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개헌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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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6.01.12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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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學 전문가의 苦言] 미국식 ‘약한 정부’의 허실

4년 중임으로 대통령 권한은 대폭 강화, 국회 권한은 대폭 축소. 미국식 ‘약한 정부’로는 당면한 난관 돌파하기 어렵다. 행정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보다 더 시급한 것은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유능한 정부 

태풍보다 몇 배 더 무서운 ‘보이지 않는 태풍’들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경제 태풍, 테러 태풍, 온난화 태풍, 난민 태풍 등이 그것이다. 지나가는 태풍이 아니라 한 번 닥치면 오래도록 위협이 계속되는 태풍이다.

▲ 김충남 대통령학 전문가

경제 태풍은 유럽연합(EU), 일본 같은 선진국들을 위기에 빠뜨린 지 오래 됐고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최근에는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로 불리던 BRICS(브라질·러시아·중국·남아공) 같은 신흥공업국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2001년 미국을 공격했던 무슬림 극단주의 세력에 의한 국제 테러는 여러 차례 여러 나라를 극심한 혼란에 빠뜨렸고, 이와 관련되어 이라크·아프간 전쟁이 일어났다. 그 연장선상에서 IS와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 여파로 수십만의 난민들이 유럽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 와중에 파리 테러가 발생하여 선진국들은 테러와의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1990년대 초 국경 없는 세계화 시대가 열리면서 무한경쟁의 경제 전쟁이 시작됐다.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밀리면 단숨에 3류 국가로 추락하는 살벌한 운명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 때부터 세계경제는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위기를 수시로 겪어 왔고, 그 결과 여러 나라들의 운명이 천당에서 지옥을 오갔다. 

한국도 이미 1997~1998년 외환위기를 맞아 국가가 초토화된 바 있다. 다시 김대중 총재가 이끄는 야당과 노동계가 김영삼 정부의 노동개혁 입법에 강력히 저항했던 것이 외환위기를 불러온 한 원인이었다. 그런데도 지금 그 때와 비슷한 상황이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2008년에 시작된 미국 발(發) 경제위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미국은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며, 뒤이어 계속 금리를 올리며 돈줄을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의 움직임에 위협을 느낀 EU, 일본, 중국 등은 반대로 금리를 낮추는 등 반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의 경제 강국들이 환율전쟁과 무역전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세계 석학(碩學)들은 세계는 일찍이 가보지 않은 예측하기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회는 개혁 방해세력 

이 같은 글로벌 경기 후퇴로 수출 위주의 우리 경제는 수출의 급격한 감소 등 직격탄을 맞아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던 조선·철강·석유화학 등이 침체에 직면해 있고, 그 여파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침체, 전월세 폭등, 가계부채 급증 등 비상사태가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권은 이러한 태풍들에 대해 관심조차 없다. 그들은 대통령을 비난하고 총리와 장관을 불러 호통 치면 자신들의 책임을 다한 것으로 착각한다. 한국이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제개혁과 노동개혁이 절박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개혁을 방해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 

노동시장 경직성으로 한국은 투자기피 대상이 된 지 오래 되었고, 그래서 국내 기업까지도 줄줄이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긴 바 있다.

더구나 임금 피크제 도입과 정년 연장으로 ‘취업 절벽’에 다가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입법은 외면하면서 자신들의 특권을 확대하고 이권을 챙기거나, 자기 자식들을 취업시키는 데 재빠르다. 정치가 나라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는 원성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그들은 귀를 막고 부도덕하고 몰염치하며 무책임한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9·11 테러로 세계가 테러와의 전쟁에 나선 지 15년이 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테러방지법조차 제정하지 못해 세계에서 테러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어느 나라보다 테러에 민감해야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너무도 당연한 책무를 외면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권의 심각한 직무유기다. 

이처럼 정치권이 본분을 저버린 것은 그들이 여야 간 명분 싸움과 당내 계파 싸움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임진왜란 당시 온 나라가 잿더미로 변하고 수많은 백성들이 도륙당하고 짓밟혀도 사색당쟁에 분주했던 분열과 명분 정치의 DNA를 물려받았기 때문인가? 

