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된 북한 군인이 '대북 방송'을 믿는다고?
세뇌된 북한 군인이 '대북 방송'을 믿는다고?
  • 미래한국
  • 승인 2015.09.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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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 군인에게 미치는 심리적 효과

※ 다음은 통일연구원 박주화 통일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에 미치는 심리적 효과」를 요약·발췌한 내용.

대부분의 설명 또는 분석들이 공통적으로 가정하고 있는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 군인과 주민들의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남한에 대해서는 긍정적 태도를, 북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철저한 세뇌식 사상교육의 결과로 남한 정권이 하는 말은 모두 거짓으로 믿어온 북한 군인,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일 것인가?

데카르트(Descartes)는 사람들이 잘못된 출처에서 나오는 정보를 무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인간에 대한 데카르트의 통찰이 맞다면, 북한 군인에 대한 대북 확성기 방송은 효과가 없다. 북한 군인들은 거짓말을 일삼는 남한방송의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스피노자(Spinoza)는 사람들은 일단 모든 정보를 참으로 받아들인 후 거짓을 선별하는데 이 과정에 오류가 많다고 주장하였다. 스피노자의 주장이 맞다면, 대북 방송은 북한 군인들의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킬 것이다. 북한 군인들이 설사 남한 방송의 내용이 거짓이라고 믿어도 그 내용을 자신의 생각에서 완전히 밀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명한 사회문화심리학자 다니엘 길버트는 두 사람의 주장을 경험적으로 검증하였다. 연구의 내용을 대략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철수라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A 집단은 “철수는 착한 사람이다”라는 문장을 읽었다. B 집단은 “철수는 착한 사람이다. 철수는 도박중독이다. 그런데 철수가 도박중독이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라는 문장을 읽었다. 마지막으로 C 집단은 “철수는 착한 사람이다. 철수는 봉사활동을 많이 한다. 그런데 철수가 봉사활동을 많이 한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라는 문장을 읽었다. 세 집단은 각 문장을 읽은 후 철수가 어떤 사람인지 평가하였다.

▲ (자료사진 = 국방부가 공개한 대북 확성기. 2015.8.11)

만일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세 집단 모두 “철수는 착한 사람이다”라는 문장만 읽은 셈이다. 따라서 세 집단의 철수에 대한 평가는 동일해야 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거짓말을 읽은 C 집단의 평가가 가장 후했으며, 부정적인 거짓말을 읽은 B 집단의 평가가 가장 박하였다.

이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사람들은 듣거나 읽은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명확하게 알고 있더라도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돌아가 보자. 대부분의 북한군과 북한 주민에게 거짓을 일삼는 남한 방송에서 말하는 북한의 실상, 그리고 남한 사회에 대한 내용은 거짓이다.

다니엘 길버트의 연구는 비록 대북방송의 내용이 거짓이라고 믿을지라도 북한 체제에 대한 부정적 생각, 남한 체제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비록 북한 군인과 북한 주민들이 대북 확성기 방송내용을 거짓으로 생각할지라도 그 내용은 심리적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여 정보를 활용하는 합리적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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