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인공 섬과 美中의 고민
남중국해 인공 섬과 美中의 고민
  • 미래한국
  • 승인 2015.11.1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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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전운 감도는 남중국해

중국과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 등 주변국들의 군사적 충돌이 美中 격돌로 이어질 가능성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전 세계 인구의 30%,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동아시아. 최근 동아시아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사건이 ‘남중국해 분쟁’이다. 국내에서는 2015년 5월부터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 분쟁은 41년 전부터 이미 불씨를 키워왔다. 

남중국해 분쟁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인 존재가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南沙群島)다. 19세기 중반 영국의 포경선 선장 리처드 스프래틀 리가 이 군도를 발견하고 자신의 이름을 이 무인도에 붙였다.

하지만 남중국해 주변국들은 수백 년 전부터 자신들의 언어로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었다. 중국과 대만은 ‘난사군도’, 베트남은 ‘콴타오뜨렁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끄뿔루안 스프래틀리’, 필리핀은 ‘까뿔루안 응 깔라아얀’이라고 부른다. 

▲ 중국이 남중국해 난사군도에 조성한 인공섬을 촬영한 미국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사진. 중국은 이 섬을 핵심으로 남중국해에서 동중국해, 대만해협을 지나 전체를 포함하는 역(逆) 애치슨 라인을 구상하고 있다.

스프래틀리 군도는 130여 개의 무인도와 520여 개의 암초, 돌섬, 산호초가 42만5000㎢ 면적의 바다에 흩어져 있다. 스프래틀리 군도의 중심 위치는 북위 10도 동경 114도로 남중국해에서 남서쪽으로 약간 치우쳐 있다.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와 200해리(370㎞) 이내로 가깝고, 스프래틀리 군도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하는 대만, 중국으로부터는 1200㎞ 이상 떨어져 있다. 

현재는 베트남이 24개, 필리핀 7개, 말레이시아가 6개의 섬을 점령, 실질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으며, 중국은 10여 개의 섬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이 스프래틀리 군도 일대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1974년 전까지 이 지역에 관심을 가진 나라는 베트남과 대만뿐이었다. 

베트남은 스프래틀리 군도의 일부 섬을 소유하고 있었고, 대만은 1946년부터 2년 동안 스프래틀리 군도 주변 바다의 해저자원을 조사한 뒤 이 지역의 일부 섬을 점령했다가 본토가 공산화된 뒤인 1950년 철수했다. 

스프래틀리 군도 주변국들 충돌 

스프래틀리 군도와 남중국해 분쟁의 첫 발단은 중국의 침공이었다. 1974년 월남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무렵 베트남 해군 전력이 미약하다는 점을 간파한 중국은 당시 남베트남이 소유하고 있던 스프래틀리 군도의 섬 하나를 무력 점령했다. 중국 본토에서 960㎞ 떨어진 곳이었다. 얼마 뒤 남베트남이 공산화되자 이 섬은 중국 소유가 된다. 

공산 베트남은 1988년 3월 14일 해군 함정 2척과 상륙정 1척, 병력 40여 명을 동원해 스프래틀리 군도의 섬을 탈환하는 작전을 펼쳤으나 패배했다. 중국은 인민해방군을 보내 기존의 섬 외에도 4개 섬을 더 점령했다. 베트남은 반약한 해군력 때문에 반발도 제대로 못했다. 

중국과 베트남 간의 소규모 분쟁이 있었지만 남중국해 주변 국가들은 1982년 ‘해양법에 관한 유엔조약’이 체결되기 전까지는 스프래틀리 군도에 별 관심이 없었다. 이 조약을 통해 영유권을 가진 섬을 기점으로 200해리(370㎞)까지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정할 수 있게 되자 남중국해 주변 국가들은 스프래틀리 군도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냉전 질서는 이들 간의 분쟁을 막는 역할을 했다. 

스프래틀리 군도를 둘러싼 본격적인 분쟁은 1990년대부터였다. 냉전 질서가 무너진 뒤 공산 베트남은 1995년 아세안에 가입, 남중국해 일대의 영유권 분쟁 문제를 주변국 간의 문제가 아니라 아세안과 중국 간의 문제로 만들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간의 영유권 분쟁은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한편 필리핀은 당시 스프래틀리 군도와 불과 400여㎞ 떨어진 수빅 만에 미군 기지가 있어 중국은 물론 베트남 등과의 영유권 분쟁이 없었다. 자신들의 앞바다에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의 암초와 섬들은 그냥 ‘필리핀 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1992년 필리핀 국민들의 요구로 미군이 철수한 뒤부터는 이곳이 중국의 주요 목표가 됐다. 