세계가 어떻게 소용돌이치든, 중국과 일본에서 어떤 변화와 개혁이 일어나든 관심이 없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내부 권력쟁탈전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 우리 정치권이다. 19세기 말 세계 정세에 어두워 ‘은둔의 왕국’으로 불리던 조선왕조는 끝내 국권을 상실했다.

세계 6위의 수출대국, 세계 8위의 무역대국, 다시 말하면 세계에 활짝 열린 한국의 정치인들이 조선왕조 집권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면 나라의 장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사색당쟁의 조선시대와 완전 닮은 꼴 

선·후진국 할 것 없이 경제 태풍에 대응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와중에 우리는 정치권의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태업(怠業)으로 인해 속수무책의 위기에 처해 있다. 국가와 국민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돌파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몰락할지도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정치권만 모르고 있는 것인가? 

민주국가는 법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정작 입법 기능을 가진 국회는 ‘식물 국회’가 된 지 오래다. 정부와 여당이 입법하고자 하는 법안들을 국회의 소수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하여 무조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입법부가 무력화 되면서 헌법상의 기능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친 지 오래지만, 정치권의 태업은 암(癌)처럼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3년 전부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을 통과시켜 달라고 거듭 간청했지만 대부분 미결 상태로 남아 있으며, 오는 6월 말 19대 국회 종료와 동시에 모두 폐기될 운명이다.

4대 개혁의 일환으로 통과된 법들은 야당의 국회선진화법 악용으로 ‘이빨 빠진 고양이’ 모습으로 전락했다. 심지어 행정부의 고유 권한인 시행령 제정까지 국회가 관여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끼워 팔기 하고자 했다. 

박 대통령이 위헌 소지가 거론된 국회법 개정 법률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야당은 ‘봉건시대 여왕,’ ‘악몽과 같은 독재정권’, ‘유신독재’ 같은 표현을 총동원해 공격했다. 추미애 의원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대(對)국민 쿠데타”이자 “실질적인 국회 해산 요구”라고 비난했다. 

국회는 소수당인 야당이 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수결의 원칙을 무시하고 국회 운영을 비토(veto)함으로써 국회의 입법기능을 마비시켜 왔으며, 결국 행정부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적반하장으로 대통령을 독재라고 몰아붙이며 책임전가를 해 왔다. 

▲ 현행 헌법에선 국회는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지만, 대통령은 내각제의 총리가 가진 국회해산권도 없는‘약한’ 대통령이다. 대립과 갈등의 정치 문화를 갖고 있는 국가에선‘강한’ 대통령이 필요하다. 사진은 지난 2013년 2월 25일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장면.

한국 대통령은 정말로 ‘제왕적 대통령’인가? 

한걸음 나아가 그들은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며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제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이며, 국가의 위기다. 그 결과 19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제헌헌법은 미국식 3권 분립에 따라 입법·사법·행정 3권간의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70년 가까운 우리 헌정사에서 정당정치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을 뿐 아니라 3권간에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뤄진 적이 별로 없다. 

1948년 헌법 제정 당시 주한미군의 철수 일정에 맞추느라고 촉박하게 헌법을 제정했으며, 특히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절충하면서 적지 않은 모순점을 내포한 헌법이 되었다. 국회는 내각제의 총리처럼 대통령을 선출했고, 나아가 국회는 대통령 탄핵권, 총리 및 장관 해임결의권 등을 가졌지만, 대통령은 내각제의 총리가 가진 국회해산권도 갖지 못했다. 

건국 직후 제주 4·3사건, 여순사건 등 극심한 혼란과 6·25 남침전쟁으로 국가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었음에도 야당이 장악한 국회는 초대 국무총리 인준을 거부하고, 위헌 소지가 있는 친일 반민족행위자 처벌법 등을 일방적으로 제정했다.

