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非核化) 선언부터 폐기하라
한반도 비핵화(非核化) 선언부터 폐기하라
  • 정재욱 기자
  • 승인 2016.02.01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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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기 긴급특집] 전문가 좌담/ 北 核무기 현실화, 우리가 갈 길은?

핵무기 대응을 위해선 동종·동수준 대응의 비례성 원칙이나 무기 선택의 도덕성 같은 기준을 폐기해야 한다. 백령도를 공격받더라도 원산·평양 등 북한의 어떤 대상에 대해서도 보복이 가능하고, 명령권자를 제거하는 참수 작전도 가능하다고 천명해야 

참석자│ 송대성 건국대 초빙교수·전 세종연구소 소장 
         박창규 포항공대 대우교수·전 국방과학연구소 소장 
         김태우 건양대 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사  회│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정리  정재욱 미래한국 기자 / 사진  이준영 객원기자 

북한이 지난 1월 6일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4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2013년 2월 같은 장소에서 3차 핵실험을 한 지 거의 3년 만이다.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핵 개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국내 전문가들이 남북관계의 긴장완화 가능성을 예측하는 가운데 일어난 기습 도발이었다. 

이날 핵실험으로 진도 4.8(TNT 약 6kt)의 인공지진이 감지된 가운데, 북한은 조선중앙TV 특별 방송을 통해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수소폭탄은 미국이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 15kt의 1000배인 15Mt에 이를 정도로 폭발 위력이 막강한 무기다. 때문에 북한이 4차 핵실험에서 진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는지, 현재 핵무기 제조 기술 수준이 어디까지 도달했느냐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핵실험이 수소폭탄은 아니라도 40~150kt의 폭발 위력을 보이는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증폭핵분열탄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 가운데, 현실화된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좀 더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안보·핵·국제관계의 3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긴급 좌담회를 개최, 북한 핵 기술과 한반도 안보 상황의 현실을 진단하고, 북한 핵무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실효적인 방안을 모색해 봤다. 

▲ 전문가들은 이번 4차 핵실엄으로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됐다고 전제해야 하며, 우리는 이에 대응해 자체 핵 무장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수소탄 제조능력 확보했다고 봐야

사회=사실관계 확인부터 하자. 4차 핵실험에 대해 북한은 수소폭탄이라고 주장했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를 부정하는 분위기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의 실체는 무엇인가. 

김태우=폭발력·지진 강도 등을 감안하면 수소폭탄으로 보기는 어렵고, 성공한 증폭핵분열탄으로 보인다. 폭발력이 10kt 미만이기 때문에 증폭핵분열탄으로 보기도 어렵다거나 실패한 실험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소형 핵폭탄에 증폭장치를 추가했다고 본다면 폭발력이 낮다는 이유로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단, 이번 핵실험의 소재가 수소폭탄이 아니었다고 해서 북한이 수소폭탄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기술은 있지만 수소폭탄 실험을 할 여건이 안 됐을 수도 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입장에서 엄청난 위력을 갖고 있는 수소폭탄 실험을 하기는 쉽지 않다. 유해 물질의 방출을 막지 못하면 중국과의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좁은 국토를 갖고 있는 북한이 자국 내에서 핵실험을 한다는 자체가 상식 이하이긴 하다. 

사회=북한 핵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인 것으로 추정되는가. 북한이 수소폭탄 기술을 보유했을 가능성은? 

김태우=북한은 60년가량의 핵 개발 역사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 번도 도중에 멈추거나 주저하지도 않았다. 핵무기 개발은 1세대 핵분열탄, 2세대 핵융합탄, 3세대 중성자탄으로 발전했는데, 1세대인 원자폭탄과 2세대인 수소폭탄의 동시 개발에 착수한 중국은 1964년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한 지 2년 8개월 만에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 북한도 이를 벤치마킹해 원폭과 수폭을 동시에 개발해 왔다. 