1994년 9월 필리핀 해군은 불법무기 소지, 불법 입국 등의 혐의로 중국 어부 55명을 체포했다. 이에 중국은 1995년 1월 스프래틀리 군도 일대에서 조업하던 필리핀 어부 35명을 체포했다. 불법 입국, 불법 조업 등의 혐의였다. 이와 함께 남중국해 일대에 구축함 3척을 보내 필리핀 정부를 압박했다. 

1995년 11월 필리핀 정부와 중국은 남중국해와 스프래틀리 군도 일대에서 유엔 협약을 준수하겠다는 합의를 했다. 하지만 중국은 1997년 4월에도 필리핀이 소유하고 있던 코타 섬과 파나타 섬을 무력 점령하고 이 지역에 군사시설을 건설했다. 필리핀 정부는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언론을 통해 국민들의 반발 여론을 전달했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처럼 스프래틀리 군도를 둘러싼 중국과 남중국해 주변국 간의 갈등은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나타나는 갈등은 20년 전의 양상과는 크게 다르다는 게 문제다. 

2013년 11월 중국은 느닷없이 동중국해 일대에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했다.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는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센카쿠 열도(尖閣列島·중국명 釣魚島)는 물론, 한국이 소유한 이어도 일대의 해역도 포함돼 있었다. 

▲ 남중국해 난사군도에서 각국의 영유권을 표시한 지도

인공 섬 만들어 활주로, 함정 정박시설 건설한 중국 

우리 정부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이어도와 한중(韓中) 잠정조치수역에 대한 야욕으로만 판단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이 문제가 동아시아 전체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시도로 풀이했다. 결과적으로는 일본과 미국의 예측이 맞았다. 

2015년 초 중화권 매체들은 중국이 남중국해 일대의 무인도에 인공 섬을 건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5년 4월 외신들도 남중국해 지역의 위성사진과 항공사진 분석 결과를 인용해 인공 섬 건설 상황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를 본 일본과 미국,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이 남중국해 일대를 내해화(內海化)하려는 시도로 풀이했다. 

중국은 해외 언론에 의해 인공 섬 건설 사실이 드러나자 “인공 섬들은 중국의 영유권을 지키기 위한 시설일 뿐 군사적 용도로는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표했다. 하지만 인공 섬의 진짜 목적은 2015년 7월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중국은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인공 섬을 지은 뒤 길이 3㎞의 활주로, 5000톤급 이상의 함정이 정박할 수 있는 항만을 건설했다. 인공 섬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모두 ‘민간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들이 SNS에 올린 사진 가운데 군복을 입은 모습들이 나오면서 중국의 발표가 거짓임이 드러났다.

하지만 중국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자신들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남중국해와 스프래틀리 군도 일대에서 인민해방군의 훈련을 더 늘렸고,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에 대한 위협 수위도 높였다. 

해군력이 미약한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는 중국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대만은 친중 정권이 들어선 탓에 별다른 항의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필리핀과 베트남, 말레이시아는 미국에 개입 요청을 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2년 재선에 성공한 뒤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 전략을 공식화했다. 2011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에 기고한 글에서 밝힌 아시아 태평양 중시 전략을 공식 대외전략으로 채택한 것이다. 

미국의 ‘피벗 투 아시아’ 전략 

이후 미국은 필리핀의 미군 귀환 요청을 받아들여 수빅 만을 포함, 과거 필리핀에서 사용하던 기지 5곳에 병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동아시아 국가들에 다양한 무기와 많은 병력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군은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의 발표가 나온 직후인 2011년 11월에는 싱가포르에 전투함과 대잠 초계기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미군은 싱가포르에 최신예 연안전투함(LCS)을 보냈다. 

미군이 새로 개발해 배치한 연안전투함은 배수량 3000톤 급으로 미 해군 전투함 가운데서는 가장 규모가 작지만 전투력은 기존의 구축함과 맞먹거나, 그 이상이라고 평가받는다. 자동화를 통한 무인 무기 시스템을 대거 적용, 승조원은 크게 줄었으나 소형 고속정이나 급조폭발물(IED)을 이용한 자살 테러공격, 기뢰 지대 돌파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연안전투함은 임무에 따라 다양한 무기를 장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모듈화 시킨 것이 특징이다. 놀라운 점은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최대 속도가 45노트(83㎞/h)로 웬만한 어뢰를 따돌릴 수 있을 정도로 빠르다. 

미군은 또 남중국해 일대 동맹국들을 위해 최신 대잠 초계기 포세이돈(P-8A)도 배치했다. 기존의 대잠 초계기 오라이언(P-3C)은 프로펠러로 날아가는 기종이어서 속도가 느린 약점이 있었다.

반면 포세이돈은 첨단화 된 감시·수색장비와 제트 엔진을 장착, 더 빠른 속도로 더 넓은 면적을 감시할 수 있다. 게다가 잠수함을 잡는 초계기임에도 불구하고 수상 전투함을 공격할 수 있는 대함 미사일을 장착해 수상 전투함에도 공포의 대상이다. 