계속해서 장관 불신임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예산안 통과를 지연시키는 등 행정부를 견제하는 데 급급했다. 심지어 야당은 헌법이 제정된 지 1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내각제 개헌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직선제 개헌을 통해 대통령 권력을 강화한 것은 효과적인 전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국회와 야당의 지나친 견제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박정희 정권이 ‘강력한 정부’를 지향했던 것도 민주당 집권 당시 나약한 정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와 야당의 ‘반대’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민주화 바람을 타고 1987년 말에 개정된 6공화국 헌법은 대통령 등 행정부 요인에 대한 탄핵소추권, 국정감사권, 국정조사권, 국무총리 임명 동의권, 국무총리 및 장관 해임결의권, 국무총리 및 장관 등에 대한 국회출석 요구 및 질문권, 예산심의권 등, 행정부를 좌우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통령이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은 별로 없다. 다시 말하면, 우리 헌법은 국회와 대통령 간에 견제와 균형을 보장한 것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국회가 대통령을 압도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공직 후보자의 신상 털기에 급급함으로써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에 대해 심각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 시대에는 대통령과 행정부에 의한 권력남용, 민주화운동 탄압, 인권 침해 등 부정적 측면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강한 정부’를 통해 국내외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 덕분에 오늘의 한국이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88년 민주화된 이후에도 헌법의 이상대로 입법·사법·행정 간의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노태우 대통령은 3당 합당 이전까지 여소야대 국회에 끌려 다녀야 했다. 평생 민주투사임을 자처했던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도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여야 간 정치적 대결이 계속되면서 그들은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선거를 무리하게 하거나, 야당을 억압하고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키거나, 언론에 대해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의 견제로 인해 “대통령 직 못해먹겠다”고 했고,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식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들의 민주주의는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갖가지 도전과 어려움에 직면한 신생국에서 성숙한 정당정치가 자리 잡지 못한 가운데 미국식 ‘약한 정부’로는 당면한 난관을 돌파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신생국에서는 행정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보다 더 시급한 것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유능한 정부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이 3권 분립을 제도화했다고 해서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왜냐 하면, 기본적으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가 있어야 하고, 언론과 국민도 행정부와 입법부에 대한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국회가 권력을 남용하여 행정부에 지나친 압박을 가하여 균형이 깨지면 언론과 국민 여론이 국회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견제라는 것도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보완적 협력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 입법부가 행정부를 압도함으로써 행정부를 무력화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다. 

미국식 정치문화는 정당들은 국정운영의 경쟁적 파트너로서 입법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토론하고 절충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다수결 원칙에 의해 결정한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문화는 정당 간 대립과 갈등이 일반화되어 있다. 때문에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이 거의 불가능하다. 집권당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야당은 무조건 반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식 3권 분립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식 3권 분립은 모든 나라의 민주주의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종교적 정치적 박해를 피해 온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였다. 때문에 신천지에서 이상(理想)국가를 건설하고자 했고, 그래서 미국 헌법은 몽테스키외 등 18세기 자유주의 사상에 기초하여 제정되었다. 

대통령 권한 강화하고 국회 권한 줄여야 

미국의 건국 지도자들은 정부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권력기관 간에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는 등, 고의적으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했다. 다시 말하면 권력은 나쁜 것이며, 따라서 정부를 ‘필요악(惡)’으로 인식하여 권력을 분립시키고, 서로 견제하고, 비판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이처럼 정부를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보면서 미국 정부는 근본적으로 취약하게 만들어졌다. 

이처럼 취약한 정부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민주주의는 성숙한 민주주의로 정착했다. 그것은 미국이 여러 가지 면에서 예외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가진 국가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헌팅턴은 미국은 경제적 풍요, 제한된 대내외 위협, 사회적 안정 등으로 정치 안정이 유지됨으로써 매우 ‘행복한 역사’를 가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이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출하기보다는 영국의 정치제도를 그대로 수용했기 때문에 미국의 정치제도는 신생국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따라서 신생국들이 미국식 정치제도를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했다. 

이처럼 미국의 연방정부는 취약할지 모르지만, 그 대신 지방정부가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방정부의 취약점이 보완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는 비교적 강력한 언론과 여론의 역할이 있었고, 토크빌이 관찰했던 바와 같이 지역사회가 교회 중심의 지역공동체가 건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개헌을 한다면 한국이 처한 국내외 정세를 고려할 때 대통령 4년 중임제로 바꾸는 등 대통령의 권한은 강화하고, 국회의 권한은 줄이고, 책임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한 개헌을 위해 4월 총선에서 입법 파업을 일삼는 정치인들은 우선적으로 퇴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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