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남중국해에서 충돌하나?
美·中 남중국해에서 충돌하나?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5.11.1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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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상호 딜레마에 빠진 美中

美中은 군사적 대립과 경제 협력 두 개의 무게 중심으로 얽힌 기묘한 관계 

“우리는 이 지역에서 전쟁이 벌어진다 해도 하나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월 28일 중국의 관영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미국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실었다. 중국이 공개적으로 미국과 ‘전쟁 불사’를 외친 이유는 그 전날인 27일,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라센함(USS Lassen DDG-82)이 남중국해의 수비 환초(Subi reef·중국명 주비자오·渚碧礁) 12해리(약 22.2㎞) 이내의 해역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지역에 중국이 인공 섬을 만들고 비행장을 구축하고 있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관측 조사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사전 양해 없이 미국은 불법 항해로 중국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 1950년 1월에는 미국이 애치슨 라인을 선언하여 동북아에 긴장을 고조시켰다. 2015년에는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역애치슨 라인을 선언하려 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세계 해운 물동량의 4분의 1이 지나가 

미국은 어처구니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구축함이 통과한 지역은 국제 해양법상 중국의 육지로부터 12해리인 영해 밖인 공해(公海)였다는 것. 비록 이 지역에 환초가 존재한다 해도, 그것은 ‘육지 지형물’이 아니기에 영해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카터 미 국방장관의 입장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이 지역에 대한 순항을 계속할 것”이라는 말로 중국의 경고에 굴복하지 않을 것을 명확하게 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간에 해양 군사적 긴장이 높아가는 이유는 이 지역에 얽혀 있는 베트남, 필리핀, 보루네오, 대만 등등 아시아 국가들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중국은 난사(南沙)군도, 베트남은 쯔엉사 군도, 필리핀은 칼라얀 군도라 부른다.

이 곳 남중국해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항로로서 세계 해운 물동량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LNG 수입 물량 대부분과 원유 수입 물량의 90%가 이 해역을 지난다. 300억 톤의 원유와 7500㎦의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다. 

중국 입장에서 난사군도에 대한 주권 선포는 중국의 경제와 군사 양면에서 양보할 수 없는 의제가 되어 왔다. 하지만 그 주장의 근거는 대단히 모호하고 자의적이며 현재 국제법이 표방하는 기준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중국의 영해 주장의 근거는 청나라 건륭제(1735∼1795) 시대로 소급된다. 이때 중국은 청 제국의 전성기를 이용해 남중국해 지배권을 확립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1947년, 중국 국민당 정부는 임의로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 모양으로 9개의 직선을 그려 해상 영유권을 정했는데, 중국은 이를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Nine Dash Line)’이라고 불러왔다. 

문제는 이 ‘남해구단선’이 주변 베트남과 필리핀의 경제수역을 봉쇄해 버린다는 점이었다. 필리핀은 2013년 네덜란드 국제중재재판소에 “남해구단선이 1982년 발효된 유엔 해사법상 무효임을 선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 문제에 극도로 예민한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해상전략이 덩샤오핑(鄧小平) 시기에 변화를 거쳐 결국 태평양을 향해 하와이까지 이를 수밖에 없다는 미국의 판단을 살펴봐야 한다.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해양군사대국이다.

해양전략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물이 19세기 미국의 군사전략가 마한 제독이다. 그는 한 나라의 운명은 해양력에 좌우된다는 역사적 사실을 실증적으로 밝혀냈다. 따라서 공세와 수세를 불문하고 국가의 절대 절명의 목표는 무엇보다 강한 해군력 보유와 제해권 확보로 나타나야 한다고 봤다. 

영국은 식민지 확대를 통해 17세기부터 세계 무역에서 우위를 차지했고, 1805년 트라팔가 해전에서 프랑스·스페인 연합함대를 제압한 이후 강대한 해양국가로 위상을 구축하고 팍스 브리태니커를 이룩했다.

19세기에는 일본, 러시아, 미국이 20세기 해양 지배권을 장악하기 위한 전쟁을 벌였고, 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미국이 세계 최강의 해양강국 위상을 차지하며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룩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국가의 흥망성쇠는 제해력(制海力)과 밀접한 관계’라는 점을 보여 준다. 

