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 부검의가 패터슨에 '베팅'하지 않은 이유?
'이태원 살인사건' 부검의가 패터슨에 '베팅'하지 않은 이유?
  • 김태민 기자
  • 승인 2015.09.23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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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이 도주한 지 16년 만에 23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돼 입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패터슨은 1997년 4월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조모(당시 22세)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5.9.23 (사진 = 연합뉴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윤성 교수는 1997년 한 대학생이 이태원의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살해당한 이른바 ‘이태원 살인사건’에 대해 법의학자로 소견을 냈다.

당시 화장실에 있었던 ‘에드워드 리’는 180cm가 넘고, ‘아더 패터슨’은 170cm가 채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 교수는 체구가 큰 '에드워드 리'를 지목했던 것.

결국 검찰은 에드워드 리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을 내린 뒤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당시 이 교수의 의견을 참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법원이 1998년 9월 리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제서야 검찰은 패터슨을 진범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재개했지만 패터슨은 미국으로 가버린 뒤였다.

다음은 이른바 ‘이태원 살인사건’에 대한 법의학적 소견을 냈던 서울대 이윤성 교수가 그간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태원 살인사건'에 대해 밝힌 입장을 모은 것이다.

“현장보존이 전혀 안 된 거죠. 법의학 하는 사람들은 책임져야 하는 얘기만 하는데 내 나름대로는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수사 책임자인 검사에게 많이 했죠. 친했으니까 더 많은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두 사람이 화장실에 같이 들어갔다는 것을 몰랐어요. 현장 검증에서 알았는데 처음 알던 상황과는 달랐으니까, 결론적으로 내가 일이 잘못되는 데 관여한 것 같은 느낌도 있었죠.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디까지 얘기해 줘야할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래도 파악할 수 있는 데까지는 얘기해줬을 것 같아요."

- 2010년 11월 15일, 코리아헬스로그와의 인터뷰 中

"검찰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목에 난 상처의 위치와 방향으로 볼 때 키가 큰 사람'일 것이라는 의견을 여러 가지 단서들 중 하나로 검찰에 제시했었다"며 "'피해자보다' 덩치가 큰 사람일 것'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

이"당시 법정에 출석해서 의견을 제출한 것이 아니라 부검의로서 당당 검사에게 여러 가지 단서들을 이야기한 것이다. 검사가 한 가지 의견만을 유력한 증거로 기소한 과정은 문제가 있다."

- 2011년 10월 13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 中

“제가 현장에 갔을 때 햄버거집은 정상 운영되고 있었고 화장실은 깨끗하게 청소돼 있더군요. 혈흔이라든가 흔적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고 사진만 두 장 본 게 전부였죠. 부검 때는 화장실에 (용의자가) 두 사람 있었는지조차 몰랐어요. 여하튼 부검을 해보니 젊은 대학생 청년이 저항도 못하고 죽었거든요. 또 피해자의 목에 찔린 상처의 방향을 보니까 수평이었어요. 당시 검사와 참 친한 사이였는데, 그래서 참고가 되라고 얘길 해준 거였는데, 나 때문이었으면 미안하지만…. 근데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어떻게 했을까.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똑같은 얘길 했을 것 같아요."

- 2013년 6월 2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中

"참 가슴 아픈 사건이다. 담당 검사가 평소 사건 해결에 열의를 보이는 이였다. 사건 현장에 나를 자주 불렀는데, 굉장히 귀찮았지만 그 열의를 높이 사서 응하곤 했다. 이태원 사건도 현장에 함께 갔다. 사건 다음날인데 햄버거 가게가 정상 영업을 하고 있고, 현장은 깨끗이 청소가 돼 있었다. 어쨌든 현장을 본 후에 검사와 이야기를 했다. 처음 보는 사람을 굉장히 짧은 시간에 살해할 정도면 정상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체격이 큰 대학생 피해자를 칼로 찔러 죽일 정도면 기술이 좋거나 힘이 센 사람이다. 법의학자가 감정서를 작성할 때는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수사 단계에서는 수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어떤 가능성도 이야기한다."

"나중에 검사가 용의자 둘 중에 하나를 지목하라기에 내가 베팅을 한다면 둘 중에 체구가 큰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검사가 누구를 기소했는지는 몰랐다. 뒤에 보니 체구가 큰 용의자를 기소했기에 여러 사항을 고려해서 알아서 했겠거니 했다. 그런데 무죄 판결이 난 후 법원에 가서 증언을 하는 과정에서 보니 내 의견에 큰 영향을 받았더라. 내가 수사 과정에서 너무 많은 말을 했구나, 하는 후회가 생겼다. 용의자가 주한 미군 군속 가족이어서 미군 범죄수사대도 조사했는데 도망간 용의자를 더 가능성 있게 봤다고 하더라. 그런데 검사는 내 말을 믿고 싶었나 보더라. 참 가슴이 아프다."

- 2015년 8월 2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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