미군은 최신예 무기뿐만 아니라 기존의 강력한 항공모함 전단도 남중국해 일대에서 동맹국을 보호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2015년 10월 말, 미군은 일본과 한국 등 동아시아 일대를 담당하는 7함대에 최신예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와 예하 전투단을 배치했다. 11월 초에는 남중국해에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와 예하 전투단을 보내 초계 항해를 했다. 

이와 함께 괌 기지에도 연안전투함과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 폭격기를 배치해 남중국해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 미국은 항행 자유를 고수하며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해역에 구축함 ‘라센’을 투입했다. 사진은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라센의 항해 장면이다.

美-中의 대립으로 번져 

미군은 필리핀 정부와 미군 주둔에 대한 합의가 끝나는 대로 7곳의 기지에 미군을 주둔시킬 예정이며, 201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하는 한국의 제주 해군기지에도 미 해군과 해병대 전력이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타진 중이다. 

이후 벌어진 상황은 한국에서 잘 아는 이야기들이다. 중국이 인공 섬에 각종 무기와 장비를 배치했다는 소식에 이어 미 해군은 지난 10월 27일 이지스 구축함 라센함을 파견, 인공 섬에서 12해리(약 22㎞) 이내 해역을 항해하도록 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즉시 남방함대 소속의 방공 구축함과 미사일 구축함 등 3척의 군함을 보내 뒤쫓고, 해상 의용대에 라센함의 항행을 방해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중국군은 미 함정에 경고 통신만을 보냈을 뿐 위협 행동은 하지 못했다. 

10월 29일에는 미중(美中) 군 수뇌부 간의 화상 대화가 이뤄졌다. 중국군 수뇌부는 “미군의 도발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발언했지만, 미 태평양 사령관 등은 “국제법상 공해에서 무해통항권은 권리”라고 대응했다. 

11월 5일에는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남중국해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 중인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에 올라 남중국해 일대를 3시간 동안 순시했다. 중국군은 스트래틀리 군도에 지은 인공 섬의 활주로에 전폭기와 전투함 등을 보내 실탄 사격을 하는 등 무력 시위로 대응했다. 

2015년 11월 현재 미중 모두 남중국해 일대에서 무력 충돌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는 미중 두 나라만을 놓고 봤을 때의 이야기다. 중국이 스프래틀리 군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인근 국가와 분쟁을 일으킨다면 ‘무력 충돌’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미국은 2016년 대선을 치른다. 2월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 후보를 정한 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다. 이때 미국은 해외 상황에 신경 쓸 여유가 거의 없게 된다. 

만에 하나 미중 간의 무력 충돌이 일어난다면, 그 시작은 필리핀이나 베트남과 중국 인민해방군 사이에서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 필리핀의 경우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었다는 점, 1995년 중국 어부들을 체포하고, 중국과 군사적 충돌을 불사했다는 점은 위험 요소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이렇다. 중국군이 민간인으로 위장한 채 어선을 타고 인공 섬 일대에서 활동하던 중 필리핀 해군에 적발된다. 필리핀 해군은 이들에게 정선을 명령하지만, 중국군이 도주하고, 이 과정에서 필리핀 해군과 중국군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진다. 이 와중에 중국군이 사살 당하고 위장 어선은 침몰한다. 

중국은 즉각 항의 성명을 내고 남방함대 소속 전투함과 전폭기를 해당 지역으로 보낸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전폭기가 필리핀 초계함을 격침시킨다. 양국은 일촉즉발의 상황이 된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엄중 경고하고, 근처에 있던 해군 함정을 현장으로 보낸다. 동시에 일본 자위대에 출동을 요청한다. 아베 정권은 집단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구축함과 호위함, 헬기 수송함 등을 현장으로 보낸다. 

중국은 일본에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에 개입한다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하지만 아베 정권은 이를 무시한다. 아베 총리는 국내에는 “미군을 도와 남중국해에서 지원 임무와 질서유지 임무만 할 것”이라고 말한다. 

▲ 현장 근로자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려 공개된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현장 모습.

언제든 충돌 가능성 상존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남중국해에 오자 미군은 필리핀 인근의 스프래틀리 군도 초계임무를 맡아달라고 요청한다. 일본 함정들은 필리핀 초계함과 함께 일부 섬 주변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중국군은 인공 섬 일대에 일본 함정이 올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 미사일 구축함과 전폭기를 대기시키고, 해상 의용대를 무장시켜 현장으로 보낸다. 

같은 시간, 필리핀 초계함은 중국의 민간 어선 여러 척이 다가오자 추적을 시작한다. 추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필리핀 초계함은 중국 해상 의용대의 민간 어선에서 쏜 미사일에 맞아 침몰한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은 중국 민간 어선을 향해 대함 미사일과 함포를 발사하여 민간 어선을 격침시킨다. 

