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한국에 대한 ‘종북’ 발언이 무죄(無罪)인 이유
성서한국에 대한 ‘종북’ 발언이 무죄(無罪)인 이유
  • 정재욱 기자
  • 승인 2016.05.0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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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혁단체 성서한국 실체는?

특정단체에 대해 '종북좌파'라고 지칭한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그 동안 조전혁 전 국회의원 및 보수단체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상대로 한 ‘종북집단’ 발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를 ‘종북’으로 지칭한 발언 등이 법원에서 명예훼손으로 결정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4월 15일 수원지방법원 제3형사부(부장판사 이종우)는 간첩 및 종북 발언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북한인권 운동가 박성업 씨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어 일부 무죄 판결(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기독교 개혁단체 성서한국 등이 박성업 씨가 해당단체에 대해 간첩단체, 종북좌파라고 주장한 인터넷 상 발언을 문제 삼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으로, 지난 2014년 11월 12일 있었던 1심에선 박 씨의 유죄가 인정돼 500만원 벌금형이 선고됐다.

▲ 성서한국 2015 전국대회 장면.

항소심에서 "피고인 박성업 씨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이 이유 있다"고 판단한 요지는 ‘종북좌파’라는 표현이 사실적시라기보다는 단순한 의견 표명에 불과할 수 있고, 사실적시라 하더라도 종북좌파라는 박성업 씨의 발언이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즉, 그 동안 명예훼손이라는 족쇄에 묶여온 ‘종북’이라는 발언이 정당한 의견 개진일 뿐만 아니라, 박성업 씨가 해당단체를 비판할 만한 정황이 존재한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이번 판결에서 공소사실 전체가 번복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의 주요 공소사실은 박성업 씨가 2013년 4월 7일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한국 기독교 내에 침투해 있는 간첩세력의 실체’라는 제목으로 올린 동영상 내 발언을 문제 삼은 것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성서한국은 한국 교회 내에 주체사상을 신봉하면서 간첩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교회를 박살내고 무너뜨리고 하나님을 훼방하는 것이 목적인 종북좌파, 간첩단체다”

“한국 교회 내에 주체사상을 신봉하면서 간첩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교회를 박살내고 무너뜨리고 하나님을 훼방하는 것이 목적인 종북좌파, 간첩단체다”

“주세사상 신봉” 발언, 허위로 단정하기 어렵다

법원은 이런 발언을 “피해자들이 간첩활동을 지원한다. 간첩단체이다”라는 대목과 “피해자들이 교회 내에서 주체사상을 신봉하면서 교회를 박살내고 무너뜨리고 하나님을 훼방하는 것이 목적인 종북좌파이다”라는 구절을 구분해 판단했다. 

이 가운데 간첩과 관련된 발언은 단순한 의견 표명이라고 볼 수 없고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 데다 이런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도 불충분하기 때문에 유죄였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교회 내에서 주체사상을 신봉하면서 교회를 박살내고 무너뜨리고 하나님을 훼방하는 것이 목적인 종북좌파이다”라는 발언이다. 항소심 법원에선 이 발언에 대해 무죄 판단을 했다. 법원 판결문 원문은 다음과 같다.

‘이러한 표현은 피해자들의 종교적 또는 사회적, 이념적 활동과 신념에 대한 피고인의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 표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위 표현 중 ‘주체사상을 신봉한다’든가 ‘종북좌파’라는 취지의 표현을 사실의 적시로 본다하더라도 피고인 및 변호인이 원심 및 당심에 이르러 제출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성서한국의 구성원이나 예하 단체의 그동안의 활동 내역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표현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나아가 사람을 비방할 목적 관련, 피해자 성서한국이나 그 구성원들, 개인인 피해자들 또는 그들이 가입한 단체는 해당 종교계나 정치, 사회의 다방면에서 일정한 이념적 스펙트럼 하에 일정한 지위와 영향력을 가지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그러한 활동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이념적 문제에 대하여도 자신들의 가치관이나 의견을 직접적으로 표명하기도 하였던 점 등의 사정을 인정할 수 있는 바 이와 같은 피해자들의 지위와 적극적 활동 내용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은 합리적 근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범위 내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비판과 평가 내지 사실의 적시를 허용할 필요가 있고 이는 해당 종교계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법원 판단을 정리하면 피고인인 박성업 씨가 피해자인 성서한국 등에 대해 간첩단체라고 지목한 발언은 유죄이고, 종북좌파라고 한 발언은 무죄인데, 이유는 ▲이 발언이 가치 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 표명이고 ▲성서한국 등의 활동내역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주장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성서한국 등이 일정한 이념적 스펙트럼 하에 활발한 활동을 하고 ▲피해자들(성서한국 등)의 활동 내용 고려하면 피고인(박성업 씨)의 표현이 합리적 근거가 있다는 등이다.