결론적으로 동기와 시간, 개발 징후 등을 종합하면 북한이 수소폭탄 제조 능력을 확보했다고 봐야 한다. 우리에게 닥친 미증유의 안보 위기 상황이다. 실제로 수소폭탄의 주요 원료인 3중수소 생산 추정지가 북한 내에 있다.

1960년대 구(舊) 소련에서 도입한 연구용 원자로 IRT-2000이나 영변의 5MW급 원자로에서 충분히 생산 가능하다. 2013년 영변의 원자로를 재가동한 목적이 결국 수소폭탄 원료인 3중수소의 확보 때문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북한은 중수소와 3중수소를 안정적인 고체 형태로 구축하는 데 필요한 리튬의 연구 실적도 있다. 

▲ 박창규 前 국방과학연구소장

박창규=원자폭탄이든 수소폭탄이든 핵무기 제조는 세계적으로 1940년대 초반 연구를 시작해 이미 70년이 지났기 때문에 첨단기술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중요한 열쇠는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 리튬·트리튬 등 핵무기 원료의 확보다. 우리가 왜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여부에 주목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과거 1940년대 초 2차 세계대전 때는 폭격기에 탑재할 무기 중량이 1톤으로 극히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B2 같은 폭격기에 20톤 이상의 무기를 실을 수 있다. 운반수단이 발달했기 때문에 이동수단(delivery)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때문에 소형화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더욱이 최근에는 장거리 미사일에도 무거운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 

北 수소폭탄 보유는 공포의 극대화를 의미 

사회=수소폭탄이든 원자폭탄이든 이번 핵실험이 주는 안보 위협 의미가 감소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북한이 굳이 수소폭탄이라고 발표한 이유는 무엇인가. 

송대성=이번 핵실험은 자신들의 핵 기술에 대해 더 이상 시비를 걸지 말라는 엄포다. 원폭 개발을 완료하고 수소폭탄 개발에 진입한 상태라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거의 완성했다는 전제 하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고, 이미 그런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김태우=원자폭탄의 1000배가량 위력을 갖는 수소폭탄의 보유는 적성국이 갖는 공포의 크기가 대폭 확대됨을 의미한다. 실제 군사력은 물론, 심리적인 면에서의 한반도 군사 균형이 한순간에 요동을 치게 된다는 의미다. 

난 이런 현상을 ‘핵 그림자 전략’이라고 명명했는데, 북한이 실제 핵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핵무기, 수소폭탄의 존재 자체가 우리를 주눅 들게 해서 도발을 쉽게 감행하고 북한이 향후 남북관계를 주도할 수 있다. 최근 천안함 폭침, 목함 지뢰 도발 등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소극적 대응은 이미 이런 전조(前兆)가 나타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 수소폭탄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는 데 있어 기술적 문턱뿐만 아니라 정치적 문턱을 넘어서는 계기가 된다. 

박창규=우리 국민들과 군이 공포감에 주눅 드는 현상도 문제지만, 현재로선 우리 국민들의 안이한 인식과 대응이 더 심각하다. 북한이 핵실험을 4차례나 했는데, 핵 기술 수준이 아직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거나, 소형화가 안 됐다는 식으로 애써 자위하고 있다. 

북한 핵에 대한 무관심의 배경에는 ‘통일이 되면 핵무기도 우리 자산이다’ 또는 ‘같은 민족끼리 설마 핵무기를 사용하겠는가’라는 안이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국방부는 외교부 뒤에 숨어서 꼼짝도 안하고 있다. 북한 핵무기가 실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실질적인 안보 위협이라는 인식부터 하는 게 시급하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핵보유국 지위 여부는 정치 외교적으로 풀어야 하고, 군사 대응은 안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 국민 전체가 北核 노예가 될 위기 