중국의 해양전략이 충돌을 부른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대륙세력으로서 고립돼 왔다. 그러나 1980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 이후 중국은 제해권과 해상교통권을 주창하며 마한의 대양전략론을 수용함과 동시에 중국의 해양력 건설과 해양 지배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중국의 이러한 해양전략이 난사군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2년 세종연구소가 펴낸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해양전략과 한국의 해양안보>라는 보고서에는 ‘미중 간의 남중국해 해양통제권 경쟁과 갈등의 영향’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보고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난사군도 분쟁의 원인은 과거 대륙세력에서 해양세력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의 ‘대해양전략’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미국과 일본을 크게 자극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 영향권 안에 놓여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중국의 해상봉쇄를 위해 일본-한국-대만-필리핀 군사기지 라인에 이어 베트남과 군사적 동반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해상 방위선이 연해(沿海) 중심에서 대양(大洋) 쪽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도서들을 중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 근거로 역사적인 점유 사실을 들고 있다. 1992년 2월 25일 제정한 ‘영해와 접속수역’ 법령은 그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법령은 ‘중국의 영토는 동사군도, 서사군도, 정사군도와 남사군도를 비롯해 인근의 모든 도서를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법령을 1998년과 1999년에 제정해 남중국해의 모든 도서에 적용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심화될 경우, 미국의 워게임 시뮬레이션은 2028년경 미국과 중국 간에 전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결론이다. 따라서 현재 동아시아 영유권 분쟁은 단순한 민족감정과 애국심, 그리고 자원문제라는 피상적 배경을 넘어 중국과 미국의 해양전략이 충돌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라는 안전장치는 안전한가? 

이렇듯 미중 간에 해양제패권을 둘러싼 군사경쟁이 존재하는 반면, 양국 간에는 경제협력이라는 한 배를 타고 있다. 이런 관계는 과거 미소(美蘇) 냉전시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지난해 양국의 교역규모는 5551억 달러로 전년 대비 6.6%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말 현재 양국 간 상호 투자 규모는 1200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 9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알리바바 마윈(馬雲) 총재를 비롯해 중국 거물 기업인들이 총출동했다. 미중 양국은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370㎞ 구간의 고속철 건설과 관리를 위한 합자회사를 설립키로 서명했다. 

중국 기계설비공정유한공사는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공동으로 아프리카 케냐에 1.7MW(메가와트) 풍력발전소 60개를 건설하는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총 투자 규모는 3억2700만 달러 규모다. 또 중국 고속철 회사인 중궈중처(中國中車·CRRC)는 지난 11월 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스프링필드에 6000만 달러를 투자한 공장을 착공했다. 

미국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약 1조2712억 달러에 달한다. 노무라홀딩스의 분석에 의하면 벨기에 증권예탁결제기관인 유로클리어를 통한 간접보유액 2000억 달러를 포함하면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약 1조48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으로서는 단연 중국이 미국 국채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다. 이러한 중국이 최근 미국 국채투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는 달러 외에 중국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하겠다는 전략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 월스트리트 최근호는 ‘중국의 대미(對美) 투자전략이 미국의 환율과 이자율 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의 금융자산에 큰 손으로 작용하고 있어 미중 관계가 갈등 일변도로만 치닫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은 여전히 설득력을 갖는다. 여기에 미국의 식품과 서비스산업, 콘텐츠와 미디어 등 소프트 파워 산업군은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놓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중국의 영화시장이다. 중국은 전 세계 영화 상영 매출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는 지난 10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매출이 같은 기간 미국 매출 성장률의 10배를 기록하며 연간 110%나 성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시장에서 매일 하나씩 새 매장이 문을 열고 있다고 강조한 그는 “중국 스타벅스가 미국 스타벅스보다 커질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는 중국인들의 소득이 늘면 늘수록 미국의 소프트 비즈니스도 중국 시장 내에서 커짐을 의미한다.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의 경쟁력이 이제는 군사나 제조와 같은 하드 파워에서 미디어와 문화와 같은 소프트 파워로 이동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중국을 상대로 하는 미국의 IT와 서비스, 문화 상품의 생산자 그룹은 중국과의 협력을 지지하는 여론을 생성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의 창업자 주커버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어를 습득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포스팅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중국이 13억의 모바일 사용자가 존재하는 나라라는 점은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서 중국이 만드는 서비스가 세계 표준이 될 거라는 점을 예고한다. 

이렇듯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군사적 대립과 함께 경제 협력이라는 두 개의 무게 중심을 갖고 있다. 이 두 개의 중심이 모두 경쟁과 갈등으로 향하게 되는 시기가 미중 간에 ‘현상 타파’가 요구되는 시점이라 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군사와 경제의 두 축은 일정기간 미중관계를 ‘현상 유지’(Status Quo)로 이끌면서 한국으로서는 위기와 기회의 두 요인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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