법원은 해당 공소사실('종북좌파'라는 비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그와 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명예훼손의 점을 유죄('간첩단체'라는 발언)로 인정하는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성서한국이란?

그렇다면 교회개혁을 주장하는 성서한국이 도대체 어떤 단체이기에 법원이 이런 판단을 한 것일까. 성서한국은 지난 2002년 수련회(홈페이지 내 연혁 참고)로 시작한 교회개혁단체이다. 국내 정통 교단의 대형교회를 비롯해 사회적 신망을 얻고 있는 교계 원로들이 대거 참여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기독교 개혁단체로 자리잡고 있다.

복음으로 민족과 사회를 새롭게 하는 소위 사회선교운동을 표방하며 모인 30여 개 기독교 단체와 20여 개 교회의 연합체로 전국대회는 2년에 한 번, 지역별 대회는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전국대회에는 대학생‧일반인 1000여 명 이상이 모일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성서한국의 개혁 대상은 단순히 교회 자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개혁운동은 사회선교활동이라는 이름의 사회 참여로 확장되는데, 이런 사회활동도 젊은 신도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성서한국이 참여한 과거 성명을 보면 이 단체가 주장하는 사회선교운동의 방향이 편향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서한국은 북한이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도발을 자행한 다음 해인 2012년 2월 29일 한미 키 리졸브 훈련을 반대하는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 기독교 3·1 선언’에 동참했다. 성명의 내용은 북한 도발의 원인 제공을 키 리졸브 한미합동훈련이 했으니 이를 중단하고 대규모의 대북 지원을 재개하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 대해선 북한과의 수교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요구했다. 그리고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같은 성서한국의 참여 단체는 2004년부터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에 꾸준히 동참하고 있다.

기독교 개혁을 주장하는 종교운동 단체가 이런 정치적 주장을 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지 않지만, 성서한국의 주요 인물들은 이 단체가 단순한 교회개혁 운동을 목적으로 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교회개혁과 사회선교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이념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서한국 관련 단체, 인터넷 게시판에 북한 선전문 게재

특히 성서한국의 참여 단체인 생명평화연대의 주요 활동가 홍 모 씨는 2004년 12월 17일 생명평화연대의 상위 단체인 아름다운마을공동체의 인터넷 카페 내(內) ‘오월에서 통일로’ 게시판에 ‘불○○○○’라는 아이디로 북한 통일전선부가 운영하는 대남선동 및 지령 사이트인 ‘구국전선’에 게시된 글을 그대로 올린 후 문제가 되자 삭제했다.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대북 ≪인권문제≫ 제기의 본질’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북한 인권 비난에 대한 북한 정권의 모범답안으로, 현재 사이버경찰청에 의해 불법‧유해정보로 규정돼 접속이 차단됐다. 김일성 전작집 및 김일성 교시들을 인용한 이 글의 주요 내용은 노동자가 자본가 계급을 독재하는 소위 북한식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만이 진짜 민주주의이고, 미국식 가치관에 기초한 인권 개념은 북한에 적용될 수 없고, 오히려 실업자들이 많고 무상교육‧무상의료가 없는 미국과 한국의 인권이 최악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글을 게시했던 홍 모 씨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로 근무 중이다.

이러한 북한의 논리는 성서한국의 주요 인물이 임원진에 참여한 목회멘토링사역원의 2012년 6월 가평 컨퍼런스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인용됐다. 북한 인권에 대한 참가자의 질문에 당시 컨퍼런스의 강연자인 서울 소재 대학의 김 모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인권 개념과 북한의 인권 개념은 다른 것이기 때문에 이를 북한에 적용하면 안 되고, 실업자가 많은 남한이 오히려 인권이 더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또 성서한국의 이사이며 2005년, 2006년, 2013년 전국대회 등에서 수 차례 강연자로 나온 김회권 숭실대 교수는 2011년 인터넷 매체 ‘크로스로’에 올린 ‘다시 주체사상과 기독교를 말한다’라는 글에서 북한의 주체사상이 남한의 계급 모순적 사회, 즉 미국에 종속된 자본주의 체제 때문에 강화 또는 왜곡됐다는 주체사상 옹호론을 주장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이 글에서 ”주체사상의 나라 북한에게 한국교회가 신뢰감을 주는 중보자 집단이 되기 위해서, 주체사상이 지켜내려고 하는 계급모순의 철폐를 위해 남한 내에서의 계급 적대감의 해소를 통한 평화의 역군으로 더욱더 명료한 자기 이해를 획득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종속된 우리나라에 계급 모순이 있다는 전제 하에 이를 철폐하는 것이 주체사상에 부합하는 길이고 북한에 다가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성서한국의 활동을 종합해 북한인권 운동가인 박성업 씨가 제기한 “주체사상을 신봉한다”, “교회를 무너뜨린다”, “종북좌파이다” 등의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원의 판단대로 이런 비판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 다음 단계는 성서한국이란 단체와 참여단체의 실체를 좀 더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순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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