▲ 송대성 前 세종연구소장

송대성=적대국이 한 쪽만 핵무기를 가질 때 다른 한 국가는 인질이나 볼모, 아니면 노예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이 잘 모른다. 정부도 이를 알리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엄청난 인구 차이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로 지역 내 아랍 국가들에 대한 안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전문가들은 한국 국민들이 보여주는 핵무기에 대한 무관심에 놀라움을 표현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전략이 성공해 우리 사회가 북한 핵에 무관심하도록 만든 것이다. 더욱이 핵무기 개발 과정에서 북한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였던 1990~2000년대 우리 정부가 나서서 국제사회의 제재 분위기를 약화시킨 바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1998~2007년) 동안 우리나라는 북한이 주적(主敵)이 아니라 같은 민족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북한이 핵을 갖는 게 민족 차원에서 좋은 일’인 것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또 좌파 정부가 아니라도 거의 모든 정부들이 북한에 대화를 구걸하느라 핵무기 해결 문제는 회피했다. 

사회=그렇다면 우리가 취해야 할 대응은 무엇인가. 군사와 남북관계, 그리고 대중관계나 한미동맹 같은 외교의 순으로 분석해 봐야 할 것 같다. 

송대성=북한 핵무기가 100% 완성되기 전까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화와 제재의 방법은 현재까지 실패했고, 남은 방법은 핵 시설물의 선제 가격, 핵 관련 요인 암살이나 시설물 파괴 등 은밀 군사작전, 마지막으로 정권의 변경 및 제거 등의 방법이 있다.

그리고 대북 심리전처럼 체제를 흔드는 작업도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대북 심리전의 현실은 탈북자 몇 명이 북한 인민군 전체를 상대로 전단지 살포 작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세상 어느 군대 치고 심리전을 하지 않는 나라가 있는가.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완성했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순간 철저히 응징 당한다는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남북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1991년)을 폐기해야 한다.

이는 한미 간 동맹국 사이에도 협의가 안 되면 일방적으로 선언할 수도 있는 문제다. 이에 더해 미국에 전술핵을 한국에 배치하도록 요구해야 하고, 그렇게 안 되면 중국·러시아 등 핵보유국으로부터 핵무기를 대여, 또는 구매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최후 수단은 핵무기의 자체 개발 및 제조다. 핵 위협에 대한 대응은 국가 생존이 걸린 사생 결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동맹국이든 주변 강대국이든 누구의 눈치를 살필 이유가 없다. 

사회=우리 군이 북한 핵에 대응해 ‘킬 체인’ 전략 같은 선제공격을 강조하는데, 사실 이번에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인지하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 생존을 지키는 군사적 방법은 자체 핵 무장이 유일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송대성=우리 군 정보당국이 이번 4차 핵실험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미국 입장에서 북핵 관련 최고 기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에게 제공한 군사 정보가 북한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미 간에 정보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좌파 정부 시절 휴민트(Humint) 같은 대북 인적 정보 네트워크가 와해됐고, 국가정보원 내의 대북정보 전문조직 자체도 약화된 게 문제의 원인이다. 아이러니한 현상은 국정원을 해체하라고 그렇게 흔들어댔던 야당 인사들이 북한 핵실험에 대한 국정원의 정보 부재 현상을 질타했다는 것이다. 

北에 실제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응징 능력’이 관건 

김태우=북핵 억제를 위해서는 선제·방어·방호·응징의 4단계 전략이 필요하다. 발사 징후가 보일 때 공격하는 ‘킬 체인’이 선제 전략이고, 선제가 실패했을 경우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KAMD(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가 방어 전략이다. 국방부는 현재 이 선제나 방어의 억제 개념에 집중하지만, 이 대응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 김태우 前 통일연구원장

기술적으로 사전 탐지를 위해 필요한 높은 수준의 첨단 장비와 기술의 구축이 요원할 뿐 아니라, 선제공격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시설을 우리가 먼저 타격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사후에 북한의 공격 징후를 입증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전쟁 도발국으로 매도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군 통수권자 가운데 누가 선제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방어 전략의 경우, 핵무기 대응에선 100% 완벽한 방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태생적 한계다. 핵무기를 상대로 해선 100발 중 90발을 요격하고 10발은 요격에 실패했다 해도 국가 파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상대방에게 실질적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보복을 의미하는 응징 전력이 강해져야 한다.  응징은 저비용의 재래식 군사력으로도 가능하다. 나는 이를 ‘능동적 억제전략’이라고 하는데, 핵무기 대응을 위해선 동종·동수준 대응의 비례성 원칙이나 무기 선택의 도덕성 같은 기준을 폐기해야 한다.