해상 의용대의 어선이 미사일 공격으로 침몰되는 것을 지켜본 중국군은 즉각 인공 섬 인근에 대기 중이던 미사일 구축함과 전폭기 출동을 명령한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은 중국 전폭기와 미사일 구축함의 접근을 포착한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위대 본부와 미 태평양 사령부에 상황을 보고한다. 이때 호위함 함장은 중국 전폭기와 미사일 구축함에서 20여 발의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보고를 받는다. 필리핀 초계함의 침몰,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항행 불능일 만큼 파괴되었다는 소식은 미군의 참전을 초래할 수도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와 스프래틀리 군도 영유권 문제에 미국과 일본이 개입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재래식 전력으로는 일본과 싸워도 확실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핵무기까지 동원한다 해도 미국을 이길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진핑 중국 총서기와 리커창 총리가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등을 따로 방문해 각개격파 식 외교를 통해 영유권 분쟁 중인 국가들이 단합하지 못하도록 만들려 하고 있다. 이들이 단합하면 일본, 미국의 개입이 한결 쉬워지기 때문이다. 

미국 또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남중국해에서 무력 사용이 부담스럽다. 특히 그 대상이 중국일 경우 미국 내 기업과 친중(親中) 정치권, 언론계 등의 반발이 심각할 것이다. 전면 철수를 약속했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과 무력 충돌을 한다는 것은 대선 패배는 물론, 미국으로서도 크게 부담스러운 길이다. 

일본도 안보법안 통과로 집단자위권을 발휘할 수 있게 됐지만, 시작부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중국과 무력 충돌은 엄청난 부담이다. 아베 정권 입장에서는 첫 집단자위권 행사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둬야 ‘보통국가’로의 체제 전환이 가능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미국, 일본, 중국 입장에서 보면, 남중국해와 스프래틀리 군도에서의 무력 충돌을 막는 핵심은 호가호위(狐假虎威)로 자신들의 국내 정치적 입장을 강화하려는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다. 이들과 중국 간의 물리적 충돌을 막는다면, 미중 간의 남중국해 충돌 가능성은 예방할 수 있다. 

남중국해 해상교통로 봉쇄되면

남중국해와 스프래틀리 군도의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은 한국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4위 내외, 무역량은 세계 8위 수준이다. 그런데 한국 GDP의 85% 이상이 수출입을 통해 발생한다. 문제는 수출입의 80% 이상이 미국, 중국, 일본, EU, 중동에 편중돼 있고, 이에 사용되는 운송 수단의 90% 이상은 선박이라는 점이다. 

현재 중국이 스프래틀리 군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역은 남중국해. 이름에는 중국이 들어 있지만 실제 거리는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보다 훨씬 더 멀다. 그리고 이 지역은 동아시아의 물류 중심축인 말래카 해협과 맞닿아 있다. 한국이 수입하는 석유, LNG의 90% 이상이 말라카 해협과 남중국해를 통해서 들어온다. 

뿐만이 아니다. 아프리카, EU, 인도, 동남아시아에서 출발해 말래카 해협과 남중국해를 통해 들어오는 원료 또는 부품은 한국 경제에서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제조업을 떠받친다. 이 제조업은 한국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의 원동력이다. 

이런 남중국해가 중국의 ‘내해(內海)’로 변해 해상수송로가 막히면 한국 경제는 몇 달 안에 질식사할 수도 있다. 미국으로부터 석유, LNG를 수입하고,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 국가로부터 주요 원료를 돌린다고 해도 안정적인 수입선 확보에는 최소 몇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고, 비상 대책을 마련해 놓지 않은 한국에서는 그 전에 주요 원료들이 고갈될 것이다. 원료가 고갈된 한국에 싼 값에 물건을 제공할 나라는 없다. 결국 한국의 경제 활동은 멈추게 될 것이다. 

남중국해를 거치지 않고 원료 확보가 가능해진다 해도 문제는 이어진다. 중국이 남중국해의 패권을 장악하게 되면, 다음 목표는 일본이다. 일본도 한국과 비슷하게 아프리카, 중동 등으로부터 에너지 원료 대부분을, EU와 인도로부터는 제조업용 부품을 수입한다. 일본 경제가 고사하면 한국 제조업체 대부분은 가동을 멈추게 된다. 제조업에 필수적인 각종 기계류 및 관련 부품 대부분이 일본제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이 함께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해 물류 통로를 개척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현실 가능성이 낮다. 현재 한국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으로 수출입양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 정부가 중국에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면 중국은 한국에 대한 수출입을 전면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남중국해와 스프래틀리 군도 영유권을 둘러싼 미중 간의 대립은 조만간 잠잠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다음의 대립은 중국-인도차이나 국가 대 미국-필리핀-일본 간의 국제적 대립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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