만 명이 넘는 대규모 중공군을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명분으로 동원해 자유민주적 통일 대한을 좌절시키고 현재와 같은 분단체제와 함께 봉건속국적 김정은 체제를 온존시킨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6·25 침략전쟁에 대한 사죄는커녕 지금도 6·25 침략전쟁을 부정하고 그것을 ‘정의(正義)의 전쟁’이라고 강변한다. 일본에게는 반복하여 “사죄하라”고 요구하면서 중국에게는 사죄를 요구하지도 않고 오히려 열병식에 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재 중국 공산당 정부는 침략전쟁을 주도하고 통일을 좌절시키며 북한을 속방체제로 전락시킨 책임의 당사자다. 그런 책임과 침략전쟁에 대한 사죄도 없이 공산당 정부의 항일승전국 행사에 한국이 들러리로 서 있다는 것은 국가적 굴욕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는 중국도 소중하지만 일본과 미국도 소중하다. 승전 기념을 하지 않던 중국이 대대적 승전 기념식을 하는 이유는 이제 일본은 없고, 중국만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이다.

모두 중국 헤게모니와 반일(反日), 반미(反美) 전선에 줄을 서라는 것이다. 중국 헤게모니를 확대하고 일본 배제를 목적으로 한 정치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은 보편적 선린 우호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의 대외정책이 될 수 없다.

미국의 승전 기념도 참석하지 않던 한국이 중국이 주도의 기념식에는 참석한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도 맞지 않고,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간다는 것은 보편적 가치와 역사적 방향이 명확할 때만 가능한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 따라 적당히 맞춰 대응하는 방식으로 공동의 미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베트남이나 필리핀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원칙을 지키는 것은 거대국가가 된 중국으로부터 올 수도 있는 눈앞의 불이익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대표해 공산당 정부가 주도하는 항일승전식에 참석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 방향에 어긋난 것이다. 비록 중국으로부터 섭섭함과 일시적 불편함도 있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극복했어야 했다. 함께 가야 할 미국과 일본 입장에서도 생각해봐야 했다.

한중일이 향후 오랜 세월을 함께 해야 할 선린 우호도 근본부터 다져놓을 때 확립되는 것이지 그때그때 잘 보이는 식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편함과 어려움을 감수하기 싫어서 하는 판단이 자주국가의 위상에 어긋나는 줄서기가 된다면 자칫 그것은 강대국의 요구에 따라 휘둘리는 또 다른 한국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참석을 결정한 이상, 방중(訪中) 과정에서 보편가치적 역사의 방향에 반하지도 않고, 굴욕적이지도 않는 한국 대통령으로서 당당한 모습과 입장이 견지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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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2015-09-03 09:39:29
가운데 이렇게 중국과의 관계에 힘쓰는 것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간의 관계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이 아니고 국가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국익 2015-09-03 09:36:38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따를 필요는 없다. 우리가 무슨 미국의 위성국가인가? 우리는 엄연히 주권을 가진 한 나라이다. 아무리 과거에 은혜를 입었던 국가였다고 해서 우리의 국익을 포기할 수 없다. 현재 중국과 우리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중국과의 교역량은 매우 거대하고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런 경제적 상황에서 미국만을 따르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위험이 따를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미국을 중시하는

국익 2015-09-03 09:29:40
이 기사가 진정으로 국익을 생각하는 기사인지가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번영과 발전에 있어 미국과의 관계만을 최우선적으로 여기는 것만이 능사인가? 그것은 현명치 못한 일이다. 국가간의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국익이다.단순히 가치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지금이 냉전시대도 아닌데 마치 미국만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물론 미국과의 관계는 우리 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국익 2015-09-03 09:29:05
이 기사가 진정으로 국익을 생각하는 기사인지가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번영과 발전에 있어 미국과의 관계만을 최우선적으로 여기는 것만이 능사인가? 그것은 현명치 못한 일이다. 국가간의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국익이다.단순히 가치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지금이 냉전시대도 아닌데 마치 미국만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물론 미국과의 관계는 우리 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