백령도를 공격받더라도 원산·평양 등 북한의 어떤 대상에 대해서도 보복이 가능하고, 특히 명령권자를 제거하는 참수 작전도 가능하다고 천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중·육상·해상 및 해저로 3분 시켜 중복 응징하는 한국형 3축 체제로 재배치해야 한다. 

국방예산 육해공군 나눠먹기

박창규=우리 군의 전력증강 계획을 보면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비한 전략의 우선순위가 없다. 예컨대 군 전력 비교에서 위협적이라는 분석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북한의 장사정포의 경우도 이를 70% 정도만 분쇄하는 대응 전략에 그치고 있다. 그러면 남은 30%는 다 얻어맞겠다는 뜻인지…. 

이유는 국방 예산이 우선순위 없이 육해공군에 나눠 먹기 식으로 배분되기 때문이다.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이 일어나 새로운 안보 상황이 생기면 예산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서 다시 배정해야 하는데 몇 년 전 결정된 예산이 변경되지 않는다. 

인사제도도 문제다. 국방부의 담당자가 거의 1년마다 교체되는데 어떻게 전문성을 갖고 프로젝트를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가 있나? 정책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료가 축적되면서 발전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바뀔 때마다 매번 1단계부터 다시 시작한다. 특정 사안이 생긴 후에 얼마 후면 곧바로 원위치가 된다는 것이다. 

천안함 공격을 당한다거나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할 경우, 북한 핵실험 등 북한이 도발하는 경우의 수에 따른 시나리오를 먼저 작성해서 대응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부족하다. 1~4차 핵실험에 따른 우리의 대비책이 과연 무엇이 축적되었고 얼마나 달라졌나? 국민들이 더 무감각해진 것 외에는 없다. 

사회=박근혜 정부가 북핵 해결을 위해 추진한 친중(親中)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특별담화에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대한 무효화 조치 같은 결연한 의지 표명이 없어서 실망스러웠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송대성=북한 핵에 대한 대응은 국가 지도자로서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결연할 의지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은 지도자들이 2007년 시리아 핵시설을 파괴하는 식으로 목숨을 걸고 억제 작전을 단행했다. 이는 민주주의냐 독재냐의 문제가 아니라 신념과 가치의 문제다. 

대통령이 혹시 잘못 판단했더라도 청와대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같은 군 출신 인사들이 직언을 해야 했다. 이런 위중한 상황에서 1월 13일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는데도 격추를 하지 않고 경고 사격으로 내몰기만 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 터키가 러시아 공군기를 격추한 것을 보지도 못했나? 

박창규=동의한다. 단, 지도자의 결연한 태도는 한미 간에도 적용된다. 우리의 안보 능력 강화뿐만 아니라 대중, 대북의 협상카드를 위해서다. 한미 간의 미사일 협정,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과정을 보면 우리가 가진 협상 카드가 없었다. 아니 있어도 사용하지 못 했다는 게 정확하다. 

예컨대 천안함 폭침 사태가 발발했을 때 내가 주장했던 게 미사일 사거리 협정 무효화 선언과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000㎞ 미사일의 개발 선언이었다. 마찬가지로 한반도비핵화선언의 무효화는 북한이 2006년 1차 핵실험을 했을 때 했어야 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으면 자동 무효화된 것 아닌가. 그렇게 했으면 이후 미국과의 미사일 사거리 협상이나 원자력 협상 등에서도 협상력을 높일 카드를 가질 수 있었다. 

