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의장, 당신이 틀렸소
정의화 의장, 당신이 틀렸소
  • 미래한국
  • 승인 2015.12.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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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입법 책임 방기한 국회의장 비판

지금이 평화가 난만한 태평천국인가? 이 경제난국에 팔장 끼고 앉아서 ‘여야 합의’ 외치는 국회의장의 성(姓)이라도 갈아야 할 판

이동호 미래한국 편집위원

정의화 국회의장은 경제활성화법안과 노동개혁법안, 테러방지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재의 ‘국회 입법 마비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국회 수장(首長)으로서 당신에게 부여된 의무다. 이 의무를 거부하는 당신의 지금 행동은 틀렸다.

국가지도자의 판단의 책임은 무겁다.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라는 저서에서 정치인은 책임윤리에 민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신념에 충실한 윤리는 종교 지도자의 몫이고, 책임에 민감한 윤리가 정치인의 몫이라고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판단과 결정이 초래할 심각한 사태에 항상 결연히 마주해야 한다. 정 의장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정 의장에게 충고한다. 당신의 결정이 틀렸소. 그 신념은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을 경우에 마음껏 지키시오. 지금 대한민국 국회의장으로서는 아니오.

“내 성(姓)을 다른 성으로 바꾸든지.” 정 국회의장의 결기에 찬 발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는 몸이 닳아 있다. 이번 정기국회가 마감되면 선거 국면으로 들어가 2016년 6월, 20대 국회가 구성되기 전까지 국회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꼭 통과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제 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 테러방지법 등의 처리는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가 비상 상황이 아니라고?

이에 청와대가 전면에 나섰다. 현기환 정무수석이 공개적으로 국회의장실을 방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의장이 12월 31일 전후 선거구 획정안 만을 직권상정해서 처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 정무수석은 국회의장이 선거구 획정안 만을 직권 상정해서는 안 되며, 경제 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 테러방지법 등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정 의장은 청와대의 경제 관련 법안 직권상정 요구에 대해 “지금 경제 상황은 국가 비상사태라고 볼 수 없다”며 거부했다. 새누리당은 12월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헌법상 대통령의 긴급 재정경제명령까지 언급하며 직권상정 요청 결의문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지금은 야당의 내홍으로 입법이 마비된 비상사태라며 정 의장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정 의장의 대답은 한결같다. ‘여야 합의 처리’라는 자신의 소신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국회의장으로서 정부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국회의 독립을 지키겠다는 결연한 자세다.

이와 관련해 매일경제신문은 12월 17일자 사설에서 지금 한국경제가 비상 상황이 아니라는 정 의장의 인식이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국회를 제외한 모든 경제 주체들이 현 경제 상황을 1996년 외환위기 직전과 다름없는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있다. 내년 상황은 더 암담하다.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기 침체, 저유가 쇼크에 이어 이제 중국 기업들이 우리 안방까지 넘보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이처럼 속수무책 지경이 된 것도 국회가 국회 선진화법을 빌미로 구조개혁, 규제개혁, 경제 활성화법을 가로막고 정책을 실기(失機)하게 만든 때문 아닌가.”

매일경제신문의 사설은 정 의장이 더 이상 국회 선진화법의 자구에 얽매여 국가 지도자로서 책무를 방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정 의장은 도대체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가? 당신의 눈에는 국회의원만 보이고 국민들은 보이지 않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 국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구 획정안을 여야가 합의처리하지 못한 것만이 비상사태라는 것인가. 생존권 위협은 비상사태가 아니라는 것인가.

국민의 생존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의 가치다. 정 의장은 정치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여야 한다.

정치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

공자는 정치가 무엇인가라는 제자의 질문에 정치란 ‘식족연후(食足然後)에 예의염치(禮義廉恥)를 알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답은 관자의 경우를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치의 요체를 가장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 사람은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으면 예절과 의리, 청렴, 수치를 모르고 격렬히 투쟁하는 존재다.

그래서 예로부터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먹을 것이 없는 상태에서 인간은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란 국민들의 생존권 즉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해결의 조건을 마련하여 국민들이 편안히 살게 하는 것이 기본인 것이다.

정치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다. 정치를 하는 자는 국민들의 생존권, 즉 경제문제 해결에 최우선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우리 국민들은 자신들의 수입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국가에 내고 있다. 개인들이 개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의 해결에 국가가 앞장서 나서달라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와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지 않는다면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하는 것이다.

전 세계가 경제위기 해결에 한결 같이 나서고 있다. 이탈리아는 노동개혁법안을 통과시켜 경제위기 탈출의 실마리를 풀었다. 정부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에 사활을 걸고 있다. 2차 산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한계에 다다른 현재 서비스산업은 많은 일자리를 창출을 기대하는 산업이다.

기업이 위기에 대응하자면 서로 경쟁력이 있는 기업끼리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인수합병을 원활히 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대통령도 연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출된 법안의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최근 프랑스에서 발생한 테러 사태에서 보듯이, 지금 세계는 IS 등 테러집단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테러방지법은 테러의 효과적 방지를 위해 마련된 법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회는 조용하다. 조용한 것이 아니라 사보타지를 하고 있다.

의료 민영화 우려는 사전에 확실히 제거했음에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사실상 의료민영화를 위한 법이라고 반대하고, 기업활력 제고법은 재벌에 특혜를 준다고 반대하고, 노동개혁법안은 노동자들의 해고를 편하게 하는 악법이라고 반대하고,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하여 인권 유린의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야당은 이를 근거로 법안의 심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국회, 국회의장

더욱 가관인 것은 새로 등장한 이목희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기존의 협상을 뒤엎고 새로 협상하자고 우기고 있다. 사실상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뜻이다.

물론 이런 경제 활성화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바라봐야 할 것 아닌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작정 하늘만을 처다 볼 수는 없지 않는가.

지금 국회의 입법 마비 사태는 1997년 국가부도사태의 전야를 연상케 하고 있다. 지금은 경제 비상사태다. 그리고 이 비상사태에 국회의 입법기능이 마비된 상태, 즉 위기에 위기가 가중된 사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선제 대응이다. 국가의 경제문제는 한번 기회를 놓치면 그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도 해결이 어렵다. 대한민국도 1997년 IMF 사태를 맞은 후 20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봐야 했다.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지도자의 판단은 중요하다. 개인의 판단 미스 피해는 그 개인이 지면되지만, 국가지도자의 판단 미스는 그 피해를 국민 모두가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이 평화가 난만한 태평천국인가? 이 경제난국에 팔장 끼고 앉아서 ‘여야 합의’ 외치는 국회의장의 성(姓)이라도 갈아야 할 판이다. 성난 민심은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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