북핵 문제 관련 외교 정책 면에서는 우리 정부의 친중이나 반일 정책을 비판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북한 핵문제에 대한 지나친 대외 의존을 문제 삼아야 한다. 정부가 자체적인 위기 대응보다는 국제사회에 매달렸다. 북한이 도발을 하면 유엔으로 달려가서 의견을 묻는 식이다. 6자회담도 국가들이 서로 만나는 데에만 주안점을 두고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 패권 경쟁 중인 中, 결국 북한 지지한다 

김태우=중국은 현재 미국과 글로벌 패권전쟁, 일본과는 동북아 패권전쟁 중이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이 중국을 포위해 견제하는 동북아 신(新)냉전 구도에서 유일한 동맹국인 북한을 버리기가 어렵다.

또 과거 사례를 보면 미중 관계가 양호할 때는 중국이 북한을 부담으로 봤지만, 미중 관계가 군사적으로 악화된 시기엔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한다. 지금은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시점이다. 때문에 중국이 석유·식량·민간교류를 차단하는 식으로 실질적인 대북제재에 참여하기는 어렵다. 

다만 중국이 동북아의 강대국이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이 명확하기 때문에 중국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 정책이 중국에 너무 치중했다고 비난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중국을 움직일 카드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회=북한 핵 위협에 대응해 우리 자체적인 능력을 강화하려면 어찌됐든 우리 안보의 중심축인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또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중국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 

김태우=먼저 한중 외교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중국은 지금 대국(大國)주의를 견지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은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요격미사일체계)가 우리나라에 배치되면 자국이 사정권에 포함되고, 사드의 핵심 기술인 최첨단 레이더 ‘X밴드 레이더’가 중국을 관측할 수 있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자국 동해안에 1000개가 넘는 미사일을 한반도를 향해 배치한 상태이고, 인공위성으로 한반도 전역을 손바닥처럼 관측할 수 있다. 이런 논리가 바로 대국주의다. 이를 우리가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대중국 외교가 힘들어진다. 

송대성=경제·문화 면은 모르겠지만 안보 면에서 중국은 적성국은 아닐지라도 우리의 우방국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번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우리 정부가 중국의 협조에 매달렸던 모양새를 보면 우리 정부가 중국을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김태우=중국에 대한 지렛대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만들 수 있다. 일단 미국은 한국 내에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 측에서 국내 정치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요인이 크다. 

집권세력이 바뀌면 북한이 적에서 동지로, 북한 핵이 안보 위협에서 민족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한순간에 뒤바뀌는 게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미국에게 제공해야 할 정치적 안정성인데 우리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유럽식으로 핵탄두 관리는 미군이 하고 투발 수단인 비행기는 우리가 맡을 수도 있겠지만, 국내 정치문제와 연계돼서 그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우선적으로 미국 핵우산 정책의 신뢰성을 높일 조치가 필요하다. 핵 탑재 전략잠수함을 우리 동해에 상시 배치하는 식으로 가능한 조치는 매우 많다. 또 핵우산 정책과 전쟁 발발 시 미국의 자동 개입 조항을 삽입하는 방향으로 한미동맹의 조약을 개정해야 한다. 북중동맹에는 자동개입 조항이 있다. 

한미 협정 개정해 핵 농축·재처리 능력 확보해야 

송대성=미국에 대해서도 접근 방법을 좀 바꿀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숙명적 동맹국이라고 하지만,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합의에 매달리지 않는다. 일단 독자적으로 행동한 후 나중에 자연스럽게 다시 우호관계를 재정립한다. 미국을 다루는 법이 있다는 말이다. 

김태우=우리가 중국에 대한 협상력을 키우기기 위해서라도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할 시점이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지렛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핵 농축·재처리 능력과 미사일 사거리 확대 문제다.

중국이 가장 민감해 할 문제가 북핵으로 인한 동북아 핵 확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핵 능력 확보는 중국에게 상당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또 북한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에 대항해 잠항력이 뛰어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건조도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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